8·2대책서 양도세 중과세율 한시 완화 … 미리 집 판 소유주만 '억울'보유기간 긴 일부 사례만 이득 … "정부 말 믿고 깎아 팔았다 1억 손해"'개포래미안포레스트' 59㎡ 3개월 만에 26억8000만원→30억8000만원섬세하지 않은 정책 설계로 논란 자초 … '땜질식 처방' 시장 혼란만 야기
  • ▲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 게시판. ⓒ뉴데일리DB
    ▲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 게시판. ⓒ뉴데일리DB
    정부가 이번 세제 개편안을 통해 조정지역 내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시장이 시끄럽다. 지난 5월부로 재개된 중과세 유예 종료 정책이 3개월 만에 다시 시행 유예로 바뀌면서 미리 주택을 매도한 집주인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엑스 등을 통해 '더이상 양도세 중과 유예는 없다'고 못 박은바 있다. 이에 집주인들은 부랴부랴 올해 5월 10일이 도래하기 전 주택을 급매로 처분했지만 이후 시장에 풀렸던 매물이 다시 잠기면서 강남3구를 비롯한 집값이 폭등했다. 미리 집을 판 집주인들 입장에선 양도세 중과를 피하긴 했지만 급매로 인해 적게는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손해를 본 셈이다. 시장을 전방위 규제로 묶어놓고 일부만 풀어주는 '땜질' 식 처방은 시장 혼란만 가중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재정경제부와 부동사업계에 따르면 전날 정부가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은 다주택자 매도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2028년까지 양도세 중과세율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지난 5월 10일 이후 중과세율을 적용받은 양도분에도 혜택을 소급하기로 했다.

    해당 시점 이후 다주택자가 보유 주택을 팔 경우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p), 3주택 이상 보유자는 30%p가 중과세율로 적용된다. 하지만 이같은 조치로 시장 내 매물 잠김이 심화되자 정부는 세제 개편안을 통해 내년부터 다시 가산세율을 낮춰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로 했다.

    예컨대 2주택자는 2027년엔 중과율이 5%p, 2028년엔 10%p가 적용된다. 3주택 이상 소유주의 중과세율은 2027년 10%p, 2028년 15%p다.

    정부가 양도세 중과세율을 다시 한시적으로 완화하기로 하면서 정부와 대통령의 말을 듣고 주택을 싼 값에 선제적으로 매도한 집주인들만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

    물론 이번 세제 개편안에 따라 5~10%p의 완화된 중과율을 적용받긴 했지만, 그 사이 잡값 상승분을 고려하면 금전적으로 손해인 까닭이다.

    국내 최대 부동산 커뮤니티인 '부동산 스터디'에서 한 네티즌 A씨는 "5월 9일까지 토지거래허가 신청 들어가면 중과 배제라고 해서 많이 깎아 팔았더니 1억 올랐다"며 "장기보유특별공제 적용을 안 받더라도 1억 올려서 팔았다면 이득이었을텐데 너무 화난다"고 말했다.

    네티즌 B씨는 "토허제 승인 받느라 세입자에게 모욕당하고 돈뜯기고 몇달 시달리고 집은 낮춰 팔고 완전 호구됐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C씨는 "5월 9일 전에 급하게 파느라 계속 가격 내려서 올해 실거래가 중에 최저가로 팔았는데 팔고나니 1억 올랐다"고 했다.

    실제 거래된 사례를 보면 가격 등락폭이 더욱 크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개포동 '개포래미안포레스트' 전용 59.92㎡는 지난 3월 30억원에 거래됐지만, 4월 26억8000만원까지 떨어졌고 지난달 10일엔 30억8000만원으로 4억원이나 급등했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전용 49.96㎡도 지난 4월 18억8000만원에 손바뀜됐지만 지난달 11일 20억6000만원으로 3개월 새 1억8000만원 올랐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통령은 4일 국무회의에서 "그때 정책을 논의하면서 '괜히 팔았다'는 생각이 들게 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말씀드리지 않았느냐"며 "이번에는 퇴로를 열어주긴 하되 중과를 모두 폐지하지 않고 일부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하지 않았느냐"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에게 물었다. 이에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다주택자에게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기간을 주되 양도세 중과를 전면 유예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적용한 것이어서 종전 대책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올 상반기 집값 상승세를 감안하면, 지난 5월 10일 이후 양도세 중과분을 감안하고 집을 팔더라도 매도 실익이 더 클 수 있어 시장 내 불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물론 주택 보유 기간이 길어 양도세 장특공을 적용받았다면 1억원 낮은 가격에 집을 팔았더라도 이득이 클 수 있다"며 "반면 장특공 대상이 아닌 다주택자라면 양도세 부담을 안고서라도 추후 주택을 매도하는 게 금전적 실익이 더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즉 보유 기간 등 개별 상황에 따라 실익이 달라질 순 있겠지만, 정부 정책 방향을 충실히 따랐다가 손해를 봤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있다"며 "섬세하지 않은 정책 설계가 논란을 자초한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규제를 풀던지 강화하던지 일관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처럼 통으로 규제해놓고 일부만 풀어주는 땜질식 처방은 시장 혼란만 야기할 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