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장관, 하반기 업무보고서 "가입검토" 공식화농식품부·해수부, 피해 규모·민감품목 등 분석 나서2022년 분석은 옛 통계로 경제성·개방 영향 재평가 농민단체 "야당 땐 먹거리 안전, 집권하니 통상 논리" 반발
  •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연합뉴스
    ▲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연합뉴스
    정부가 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했다. 명분은 '해외 경제영토 확장'이다. CPTPP는 기존 자유무역협정(FTA)이나 경제협력체보다 시장 개방 수준이 높은 만큼, 국내 농어업계의 거센 반발이 예상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해양수산부도 국책 연구기관을 통해 농어업 분야 영향 분석에 착수했다. 

    ◇산업장관 "신규시장 확보 위해 CPTPP 가입 검토"

    5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CPTPP 가입에 대해 결정된 바 없다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해 왔지만, 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기반 강화를 위해 가입 검토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청와대에서 열린 이재명 대통령 주재 하반기 업무보고에서 "아세안, 멕시코 등 신규 시장을 확보하고 K-콘텐츠, 소비재 수출을 가속하도록 CPTPP 가입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농업계, 국회 등의 이해관계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해에도 미국과 중국 리스크에 전략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CPTPP 가입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농어업계 반발이 커질 때마다 '신중 검토' 입장을 반복해왔다. 정부가 수출시장과 역내 통상 네트워크 확대를 위해 CPTPP 가입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중단됐던 가입 논의도 다시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CPTPP 가입 추진을 하는 데 있어 필요한 내부 검토를 그동안 산업부 주도로 해왔다"며 "농식품부도 관계부처로서 농업 분야의 민감성을 계속해서 전달하고 농업계와의 충분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 ▲ 2022년 7월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 7.12범국민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 2022년 7월 12일 서울 용산구 서울역 인근에서 열린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 가입 저지 7.12범국민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뉴시스
    ◇최대 변수는 농축수산물 시장

    CPTPP 추진의 최대 변수는 농축수산물 시장 개방 문제다. 과거에도 농어업계의 거센 반발로 비준 절차가 사실상 중단됐다. 2022년 4월 CPTPP 가입 계획이 의결됐지만 농어업계의 반발과 일본과의 무역 갈등으로 국회 보고 단계에서 중단돼 실제 가입 신청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2022년 당시 정부의 경제적 타당성 검토에서는 15년간 연평균 생산감소가 농업 분야 853억∼4400억원, 수산업 69억∼724억원 발생할 수 있다고 추산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 따르면 CPTPP 회원국의 농산물 평균 관세 철폐율은 96.3%로 한국이 체결한 FTA의 농업 부문 평균 관세 철폐율(72.0%)을 크게 웃돈다. 사실상 전면 개방에 가까운 수준이다. 

    특히 농축산업 경쟁력이 높은 호주·캐나다·뉴질랜드 등이 포함돼 있고, 의장국인 일본이 가입 조건으로 후쿠시마 인근 수산물에 대한 검역 완화라는 민감한 현안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가 CPTPP 가입을 추진하려면 기존 회원국과의 협상은 물론, 시장 개방 확대에 따른 농어업인 반발과 국민적 먹거리 불안을 동시에 해소하느냐가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뉴시스
    ▲ 농림축산식품부 전경. ⓒ뉴시스
    ◇농식품부·해수부, CPTPP 영향 분석 돌입 

    CPTPP 가입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농식품부와 해수부도 농어업 분야 피해 규모와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영향 분석에 들어갔다. 2022년 실시한 분석은 당시 통계와 여건을 토대로 이뤄진 만큼, 최신 데이터와 달라진 통상 환경 등을 반영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농식품부는 농경연을, 해수부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과 부경대를 통해 CPTPP 가입에 따른 파급 효과 분석을 진행 중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2022년 당시 피해 영향 분석은 2017~2019년 통계를 토대로 이뤄진 만큼 전문기관과 함께 대내외 환경 변화 등을 반영한 영향 분석을 진행 중"이라며 "경제적 타당성 검토를 비롯해 민감 품목, 시장 개방에 따른 피해 규모와 그에 따른 대책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정대희 농경연 부연구위원은 "농식품부의 요청으로 CPTPP 가입이 농업 분야에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 중"이라며 "과거 CPTPP 가입 논의 시 발표됐던 자료가 전체적인 영향을 포괄했는지에 대한 지적이 나왔던 만큼, 이번 분석에서는 이를 반영해 좀 더 폭넓게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PTPP 추진 움직임에 농민단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야당 시절에는 먹거리 안전을 강조하며 CPTPP 가입에 부정적 입장을 보였지만, 집권 이후 통상 논리를 내세워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것이다. 

    최범진 한국후계농경영인중앙연합회 정책조정실장은 "협상 검토 단계부터 농업계를 비롯해 피해가 예상되는 산업 분야의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법적·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현 정부와 여당은 야당 시절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 등을 이유로 일본산 수산물 수입을 반대하고 국민 먹거리 안전 보장을 지속적으로 강조해 온 만큼, CPTPP 가입 역시 통상 논리만으로 접근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