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32억 이상부터 세 부담↑ … '덜 똘똘한 한 채' 수요 늘 듯25억~30억대 강남3구 외곽 구축·한강벨트 준신축 아파트 주목"대출민감도 낮아 수요 탄탄 … 세금 덜 내고 가격 상승여력 충분"인위적 규제로 심리적 저항 야기 … 文정부도 세금 올렸다가 역풍
  •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게시판. ⓒ뉴데일리DB
    ▲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매물게시판. ⓒ뉴데일리DB
    정부의 세제 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에선 벌써부터 '덜 똘똘한 한 채' 찾기가 분주해지는 분위기다. 시가 약 32억원대부터 보유세 부담이 본격적으로 늘어남에 따라 해당 가격대 이하 아파트로 수요가 몰릴 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세 부담이 덜하고 가격 상승 여력을 갖춘 20억원 중후반대 아파트들이 일제히 '키 맞추기'에 들어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인위적인 세금 규제가 집값 풍선효과를 낳는 악순환이 이번 정부에서도 되풀이되고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세제 개편안에 따라 과세표준 6억원 초과, 시가로 32억7000만원 초과 아파트부터 보유세 세율이 높아진다. 다만 실거주 1주택 경우 시가 약 33억원까지는 세 부담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과 공인중개소 관계자들은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30억원 이하 아파트로 '절세 수요'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현금 거래 비중이 높고 그만큼 규제 민감도도 낮은 20억원 중후반대 단지로 수요가 몰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보유세 인상 풍선효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곳으로는 강남3구 외곽지역 구축 아파트와 한강벨트 일대 준신축들이 거론된다.

    강남구에선 일원·수서동, 송파구 방이·문정동에 30평대 기준 20억원 중후반 아파트들이 다수 포진해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보면 일원동 '한솔마을' 전용 84.73㎡는 지난 5월 29억원에 손바뀜됐고, 수서동 '삼성' 전용 84.97㎡는 지난달 13일 26억원에 매매계약서를 썼다.

    송파구에선 문정동 '올림픽훼밀리타운' 전용 84.75㎡가 지난달 3일 27억원에 팔렸다.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1단지' 전용 83.06㎡도 지난 6월 28억3000만원에 새 주인을 맞았다.

    그 외 한강벨트를 이루는 성동구와 광진구, 동작구 준신축도 사정권이다. 성동구 행당동 '서울숲리버뷰자이' 전용 84.96㎡는 지난달 26억1500만원에 팔렸고, 동작구 흑석동 '흑석한강센트레빌' 전용 84.91㎡은 지난 5월 26억4000만원에 손바뀜됐다.

    강남구 P공인중개소 대표는 "기존에도 25억원 이상 아파트는 대출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아 거래가 간간히 이뤄져 왔다"며 "거래량은 많지 않지만 수요는 탄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가격대와 대상 매물을 알아보는 문의 전화가 하루에 두세 통은 걸려오고 있다"며 "다만 실거주에 공제까지 세제 자체가 워낙 복잡한 탓에 거래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이 적잖다"고 부연했다.

    송파구 R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언론에서 덜 똘똘한 한 채라는 표현을 쓰지만 현금 여력이 있는 실수요자에겐 30억원 안팎 매물은 알짜"라며 "세 부담은 덜한데 대출 민감도는 낮아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히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등포구 여의도동과 양천구 목동 재건축 단지들도 30평대 시세가 20억원 중후반대에 형성돼 있다. 다만 이들 단지 경우 상당수가 조합설립 인가를 마친 상태여서 '1세대 1주택자, 10년 이상 보유 및 5년 이상 거주' 등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이 제한되고, 그에 따라 거래도 제한적으로만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선 정부가 과세 구간을 인위적으로 설정해 그에 따른 '문턱 효과'와 매수세 전이 단초를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턱 효과란 아파트 매매가 등 특정 가격이 기준을 미세하게 넘어서는 순간 세 부담이 급증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급격한 세 부담이 소유주들의 심리적 저항을 야기해 덜 똘또한 한 채로의 갈아타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우려다.

    앞서 문재인 정부도 전방위 세금 폭탄을 때렸다가 집값 폭등 역풍을 맞은 바 있다. 2019년 '12·16 부동산 대책'과 2020년 '7·10 부동산 대책' 등을 통해 다주택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세율을 최대 6.0%까지 끌어올리고 양도소득세에 중과세율을 매겼지만, 정작 매수세가 똘똘한 한 채로 옮겨 붙으면서 당시 15억원대였던 상급지 아파트값이 일제히 20억원대로 뛰었다.

    정치권에서도 집값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4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번 대책도 가장 큰 피해자는 서민입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정부는 초고가 주택을 겨냥했다고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 32억원 이하의 '덜 똘똘한 한 채'를 찾기 시작하고 있다"며 "정책이 의도한 방향으로 시장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절세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세 부담이 늘더라도 고자산 계층은 부동산 자산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고, 그렇지 않은 계층은 바뀐 세제에 맞는 가격대 아파트로 몰릴 것"이라며 "과거에도 15억원이나 12억원대 주택을 규제로 묶었다가 그 아래 구간으로 수요가 몰린 선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