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취임 1년 만에 11% 상승…공급 대책은 서울시·주민 반발세제 개편·ISA 논란에 대통령 재검토 지시…반도체 전력 확보도 불투명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사태…"정책실장이 '정책' 아닌 '정치'하다 사달"李 '생중계 쇼맨십' 부처 큰 부담…즉석 지시·공개 질책 졸속 정책으로
  •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한 부동산과 세제, 반도체, 증시 등 핵심 정책이 잇따라 암초에 부딪히고 있다. 서울 아파트값은 정부 출범 1년 만에 역대 정부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고, 수도권 주택 공급 대책은 서울시와 주민 반발로 발표 전부터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

    정부가 내놓은 세제 개편안과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개편 방안도 투자자와 청년층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전면 재검토를 지시하면서 정책 혼선만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는 안정적인 전력 공급에 필요한 원전 건설 문제가 풀리지 않았고,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는 증시 변동성과 개인 투자자 피해를 키웠다는 책임론에 휩싸였다.

    정부 안팎에서는 대통령의 즉석 지시와 이를 신속하게 이행하려는 부처의 속도전이 충분한 검토와 이해관계자 협의가 생략된 정책을 양산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책 발표 뒤 반발이 확산하면 대통령이 재검토를 지시하고, 부처가 다시 대책을 만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도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계곡 정비보다 쉽다'던 부동산…서울 아파트값 1년 새 11% 상승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부동산 시장 정상화에 대해 "계곡 불법시설 정비나 주식시장 정상화보다 쉬운 일"이라고 자신했다. 정부가 규제와 세제, 금융, 공급 등 막강한 정책 수단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의지만 있다면 수도권 집값을 안정시킬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국토교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1년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첫해 상승률 8.2%와 이명박 정부 당시 5.4%를 웃도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박근혜 정부와 노무현 정부, 윤석열 정부 집권 첫해에는 서울 아파트값이 하락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재명 정부의 초기 성적표는 더욱 뼈아프다는 평가다.

    정부는 수도권에 5만가구 이상을 공급하기 위해 서울 강남권 개발제한구역 해제와 용산어린이정원 개발, 도심 유휴부지 및 준공업지역 활용 등을 검토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준공 시기를 앞당기고 신축 매입임대를 확대하는 방안도 공급 대책에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주택 공급의 핵심 열쇠를 쥔 서울시와 사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그린벨트 추가 해제와 용산어린이정원 개발, 용산국제업무지구 주택 공급 확대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도권 30만㎡ 이하 그린벨트 해제 권한과 주택 건설 인허가권을 서울시가 보유하고 있어 정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도 어렵다.

    용산과 태릉CC, 과천 경마장 등 기존에 거론된 공급 대상지도 지방자치단체와 주민 반발에 막혀 있다. 준공업지역은 소유주와 임대업자, 세입자의 권리관계가 복잡해 사업 추진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린벨트를 해제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 5~10년이 걸릴 수 있어 단기적인 시장 안정 효과는 제한적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대책마저 기존 후보지를 되풀이하는 수준에 그치면 오히려 공급 부족에 대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제 개편도 후퇴…1주택·ISA·주가 누르기 방지법 동시 논란

    정부가 지난 3일 발표한 세제 개편안도 각계의 반발에 직면했다. 주택 보유 기간이 길수록 세 부담을 최대 40%까지 줄여주는 양도소득세 장기보유 특별공제는 전면 폐지되고 거주 기간에 따른 공제만 적용한다. 기존에는 보유 공제에 거주 공제(40%)까지 활용하면 최대 80%까지 양도세를 줄일 수 있었고 공제 한도도 무제한이었는데, 개편안이 시행되면 이런 혜택이 축소되고 공제 한도도 10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공시가 14억원 초과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도 커진다. 비거주 1주택자의 기본공제가 12억원에서 9억원으로 축소되기 때문에다. 시장에서는 초고가 주택 보유자를 넘어 1주택 비거주자의 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실수요자와 장기 보유자까지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확산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의 절세와 자산 형성 수단으로 활용되는 ISA 개편안은 더 큰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는 투자 대상을 국내 자산으로 한정한 '생산적 금융 ISA'를 신설하는 대신 기존 ISA의 납입 한도 이월 제도를 폐지하고 계약 기간을 줄이기로 했다. 청년층과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 개미' 사이에서는 투자 선택권을 좁히고 사실상 국내 주식 투자를 강요한다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상속·증여세를 줄이기 위해 대주주가 의도적으로 주가를 낮추는 행위를 막겠다는 '주가 누르기 방지법'도 설계가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안은 최근 13개 반기 가운데 12개 반기 동안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코스피 업종별 하위 25% 또는 코스닥 하위 10%에 해당하면 주가 누르기 기업으로 추정하도록 했다. 그러나 기업이 일부 기간에만 PBR 순위를 관리하면 규제를 피할 수 있어 제도 도입 취지를 살리기 어렵다는 비판이 여권 내부에서도 제기됐다.

    결국 이 대통령은 지난 7일 ISA 개편안과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한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ISA 개편안과 관련해 "정확히 준비하지 않고 왜 그렇게 한 것이냐"고 참모들을 질책했다. 주가 누르기 방지법에 대해서도 제도 개편 취지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며 다시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800조원 반도체 프로젝트…전력 핵심 '원전' 여론조사에 맡겨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800조원 규모의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 역시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력 공급 방안이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호남 지역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팹 4기를 유치하겠다는 구상이지만, 24시간 안정적인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 필요한 신규 원전 건설 문제는 공론화와 여론조사를 거쳐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서남권 반도체 팹 4기에 필요한 추가 전력은 약 6.3GW로 추산된다. 전국의 AI 데이터센터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까지 포함하면 추가 전력 수요는 총 24.7GW에 달한다. 이는 발전용량 1.4GW인 한국형 원전 APR1400 약 18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반도체는 24시간 안정적으로 전기를 공급해야 하기 때문에 재생에너지 증가분만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인정했다. 전남 영광 한빛원전과 울산 새울원전의 기존 부지 안에 원전을 추가로 건설하는 방안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그러나 기후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신규 원전을 얼마나 반영할지를 국민 여론과 실현 가능성을 종합해 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대국민 토론과 여러 차례의 여론조사를 추진할 예정인 가운데 정작 반도체 공장이 들어설 호남 지역은 전국에서 원전에 가장 부정적인 지역으로 조사됐다.

    기후부가 지난 1월 실시한 조사에서 광주·전라 응답자 가운데 원자력을 확대가 필요한 발전원으로 선택한 비율은 리얼미터 조사 기준 45.0%로 전국 8개 권역 중 가장 낮았다. 원전이 위험하다는 응답은 43.1%로 가장 높았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원자력 확대가 필요하다는 호남 응답은 제주를 제외하면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정부가 한쪽에서는 천문학적 투자가 필요한 반도체 공장 유치를 발표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핵심 기반시설인 원전 건설 여부를 여론조사에 맡기면서 정책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론화 결과 신규 원전 건설에 제동이 걸리면 서남권 반도체 프로젝트 역시 일정 지연과 투자 축소가 불가피할 수 있다.
  •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 2025.11.18. ⓒ 뉴시스
    ▲ 김용범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이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의 전세 관련 질의를 듣던 중 가족이 언급되자 격노하고 있다. 옆에 있던 우상호 정무수석이 만류하고 있다. 2025.11.18. ⓒ 뉴시스
    ◆코스피 9000 이후 급락…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책임론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를 이어가던 증시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 이후 극심한 변동성에 시달리고 있다. 한때 900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가 급락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의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정책 도입을 주도한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의 경진론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해당 종목의 하루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고위험 상품이다.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손실도 두 배로 확대된다. 시가총액 비중이 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레버리지 자금이 집중되면서 코스피 전체의 변동성도 커졌다는 비판을 받는다.

    상품 도입 이후 증시에서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수십 차례 발동하는 등 급등락이 반복되자 정부가 주식시장을 투기판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일부 외신에서는 코스피를 '오징어 게임'에 비유하기도 했다.

    국민의힘뿐 아니라 여권 내부에서도 정책 실패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가 투자자의 기본예탁금을 높이는 등 뒤늦게 보완책 마련에 착수했지만, 이미 대규모 손실을 본 개인 투자자들은 '뒷북 대책'이라고 반발한다.

    김 실장은 최근 증시 변동성과 관련해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역동적으로 투자하는 특성도 영향을 미쳤다"며 책임을 개인 투자자로 돌리는 발언으로 공분을 샀다. 이종배 전 서울시 의원은 지난 3일 김 실장을 직권남용, 강요,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 등 혐의로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김 실장은 지난해 11월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딸을 언급하며 전세 관련 질의를 하자 호통을 치는 등 격노하는 모습을 보여 논란이 일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김 실장이 정책이 아닌 정치를 하려고 하니 이런 사달이 난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생중계 질책에 부처는 속도전…'정책 발표→반발→재검토' 악순환

    부동산과 세금, 반도체, 증시 정책의 표류가 개별 부처의 단순한 실수를 넘어 이 대통령의 '쇼맨십'에서 비롯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국무회의와 부처 업무보고를 생중계하고, 보고 과정에서 당국자들을 즉석에서 질책하거나 새로운 대책을 주문하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였다. 

    대통령이 직접 현안을 챙기고 관료사회의 복지부동을 깨뜨린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복잡한 이해관계와 시장 파급 효과를 면밀히 검토해야 하는 경제정책까지 대통령의 즉석 주문에 따라 속도전으로 추진되면 부작용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관가에서는 대통령의 공개 질책을 피하기 위해 부처가 충분한 검증을 하지 않은 채 정권의 입맛에 맞는 '정책 상납'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 지시를 신속하게 이행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정책 효과와 부작용, 이해관계자 반발을 충분히 따지지 않고 대책부터 발표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지난 5일 업무보고에서 검사의 직접 수사권을 폐지하는 형사소송법에 대해 "나는 개정된 형사소송법을 안 읽어봤다"고 한 말은 실소를 자아내게 한다. 그는 전날 직접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해당 법안을 의결하고 "사필귀정의 필연적 조치"라고 했다. 국무회의와 업무보고가 얼마나 졸속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