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값 한 달 새 1.37%↑ … 12년 8개월만 최고 상승률전세 매물 '임대차법' 직후 수준 감소 … 토허구역·양도세 여파보유세 오르면 전월세난 불보듯 … 매물 더 줄고 조세 전가까지집주인 실거주로 세입자 불똥 … 이삿집 못 구해 반강제 월세行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집주인이 석 달 뒤 방을 빼달라네요. 주변 전세값이 너무 올라서 지금 보증금으론 이사도 못 갑니다. 외곽으로 나가면 된다고 하는데 직장, 애들 학교는요?"(세입자 A씨)

    무주택 서민들의 유일한 주거 버팀목인 전세가 무너지고 있다. 1주택 실거주를 강제하는 정부 정책으로 임대차 매물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고,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 등쌀에 세입자들은 더 싼 외곽 전셋집이나 월세로 속절 없이 내몰리고 있다. 설상가상 극심한 전세난을 두고 '정상화 과정'이라는 대통령 발언은 벼랑 끝에 선 세입자들의 무력감과 박탈감만 키웠다.

    전세 시장 상황은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정부 공급 대책이 발표도 전부터 '재탕', '맹탕' 비판에 직면한 가운데, 8만여가구에 이르는 서울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쏟아져 나올 판이다. 여기에 보유세 인상에 따른 조세 전가도 전월세값 폭등 도화선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식이라면 문재인 정부 당시 임대차법 시행 직후 때보다 더한 전월세난이 현실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文 정부 임대차법 시행 직후 수준 전세값 폭등 

    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는 128.1로 2020년 하반기 임대차법 시행 당시 기록한 최고치인 133.3에 근접한 수준이다. 해당 지수가 100을 넘으면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수급 불균형이 심해지면서 전세가격도 널뛰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1.37% 올라 2013년 10월 1.57% 이후 12년 8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역시 임대차법 시행 직후인 2020~2021년보다도 높은 수치다.

    매물 잠김과 전세값 폭등 배경엔 정부의 겹겹이 규제가 있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실거주 의무가 대폭 확대됐고 이는 임대차 매물 감소로 직결됐다.

    여기에 지난 5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가 더해지며 매물이 더욱 빠르게 자취를 감췄다. 연초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를 통해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방침을 처음 밝힌 이후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들은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 너도나도 전세 매물을 매도로 전환했다. 신규 매수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기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은 무력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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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稅 폭탄에 집주인 실거주 러시 … 세입자는 반강제 월세行

    지난 3일 발표된 세제 개편안은 그렇지 않아도 불안정한 전월세 시장에 기름을 부었다.

    정부는 실거주 여부에 따라 종합부동산세(종부세)를 차등 부과하고 초고가 주택의 보유 부담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에 따라 비거주 집주인 경우 기존 대비 최대 5배 많은 종부세를 떠안을 위기에 놓였다. 실거주 여부에 따라 최대 몇 천만원의 세금이 부과되기 때문에 집주인 입장에선 세입자를 내보내고 직접 그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현실적인 선택지다. 매도를 하더라도 매수자가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는 속수무책으로 이사를 나가야 한다.

    2024년 8월부터 이달까지 2년간 서울과 수도권에서 신규 전세 계약을 체결한 37만여가구가 집주인의 실거주와 매각으로 계약을 연장하지 못하는 잠재적 위험에 노출된 셈이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세제 개편안 발표 후 일선 공인중개소에는 이사갈 전세집을 알아보려는 문의 전화가 잇따르고 있다.

    강남구 M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현재 거주 중인 전세집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전세 매물을 알아보는 이들이 꽤 많다"며 "문제는 매물 자체가 없는 데다, 2년 사이 전세값이 많게는 1억~2억원씩 이상 올라 현재 거주 중인 전세집 보증금에 대출금까지 얹어도 원하는 조건을 맞추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직장인 윤모 씨(35)는 "집주인으로부터 아들 부부가 이사올 계획이니 집을 비워달라는 연락을 받았다"며 "11월 계약 만료 시점에 계약갱신청구권을 써서 2년 더 거주할 계획이었는데 당황스럽다"고 했다.

    이어 "근처로 이사갈 생각에 공인중개소 서너 곳에 전화를 돌려봤지만 매물이 없다는 대답뿐이었고, 그나마 있는 매물은 현재 거주 중인 전세집 보증금보다 가격이 1억원 이상 비싸 월세까지 고려하는 중"이라며 "왜 집도 없는 세입자들이 정부 정책으로 피해를 봐야 하나"고 불만을 토로했다.

    조세 전가 본격화 조짐 … 8만호 이주 수요 '시한폭탄'

    설상가상 보유세 등 세제 강화는 집주인들이 전세보증금과 월세를 올리는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늘어난 세 부담을 세입자에게 떠넘기는 '조세 전가'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정부투자분석센터장이 발표한 '보유세 부담의 전가: 서울지역 전세가격을 중심으로' 논문은 공시가격이 10%포인트(p) 오르면 전세가격이 약 1.3%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세 매물이 급감한 상황에서 서울 내 대규모 정비사업 이주 수요까지 겹치는 것도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서울시는 올해부터 2028년까지 예정된 정비사업 이주 물량이 총 8만3630가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통상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하면 주민들의 이주 수요가 인근 전월세 시장으로 옮겨 붙어 매물 부족과 가격 폭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는 "정책은 초고가 아파트 매매시장을 겨냥하고 있지만 그 여파가 미치는 마지막 장소는 전월세 시장"이라며 "서울은 시민 절반 이상이 임차인인 도시인데도 정부 대책은 전월세 시장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 규제로 갭투자와 비거주 1주택 어려워지면서 전세시장은 장기적으로 상당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공공임대를 공급하겠다고 하지만, 임대수요를 공공이 모두 감당하기란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