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개인 투자자 탓"…금융위 "언론 보도가 근거"이억원 "검토 거쳤다"더니…스트레스 테스트 없었다이찬진 "드러누워서도 막았어야" … 뒤늦은 반성 '우리 탓"국회 청원까지 … 정치권 "노답 삼형제" 공방서킷브레이커 9회·사이드카 44회, 26회는 ETF 출시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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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는 있지만 책임자는 없다"

    작금의 '삼전닉스 2배 ETF' 사태를 두고 나오는 말이다. 

    국민 수십조 원이 증발한 '금융참사' 앞에서 엘리트 관료들은 '남탓'으로 일관하고 있다. 청와대,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는 제각기 다른 곳을 가리키며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개인 투자자의 역동성 '탓', 언론 보도 '탓' 등 이유도 다양하다. 

    검증 없이 도입하고 문제가 터지자 수습하는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행태에 블룸버그 등 외신은 한국을 '투자 부적격 국가'로 평가하기까지 이르렀다.

    ◆ 뜬금 "언론 보도가 때문"… 정작 스트레스 테스트도 없었다

    지난 4일 최은석 국민의힘 의원이 공개한 답변서에서 금융위원회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도입의 정책적 근거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언론 보도"를 제시했다. 

    매일경제·한국경제·머니투데이 기사 3건과 서울경제 칼럼 등이었는데 이 중에는 고위험 상품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경고가 함께 담긴 기사도 있었다. 

    그 근거로 함께 제시된 자본시장연구원 보고서 역시 '단일종목 ETF 도입'에 대한 구체적 권고는 없었고 "투자자 보호 원칙을 준수하면서 합리적 범위 내 대체 상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수준의 결론에 그쳤다. 

    최 의원의 말대로 "국민 자산 수십조 원을 날려버린 정책의 도입 근거를 요구했더니 돌아온 건 신문 기사 몇 장, 정책적 명분이 없는 연구논문 한 편"이었던 셈이다.

    또 이달 3일에는 박성훈 의원실이 금융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통해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국회에서 "검토를 거쳐서 냈다"고 밝힌 것과 달리 실제 스트레스 테스트는 시행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제출 자료는 2024년 기존 연구보고서와 리밸런싱 규모, 시가총액·거래대금 통계가 전부였고, 주가 급락을 가정한 구체적 충격 시나리오는 확인되지 않았다.

    검증도, 근거도 부실했다는 사실이 사태 발생 한 달 가까이 지나서야 그것도 정부 스스로가 아니라 야당 의원실의 자료 요구를 통해 드러났다는 점이 이 책임론의 핵심이다.

    ◆ 폭락 당일엔 "개미 역동성 탓" … 폭락 전엔 "협의 중"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김용범 실장·이억원 위원장·이찬진 원장을 "노답 삼형제"로 규정하며 즉각 경질을 요구했다. 

    장동혁 대표는 "증시가 홀짝 도박판이 됐다"며 국정조사·특검을 주장했고 안철수 의원은 "혼란의 도화선이자 증폭기"라고, 나경원 의원은 김 실장의 "국민 투자 패턴이 역동적" 발언을 "국민 탓이냐, 매 버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날 국회에는 "코스피·코스닥 양극화 심화 및 특정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의한 시장 왜곡 개선에 관한 청원"이 접수돼 5만1487명의 동의를 얻었다. 이 외에도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 레버리지 관련 청원이 올라오고 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달 29일 브라질 현지에서 증시 변동성의 원인을 AI·반도체 산업의 불확실성과 개인 투자자들의 "역동성"으로 돌렸다. 그는 중국 메모리반도체 기업 창신메모리(CXMT)의 성장도 시장 불안 요인으로 꼽으면서, 오히려 국내 기업들이 생산설비 투자와 연구개발을 더 철저히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레버리지 ETF 하나로 책임을 몰아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과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은 국내 시장 구조 자체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같은 날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에서 이억원 금융위원장과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사태 이후 처음으로 "송구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는 지난달 7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출석해 레버리지 ETF가 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우려를 "잘 알고 있다"면서도 "보완 방안을 협의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에 그쳤다. 

    그는 "여러 시장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그런 상품이 필요하다고 해서 만든 것"이라며 해외에서 2배·3배 레버리지 ETF가 활발히 운영돼 그쪽으로 투자가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 상품을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우려가 제기된 지 3주 만에 시장이 무너졌고 정작 폭락 당일 정책 책임자들의 입에서 먼저 나온 말은 개인과 구조를 향한 설명이었다. 검증을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는 이들이 결과 앞에서 원인부터 바깥으로 돌리는 순서 자체가, 이 사태의 책임론이 왜 겉돌 수밖에 없었는지를 보여준다.

    올해 코스피 서킷브레이커는 9차례, 사이드카는 매수 21회·매도 23회 등 총 44차례 발동됐고 이 중 26차례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출시 이후에 몰려 있다. 코스닥 사이드카도 매수 17회·매도 13회 등 30차례 나왔다. 

    구조 탓, 언론 탓, 개인 탓을 거치는 동안 정작 누가 무슨 절차를 생략했는지는 여전히 불분명하다. 

    국회 청원 게시판까지 번진 민심이 말해주듯, 이 물음에 답하지 않는 한 사과는 반복돼도 책임은 끝내 남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