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실거주 원칙 내세웠지만 전세대출 예외 기준은 아직 미정교육·전근·봉양 어디까지 인정 … 은행도 "답하기 어렵다"1주택 전세대출 13.2조 영향권, 규제보다 늦는 세부 기준정책은 먼저, 기준은 나중 … 실수요자 혼란 키우는 정책 시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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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실거주 중심의 부동산 세제 개편을 내놓았지만 금융 규제는 정작 세부 기준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대출 현장의 혼선이 커지고 있다. 비거주 1주택자 전세대출 규제를 예고하면서도 예외 인정 범위는 공개하지 않아 은행 창구의 불확실성이 결국 차주들의 자금 계획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비거주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을 포함한 금융 부문 후속 대책을 막바지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를 실거주 중심으로 개편하며 과세 기준을 제시했지만, 금융 규제는 가장 민감한 예외 인정 기준을 아직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은행권에는 벌써부터 관련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종부세 개편 이후 전세대출 규제 적용 여부를 함께 묻는 상담이 늘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세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개별 사례마다 확답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 관계자는 "세제 개편 이후 대출 가능 여부를 함께 문의하는 고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며 "직장 이동이나 자녀 교육, 부모 봉양처럼 현실에서는 다양한 사례가 있지만 현재는 당국 기준이 나오면 다시 안내하겠다는 답변밖에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논란의 핵심은 '실거주'의 판단 기준이다. 정부는 세제개편안에서 직장 변경과 전근, 고등학교·대학교 취학, 1년 이상의 치료·요양, 해외 체류, 60세 이상 직계존속 봉양 등 일정한 사유에 대해서는 최장 3년간 비거주 기간을 거주기간으로 인정하기로 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이 기준을 전세대출 규제에도 동일하게 적용할지, 같은 시·군 내 이동이나 수도권 내 학군 이동까지 예외로 인정할지는 아직 공개하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이미 다양한 사례가 거론되고 있다. 서울 강북에 집을 둔 채 자녀 교육을 위해 강남으로 이사하는 경우, 지방 발령으로 본인만 다른 지역에서 생활하는 경우, 부모를 돌보기 위해 주소를 옮기는 경우 등이 대표적이다. 세법상 거주 인정과 금융 규제상 예외 인정이 다르게 적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차주와 은행 모두 최종 기준을 기다리는 분위기다.

    금융위의 최종 기준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규모도 적지 않다. 지난 3월 말 기준 은행권의 1주택자 전세대출 잔액은 약 13조 2000억원으로 전체 전세대출의 10~15% 수준이다. 대출 건수는 8만 9000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주택 보유 차주의 전세대출만 약 9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13조 2000억원 전체가 규제 대상은 아니지만 예외 범위에 따라 상당수 차주의 신규 대출과 기존 대출 만기 연장 여부가 달라질 수 있다.

    정부가 규제 방향을 먼저 제시한 뒤 세부 기준을 뒤늦게 마련하는 방식도 도마에 올랐다. 실거주 중심 과세 원칙은 분명하게 제시했지만 금융 규제는 구체적인 적용 범위를 남겨둔 채 발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 확정이 늦어질수록 은행별 상담과 안내가 달라질 수 있고, 대출을 전제로 거주 이전이나 계약 갱신을 준비하는 차주의 불확실성도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세제 논란에 대해서는 발표 직후 진화에 나섰다. 비거주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최대 5배 이상 늘어난다는 지적이 제기되자 당일 밤 질의응답 자료와 보도설명자료를 잇달아 내고 재산세를 포함한 전체 보유세 기준으로 보면 증가 폭은 최대 1.3배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 규제의 예외 기준에 대해서는 세법 개정안의 국회 논의와 주택시장 상황 등을 함께 고려해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정치권 공방도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정부안을 '증세 고지서'와 '징벌적 과세'로 규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조세 정상화'라고 맞섰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공급 대책 없이 세 부담만 강화할 경우 전월세 시장과 서민 부담이 커질 수 있다며 실거주 인정 범위가 불명확한 점을 지적했다.

    금융권에서는 규제 방향보다 현장에서 동일하게 적용할 수 있는 세부 기준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금융학회 관계자는 "규제는 대상보다 경계가 중요하다"며 "예외 기준이 불분명하면 같은 사례도 해석이 달라질 수 있고 그 부담은 결국 은행과 차주가 함께 떠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