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업권 점유율 20% 붕괴…DB형 편중에 성장세 둔화'수익률 시대' 열린 퇴직연금…DC·IRP 급성장기금형, 운용 역량이 성패 좌우…보험사 경쟁력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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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직연금 시장이 DB형에서 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 중심으로 재편되는 가운데 정부가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까지 추진하면서 보험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보험업권의 퇴직연금 적립금은 107조원을 넘지만 점유율은 20% 아래로 떨어졌고, 기금형이 본격화하면 DB형 중심 자금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로 이동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사업장 규모와 특성에 따라 금융기관 개방형과 연합형, 공공기관 개방형 등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이달 중 유형별 세부 제도안을 마련하고 연내 입법을 추진할 계획이다.

    기금형 퇴직연금은 개별 기업이 은행과 증권사, 보험사 등 퇴직연금 사업자와 계약을 맺는 현행 계약형 방식과 달리 별도의 기금을 설립해 적립금을 통합 운용하는 제도다. 여러 사업장의 자금을 한데 모아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고 전문적인 자산 운용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보험업계는 기금형이 본격 도입될 경우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보험사 퇴직연금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은 DB형에 편중돼 있는 반면, 기금형은 운용성과를 중심으로 경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업권의 DB형 적립금은 81조1694억원으로 전체 보험사 퇴직연금 적립금의 75.6%를 차지한다. DC형은 19조4644억원(18.1%), 개인IRP는 6조6868억원(6.2%)에 그친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의 전체 적립금은 553조87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권이 281조5105억원으로 전체의 50.8%를 차지했고, 증권사가 165조468억원(29.8%)으로 뒤를 이었다. 보험업권은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를 합쳐 107조3206억원으로 전체의 19.4%를 차지했다. 보험사 적립금도 증가하고 있지만 시장 성장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점유율은 20% 아래로 내려왔다.

    이는 임금 상승률보다 투자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진 가운데 가입자가 자신의 투자 성향과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을 운용하려는 DC형과 개인IRP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증시 상승으로 상장지수펀드(ETF)와 주식형 펀드 등 실적배당형 상품의 수익률이 높아진 점도 자금 이동을 부추기고 있다. 원리금보장 상품 중심의 DB형과 달리 DC형과 개인IRP에서는 ETF와 펀드 등 다양한 투자상품을 편입할 수 있어 증시 호조에 따른 수익을 직접 반영할 수 있다.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 시행으로 사업자 간 이동이 쉬워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가입자는 기존 상품을 해지하거나 현금화하지 않고도 다른 금융사로 계좌를 옮길 수 있다. 이에 따라 상품 선택권과 수익률, 모바일 거래 편의성, 포트폴리오 관리 등 자산관리 서비스가 사업자 선택의 주요 기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기금형은 여러 사업장의 적립금을 대규모로 모아 운용하는 만큼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등 투자 운용 역량을 앞세운 사업자에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보험사로서는 기존 DB형과 원리금보장 상품 중심의 경쟁력만으로 시장을 지키기 어려워질 수 있는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 시장 참여 가능성도 보험업계가 주시하는 변수다. 국민연금이 낮은 수수료와 대규모 자산운용 경험을 앞세워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사업자로 진입할 경우 보험사를 비롯한 기존 민간 사업자의 영업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보험 업계 관계자는 "기금형 퇴직연금이 도입되면 기존 DB형 적립금이 증권사나 자산운용사로 이동하면서 기존 영업 기반이 위축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