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삽겹살 등 급등…고수온·가축 폐사에 공급 차질"기온 1도 오르면 물가 0.07%p↑"… 기후 인플레 구조화 경고음전문가들 "생산기반 재편·기후 적응형 공급망 구축 등 구조적 대응해야"
  • ▲ 폭염이 부른 장바구니 물가 비상 상황을 나타낸 AI 이미지. ⓒ제미나이
    ▲ 폭염이 부른 장바구니 물가 비상 상황을 나타낸 AI 이미지. ⓒ제미나이
    기록적인 폭염이 농산물을 넘어 수산물과 축산물 가격까지 끌어올리는 이른바 '히트플레이션(Heatflation·폭염발 물가 상승)'이 현실화하고 있다. 40도에 육박하는 찜통더위와 가뭄, 고수온이 농축수산물 생산과 출하를 동시에 위축시키면서 먹거리 물가 전반에 비상이 걸렸다. 기후변화로 폭염이 해마다 더 빠르고 강하게 반복되는 만큼 히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물가 변수, 즉 '뉴노멀'이 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6일 수협노량진수산이 발표한 '7월 5주차 주간 수산물 동향'에 따르면 갈치(1㎏) 평균 경락가격은 1만67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6% 상승했다. 고등어는 2800원으로 7.7%, 연어는 1만8500원으로 19.4% 각각 올랐다. 오징어도 지난해와 비슷한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했고, 양식 광어와 자연산 참돔 가격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수산물 가격 상승의 직접적인 원인은 폭염에 따른 고수온이다. 국립수산과학원은 최근 동해 연안의 고수온 경보 해역을 6곳에서 13곳으로 확대했고, 일부 해역의 수온은 28도를 웃돌고 있다. 양식어류는 일반적으로 수온이 25도를 넘으면 성장과 생존율이 급격히 떨어진다.

    현장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경북 포항 육상양식장에서는 강도다리 치어 1만3000여 마리가 폐사했고, 제주에서는 광어 등 양식어류 3만3000여 마리가 집단 폐사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고수온 피해액은 2170억원에 달했고, 재난지원금과 양식보험 지원 등을 포함한 복구 예산만 2300억원을 넘어섰다.

    축산업도 폭염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폭염으로 폐사한 가축은 가금류 45만9000여 마리와 돼지 3만3000여 마리 등 모두 49만 마리를 넘어섰다. 농림축산식품부는 폭염 장기화로 가축 폐사가 빠르게 늘어나자 기존 축산재해대응반을 확대해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며 대응에 나섰다.

    축산물 가격도 불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국내산 삼겹살 가격은 100g당 2934원으로 한 달 전보다 6.0% 상승했다. 아직까지는 가축전염병 영향도 함께 작용하고 있지만 폭염이 길어질 경우 생산성 저하와 폐사가 겹쳐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농산물 가격 역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시금치와 오이, 열무 등 일부 채소 가격은 한 달 새 큰 폭으로 올랐고, 사과와 배 등 과일도 생육 지연으로 추석 이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제기된다. 다만 전문가들은 농산물보다 수산물과 축산물은 생산 회복에 더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공급 충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폭염은 생산 현장 자체도 마비시키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온열질환 감시체계 가동 이후 응급실을 찾은 온열질환자는 1200명을 넘어 역대 가장 빠른 증가세를 보였다. 환자의 80% 이상이 실외에서 발생했고, 작업장과 논밭 등 생산 현장에서 집중됐다. 농어업 생산 기반 자체가 폭염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정부는 수산물과 축산물 공급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해양수산부는 국산 수산물 전 품목을 대상으로 최대 50% 할인 행사를 실시하고 노르웨이산 고등어 추가 확보와 신규 수입선 발굴에 나섰다. 고수온 비상대책본부를 가동해 산소공급장치와 차광막 보급, 조기 출하 등을 추진하고 있으며, 농식품부도 폭염 취약 축종을 대상으로 열차단 도포제와 고온 스트레스 완화제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할인 행사와 비축 물량 방출 등 단기 처방만으로는 반복되는 폭염발 공급 충격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기후변화로 폭염과 가뭄, 고수온이 상시화하면서 히트플레이션 역시 새로운 물가 변수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기온이 일시적으로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은 0.4~0.5%포인트,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07%포인트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했다. 기온 상승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 농산물 가격 수준은 2%, 전체 소비자물가는 0.7%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전문가들은 이제 정책의 초점을 사후 가격 안정에서 사전 공급 안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림위성이 2027년부터 본격적으로 작황 예측에 활용되는 만큼 기상·작황·산지 재고·출하 정보를 연계한 선제적 수급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기후 적응 품종 개발과 스마트농업 확대, 양식시설 고도화, 축산 폭염 대응시설 확충, 수입선 다변화 등 생산 기반 자체를 기후변화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한 관계자는 "폭염이 일상화된 상황에서는 히트플레이션을 일시적인 이상 현상이 아니라 새로운 뉴노멀로 인식해야 한다"며 "가격이 오른 뒤 할인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생산과 공급 단계부터 기후 위험을 줄이는 구조적 대응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앞으로의 물가 정책 핵심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횟감을 고르는 모습. ⓒ뉴시스
    ▲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횟감을 고르는 모습.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