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임기 만료 … 렉라자 글로벌 신약 육성 등 6년 경영 마무리2분기 영업익 668억원 … 유럽 출시 마일스톤 450억원이 실적 견인빅파마 기술수출, 2019년 이후 공백 … 레시게르셉트 중간분석 주목차기 대표이사 후보 9월께 윤곽 ... 김열홍-이병만-유재천 거론
  • ▲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유한양행
    ▲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 ⓒ유한양행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이사 사장이 6년 경영의 마지막 시험대에 올랐다.

    취임 이후 폐암 신약 '렉라자'의 국내 1차 치료제 확대와 글로벌 상업화를 이끌면서 매출 2조원 시대를 열었다. 남은 임기에는 렉라자의 판매 로열티를 키우고 후속 기술수출을 성사시켜 반복 가능한 성장 기반을 남겨야 한다.

    5일 유한양행 1분기 보고서를 보면 조욱제 대표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7년 3월15일까지다. 유한양행은 이사회 규정으로 대표이사 임기를 최대 6년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 대표는 2021년 취임해 2024년 한 차례 연임한 만큼 규정상 추가 연임은 불가능하다.

    임기 막판에 받아든 실적은 좋다. 유한양행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6394억원으로 전년동기 5789억원보다 10.4%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498억원에서 668억원으로 34.1% 늘었다.

    별도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도 각각 6140억원, 614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약품사업 매출(3667억원)이 6.28% 증가하고, 해외사업(1210억원)도 5.42% 성장하는 등 기존 사업이 외형 성장을 뒷받침했다.

    수익성 개선을 이끈 핵심은 라이선스 수익이다. 2분기 별도 라이선스 수익은 589억원으로 전년동기 255억원에 비해 130% 뛰었다. 유한양행은 렉라자 병용요법의 유럽 상업화에 따라 마일스톤 3000만달러(약 450억원)가 유입됐다고 밝혔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렉라자 판매 로열티는 1분기 54억원에서 2분기 70억원으로 29.6% 증가했다. 글로벌 판매 확대가 반복 수익으로 이어지기 시작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다만 분기 마일스톤과 비교하면 판매 로열티 규모는 아직 크지 않다. 역대 최대 실적을 일회성 수익에 그치지 않도록 하려면 존슨앤드존슨(J&J)의 글로벌 판매가 확대돼 로열티가 꾸준히 늘어야 한다.

    렉라자는 미국과 유럽 등에서 '라즈클루즈'라는 제품명으로 판매되며 J&J의 이중항체 항암제 '리브리반트'와 병용된다.

    렉라자의 글로벌 판매 흐름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리브리반트-라즈클루즈 합산 매출은 2분기 2억8900만달러로 전년동기 1억7900만달러보다 61.4% 증가했다. 미국 매출은 1억9000만달러로 36.6% 늘었고, 미국 외 매출은 4100만달러에서 9900만달러로 확대됐다.

    7월1일부터 미국에서 리브리반트 피하주사 제형 '리브리반트 파스프로'에 영구 J코드가 적용된 것도 호재다. J코드는 미국 의료기관이 투여한 주사제의 종류와 용량을 메디케어 등 보험에 청구할 때 사용하는 표준 코드다. 영구 코드가 부여되면 의료기관이 제품별 고유코드로 투여량을 청구할 수 있어 행정 부담과 보험 상환의 불확실성이 줄어든다.

    리브리반트 파스프로는 약 5분 만에 투여할 수 있어 기존 정맥주사 제형보다 환자와 의료진의 부담도 작다. 보험청구와 투약 편의성이 함께 개선되면서 라즈클루즈 병용요법의 의료현장 도입을 뒷받침할 것으로 예상된다.
  • ▲ 서울 동작구 소재 유한양행 본사. 사진=성재용 기자. 260528 ⓒ뉴데일리
    ▲ 서울 동작구 소재 유한양행 본사. 사진=성재용 기자. 260528 ⓒ뉴데일리
    렉라자 글로벌 상업화는 조 대표 임기를 상징하는 성과다. 렉라자의 J&J 기술수출과 국내 조건부 허가는 전임 경영진 시기에 이뤄졌지만 국내 건강보험 급여와 1차 치료제 확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과 주요국 출시는 조 대표 재임 중 진행됐다. 개발 자산을 실제 글로벌 수익원으로 연결하는 역할을 수행한 셈이다.

    외형도 커졌다. 조 대표 취임 첫해인 2021년 1조6878억원이던 연결 매출은 지난해 2조1866억원으로 29.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85억원에서 1043억원으로 114% 뛰었다. 2024년 처음 매출 2조원을 넘어선 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새로 썼다.

    남은 과제는 성장의 질이다. 지난해 연결 기준 라이선스 수익은 1041억원으로, 영업이익과 비슷한 규모였다. 올 상반기에도 별도 라이선스 수익 638억원이 영업이익 702억원에 육박했다. 매출과 이익 계정인 만큼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수익성 개선에서 고마진 기술료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새로운 기술수출도 필요하다. 유한양행이 글로벌 빅파마를 상대로 대규모 신규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것은 2019년 길리어드사이언스와 베링거인겔하임 계약이 마지막이다.

    두 회사에 이전했던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후보물질은 2024년과 2025년 각각 권리가 반환됐다. 조 대표 재임 중 렉라자 뒤를 이을 신규 빅파마 기술수출은 나오지 않았다.

    유한양행은 5월 'R&D day'에서 알레르기 치료제 '레시게르셉트(YH35324)'를 비롯해 △YH25724 △YH42946 △네스프로타미그 △YH32364 등을 '포스트 렉라자' 후보로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연구개발비도 1175억원으로 전년동기 1046억원보다 12.3% 늘렸다.

    이 가운데 기술수출 가능성이 가장 가까운 후보물질은 레시게르셉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 도입한 지속형 면역글로불린E(IgE) 저해제로, 만성 자발성 두드러기 환자를 대상으로 글로벌 임상 2상을 진행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에 따르면 목표환자 150명 가운데 42명이 등록됐으며 68명 이상이 등록되면 중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다. 현재 등록 속도를 고려하면 9월 말에서 10월 사이 중간분석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임상에서 경쟁력을 확인하면 조 대표 임기 중 새로운 기술수출 협상 기반을 마련할 수도 있다.

    조 대표의 마지막 성적표는 한 차례의 분기 최대 실적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렉라자를 일회성 마일스톤이 아닌 지속적인 로열티 수익원으로 키우고, 후속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와 사업화 기반을 차기 경영진에 넘기는 것이 남은 과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조 대표 재임 기간 렉라자가 국내 신약에서 글로벌 수익원으로 성장하면서 유한양행의 실적과 사업구조가 한 단계 올라선 것은 분명하다"며 "남은 기간에는 판매 로열티 확대와 후속 파이프라인의 사업화 가능성을 보여줘 렉라자 이후에도 성장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차기 대표 후보로는 김열홍 R&D 총괄 사장과 이병만·유재천 부사장이 거론된다. 유한양행 이사회 규정상 정기주주총회 약 6개월 전 최종 후보를 정하는 만큼 이르면 9월께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포스트 렉라자 개발과 글로벌 기술수출에 무게를 두면 김열홍 사장이 두드러지지만, 장기간 내부 인사를 대표로 선임해 온 승계 전통은 변수다. 김 사장과 내부 출신 임원이 역할을 나누는 각자대표체제도 선택지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