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원유 수입 중동산 비중 50% 붕괴, '탈호르무즈' 새 표준으로길어지는 봉쇄에 美·中도 대체 속도, 공급망 다변화정부 "당장 수급 문제없지만 장기화 땐 부담", 10월 고비 대비
  • ▲ 호르무즈해협 선박ⓒ연합뉴스
    ▲ 호르무즈해협 선박ⓒ연합뉴스
    한국이 수입하는 원유에서 중동산 비중이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지 다섯 달 만에 중동 중심의 원유 조달 구조가 허물어지고 있다. '탈호르무즈' 흐름이 일시적 우회를 넘어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5~7월 국내 원유 수입에서 중동산이 차지한 비중은 48.5%로 집계됐다. 지난해 연간 69.1%보다 20.6%p 낮아진 수치다. 중동산 원유의 빈자리는 미주산과 아프리카산이 채웠다.

    이는 좀처럼 풀리지 않는 호르무즈 봉쇄가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란은 최근 해협 재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미군 철수와 전쟁 배상, 대이란 제재 해제 등 6개항을 제시했다. 지난 6월 미국과 맺은 종전 MOU보다 조건이 까다로워 재개방 기대는 뒤로 밀렸다. 실제 해운 데이터를 보면 최근 해협 통항량은 전쟁 이전의 6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탈호르무즈를 통해 중동산 원유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흐름은 한국만의 일이 아니다.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인 중국은 약 14억 배럴에 이르는 전략 비축유를 쓰며 수입을 서두르지 않고 있다. 미국은 지난 7월 사우디산 원유 수입이 사실상 '0'을 기록했다. 연초 하루 80만 배럴 이상 사들이던 데서 급감한 것으로 빈자리는 자국산 셰일 경질유와 베네수엘라산이 채웠다.

    업계에서는 향후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더라도 원유 공급망이 이전으로 회귀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모하마드 레자 파르자네간 독일 마부르크대 교수는 호르무즈의 불안정이 길어질수록 각국이 공급처 다변화와 우회 인프라, 전략 비축유 확충을 앞당기게 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란이 그 무기를 더 공격적으로 휘두를수록 무기는 더 빨리 무뎌질 것"이라며 "이란이 다른 나라들에 해협 의존도를 줄일 이유를 주는 셈"이라고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호르무즈를 우회해 하루 350만~55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있는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둔 상태다. 이란의 해협 교란이 이어질수록 주요 산유국들이 우회 인프라를 확장할 동기도 커진다. 

    한편, 한국 정부는 당장의 수급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사태가 길어지면 나프타는 9월, 원유는 10월부터 수급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보고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