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억 집 비거주시 종부세 91만→425만원 … 5배 급등집주인 입주 사유로 갱신 거절 … 쫓겨나는 세입자 ↑전월세 씨 말랐는데 세입자에 보유세 전가 명분만 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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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거주 여부에 따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크게 벌리면서 임대차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세를 놓고 다른 곳에 살던 집주인들이 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임대차계약을 끝내고 자기 집으로 돌아갈지를 따지기 시작했다.

    집주인의 실거주는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을 거절할 수 있는 법정 사유다. 전세와 월세 매물이 이미 함께 줄어든 서울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까지 늘면 세입자의 선택지가 더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는 지난 3일 발표한 '2026년 세제개편안'에서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기본공제를 거주 여부에 따라 차등화했다. 실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는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늘리고, 비거주 1주택자는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줄인다.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는 내년부터 크게 오른다. 정부 시뮬레이션상 시가 30억원짜리 주택을 10년간 보유한 60세 비거주자의 종부세는 현재 91만원에서 2027년 318만5000원, 2028년 424만7000원으로 뛴다. 2년 뒤 세 부담이 현재의 약 4.7배로 늘어나는 셈이다. 같은 조건의 실거주자는 2028년 종부세가 76만원으로 줄어든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세입자에게 실거주 계획을 언제 알려야 하는지 묻는 글이 잇따랐다. 본인 집을 임대한 뒤 다른 곳에 살고 있다는 한 1주택자는 "가족 사정으로 2년 전 집을 전세로 내놓고 다른 주택에서 거주해왔다"며 "현재까지 8년의 거주 기간을 채운 만큼 남은 2년을 채우기 위해 다시 들어가 사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기 전에 실거주 계획을 알려야 할 것 같다"며 "임대차 만료 6개월 전에 말하는 게 나을지,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더 일찍 알려야 할지 고민"이라고 했다.

    같은 날 "월세를 놓은 서울 집으로 가족이 다시 들어가야 할지 고민"이라는 글도 올라왔다. 글쓴이는 "직장 사정으로 가족과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서울 집은 월세를 놓았고, 월세 수입으로 대출 부담을 덜어왔다"며 "거주 여부에 따른 공제 차이가 커지면 세입자를 내보내고 가족을 다시 서울로 보내는 방법밖에 없는지 고민된다"고 밝혔다. 세금을 줄이려면 월세 수입을 포기하고 가족의 거주 계획까지 다시 바꿔야 하는 상황에 답답함을 드러냈다.

    집주인들의 이런 고민은 현행 임대차법과도 맞물린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세입자는 계약 만료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 한 차례 계약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 다만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직계존속·직계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에는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대법원도 세입자가 먼저 갱신을 요구했더라도 법정 기간 안에 집주인의 실거주 사유가 생기면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실거주를 이유로 세입자를 내보낸 뒤 정당한 사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다시 임대하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종부세 부담을 줄이려는 비거주 집주인이 세입자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고 직접 들어가면 해당 주택은 임대시장에서 빠지고 기존 세입자는 다시 전월세 수요로 나오게 된다"며 "가뜩이나 매물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공급 감소와 수요 증가가 겹쳐 전셋값과 월세를 함께 밀어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강남권 중개업소에서도 실거주 전환을 고민하는 집주인들의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입자 만기가 돌아오면 새 세입자를 받지 않고 직접 들어가겠다는 집주인들이 있다"며 "종부세가 거주 여부에 따라 크게 달라지니 임대차 만기와 입주 시점을 함께 계산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서초구 B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아직 세금을 계산해보는 단계지만 재계약을 앞둔 집주인 가운데 실거주 쪽으로 마음을 굳히는 경우도 있다"며 "집주인이 들어오면 세입자는 갱신권을 쓰지 못하고 다른 전월세를 구해야 해 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제개편 발표 이전부터 서울 임대차 매물은 감소세였다.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772건으로 지난해 같은 날 2만4180건보다 14.1% 줄었다. 같은 기간 월세 매물도 1만9208건에서 1만7278건으로 10.1% 감소했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로 이동하더라도 매물 선택지가 넉넉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미 전월세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과 늘어난 세 부담의 임대료 전가까지 겹치면 임대차 시장의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거주 여부와 관계없이 공정시장가액비율이 70%로 상향되고 종부세 세 부담 상한도 200%로 높아져 전반적인 보유세 금액의 상향 평준화가 예상된다"며 "특히 비거주자는 기본공제 축소까지 겹쳐 보유비용이 가중되고, 이는 강남권 핵심지역의 매물 출회를 압박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거주자가 실거주로 전환하면 임대 매물은 줄고 기존 세입자는 새로운 임차 수요로 시장에 나오게 된다"며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고, 보유세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되면서 월세화도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집주인이 학군지나 직주근접 지역으로 돌아오면서 밀려난 세입자가 인근 지역으로 이동하면 전월세 가격 변동성이 주변으로 확산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