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정권서 댐 30개 백지화 … 호남권서만 하루 69만t 용수 날려서남권 반도체 65만t 확보 비상에 나주댐 농업용수 33% 전용 대책"과거 댐 차단이 첨단산업 발목"… 대책 없이 농가 희생 강요 비판
  • ▲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통합광주 광산구 송정동 군 공항 일원.ⓒ뉴시스
    ▲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통합광주 광산구 송정동 군 공항 일원.ⓒ뉴시스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에 호남권 댐 수위가 낮아지면서 향후 조성될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용수 공급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시간 가동돼야 하는 반도체 팹(Fab)은 용수 공급이 조금만 차질을 빚어도 막대한 생산 손실로 직결되는 만큼 이상기후에 대비한 안정적인 수원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농업용 댐까지 산업용수로 활용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이를 두고 가뭄 발생 시 용수 공급을 제한하거나 공급량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현실화할 수 있고, 농업계와 반도체 산업 간 물 배분 갈등으로까지 번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용도에 따라 구분해 온 수자원 간 벽을 허물고 신규 호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의 물 부족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농업용 저수지를 공업용수로 전환해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800조원을 투자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일대에 조성하는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하루 65만톤(t)에 달하는 공업용수를 확보해야 해서다.  

    기후부는 '2026년 하반기 주요 업무계획'에서 "앞으로 농업용·발전용 등으로 분절됐던 수자원을 복합적으로 연계해 활용할 것"이라며 "농업에 지장이 없는 한도 내에서 대형 농업용 댐 용수를 생활·공업용 용수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영산강·섬진강 수계 기존 댐을 통해 확보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는 하루 65만t을 동복댐(30만t)·주암댐(5만t)·장흥댐(10만t)·보성강댐(10만t)·나주댐(10만t) 등 5개 댐을 통해 확보할 방침이다. 

    문제는 영산강·섬진강 수계엔 가뭄에 취약한 지역이 적지않다는 점이다. 특히 영산강의 경우 수량이 부족하고 유역면적이 적은데다 하수처리장 방류수로 5대강 중 가장 나쁜 수질을 보이는 곳으로 평가된다.

    기후부의 2023년 '전국 가뭄취약지도'에 따르면 주암댐과 섬진강 하류 일부 유역은 가뭄취약성 최고 단계인 5등급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가뭄 시 하천 흐름을 나타내는 '기준갈수량'도 섬진강 128만t, 영산강 59만t으로 이들 유역은 한강의 4분의 1, 낙동강의 3분의 1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나주댐은 나주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는 대표적 농업용 댐이다. 나주댐의 연간 용수공급량은 1억900만t이다. 이를  단순 환산하면 하루 평균 공급량은 약 29만9000t이다. 이 중 하루 10만t을 공업용수로 전환할 경우 전체 공급량의 약 33.4%에 해당한다. 

    하루 공급량의 3분의 1 가량을 산업용수로 전환하는 만큼 가뭄 등으로 수량이 줄어들 경우 농업용수 확보 여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농업용 댐은 농번기 등 시기에 따라 안정적인 농업용수 공급이 필수적인 만큼 수요가 집중되는 시기에 산업용수 공급까지 겹치면 물 배분을 둘러싼 갈등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기후변화로 가뭄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서 댐 저수량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변수다.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는 성명을 내고 "대표적인 농업용수 공급원 중 하나인 나주댐 용수의 계획이 포함되면서, 향후 농업용수 부족 가능성을 우려하는 농업 현장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직접적인 이해당사자인 농업인에게 사업 필요성과 농업용수 확보 대책을 설면하고 이해와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마련됐어야 했는데도 생략됐다"고 비판했다. 

    과거 정부에서 백지화된 댐 건설 계획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용수 부족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진보 정권에서 댐 건설 계획이 대거 무산되면서 수자원 확보 기반이 약화됐고, 대규모 산업용수 수요가 발생하자 기존 농업용수까지 끌어와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것이다.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역대 정부서 추진하다 백지화된 다목적댐 및 용수전용댐 계획은 전국 총 31건에 달한다. 이 가운데 30건(98.7%)이 노무현 정부 18건, 문재인 정부 8건, 이재명 정부 8건 등 진보 정권에서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단 사유는 주민 반대와 경제성·시급성·필요성 부족 등이었다.

    특히 호남권으로 범위를 좁히면 구례 내서댐 (9만3000t), 화순 동복천댐 (16만2000t), 순창 적성댐 (37만2000t), 전주 상관댐(3만9000t), 완주 신촌댐(1만3000t), 신흥댐(1만1000t) 등 총 6곳의 댐이 진보정권에서 백지화됐다. 하루 공급량 69만t 규모로 이는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하루 용수 필요량 65만t을 상회한다.

    정부는 신규 댐 건설 없이도 기존 수원 용도를 바꾸고 연결하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용수 공급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존 수원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안정적인 중장기 용수 확보 전략을 다시 세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