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日 구마모토 처럼"…전력·용수 차질 없는 준비 지시김성환 "용인·광주 반도체에 21GW 필요" 원전 15기 규모전력 수요 구체화됐는데 "신규 원전 국민 여론 듣고 판단"업계 "결정 늦어질수록 반도체 클러스터 적기 가동 불확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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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재명 대통령이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메가프로젝트 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08.10. ⓒ뉴시스
이재명 대통령이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대해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한다"며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주문했다. 일본 구마모토 반도체 클러스터에 뒤처지지 않도록 부지 확보와 전력·용수 등 기반시설 구축 절차를 동시에 추진하라는 것이다.그러나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 성패를 좌우할 전력 공급 대책은 여전히 불확실하다. 추가로 필요한 전력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됐는데도 주무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반도체 공장에 가장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인 신규 원자력발전소 건설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지난 1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확정된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여론조사에 부치더니 이번 12차 전기본 수립 과정에서도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여론조사 등을 거쳐 확정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은 '전격전'을 강조하는데 주무부처는 전력 인프라의 방향조차 정하지 못하면서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이 대통령은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메가프로젝트 제2차 민관합동 점검회의'에서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경우 일본 구마모토 못지않은 속도로 신속하게 집행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국방부에는 2028년 중순까지 광주 기지 기능을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배치해 광주 군 공항 부지를 반도체 산업단지로 조기에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고 지시했다.군 공항 이전이 끝나기 전이라도 인근 부지에서 산업단지 조성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앞당기라는 주문도 내놨다. 이 대통령은 "현재 단계에서는 무엇보다 부지와 기반시설이 중요하다"며 "전력·용수 공급 계획도 차질 없이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향후 1년을 '골든타임'으로 규정하고 관련 법령의 제·개정과 규제 개선, 인허가 절차를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하라고 당부했다.문제는 반도체 공장 가동에 필요한 대규모 전력을 언제, 어떤 발전원으로 공급할지에 대한 정부 계획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는 점이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같은 날 JTBC 유튜브 라이브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해 "인공지능 혁명 시대에 꼭 필요한 게 전기와 물"이라며 "그것을 제때 공급하지 못하면 인공지능도 없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김 장관은 반도체 클러스터에 필요한 전력 규모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그는 "지금 반도체는 용인에서 15기가와트(GW), 광주에서 6GW 정도가 필요하다. 총 21GW"라며 "기존 계획 안에 들어 있었던 것도 있지만 대부분은 신규로 필요한 전력"이라고 밝혔다.21GW는 설비용량 1.4GW인 한국형 대형 원전 APR1400 약 15기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장관도 방송에서 용인에 필요한 전력은 원전 약 10기, 광주는 약 4기 규모라며 전체적으로 "15개 정도의 원전이 필요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7일 전남광주 나주시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한전기술지주회사 출범식에 참석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기후에너지환경부 제공) 2026.08.07. ⓒ뉴시스
김 장관은 대규모 반도체 공장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데는 2~3년이 걸리는 반면 345킬로볼트(㎸)급 전력망 구축에는 통상 5~10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에 대한 사전적 준비가 없으면 반도체 공장을 돌릴 수 없다"고도 했다. 발전소와 송전망을 미리 확보하지 못하면 산업단지와 공장이 완공되더라도 정상 가동이 어려울 수 있다는 의미다.그런데도 김 장관은 신규 원전을 실제로 건설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 목표를 기존 78GW에서 100GW로 높였다고 설명하면서 "재생에너지를 추가로 늘리는 것만으로 부족하면 원전을 일부 더 추가해야 하는지 여부는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전문가들과 국민에게 의견을 여쭤보고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호남권 원전 후보지가 있느냐는 질문에도 "특별히 고려되지 않고 있다"며 "지금은 지을 거냐 말 거냐를 먼저 판단해야 한다"고 답했다. 다만 "전체적으로 보면 필요성은 있다고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 수요가 원전 15기 설비용량에 해당한다면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는 다시 국민 의견을 들어 판단하겠다는 것이다.정부는 오는 10월 발표할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을 반영할지를 놓고 여론조사와 공론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김 장관은 "원전 문제는 똑같은 사실을 보고도 여러 해석이 있기 때문에 사전에 국민 여론조사도 하고 공론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에너지 수요와 공급 방식, 산업 경쟁력 등을 국민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정부는 이미 확정된 11차 전기본의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두고도 지난 1월 리얼미터와 한국갤럽에 의뢰해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11차 전기본에는 대형 원전 2기와 700메가와트(㎿)급 소형모듈원전(SMR) 1기 건설 계획이 반영돼 있었지만 정부가 수용성 조사를 다시 진행하면서 부지 선정과 후속 절차가 지연됐다는 비판을 받았다.당시 조사에서는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는 응답이 반대보다 훨씬 많았다. 이후 대형 원전 2기 부지로 경북 영덕군이, SMR 부지로 부산 기장군이 각각 선정됐다.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을 유치하기로 한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는 약 6.3GW의 추가 전력이 필요하다. 전국 AI 데이터센터의 추가 전력 수요는 약 18.4GW로 추산된다. 두 사업의 추가 수요만 24.7GW로, APR1400 원전 약 18기의 설비용량에 해당한다.정부는 재생에너지 설비를 대폭 확대해 수요 증가에 대응한다는 계획이지만 태양광과 풍력은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달라져 이용률이 15% 안팎에 그친다. 이 때문에 3대 메가프로젝트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이용률이 80% 안팎인 원전을 공격적으로 늘리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말이 에너지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원전은 부지 선정과 인허가, 건설을 거쳐 상업운전에 들어가기까지 통상 10년 이상이 걸린다. 전력망 건설에도 5~10년이 필요하다. 김 장관은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 원전 2기를 추가로 지을 수 있는 부지가 있고 울산 울주에도 2기를 건설할 수 있는 부지가 마련돼 있어 건설 기간을 단축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현재로서는 참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다.정부 목표대로 2029년 말까지 광주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최소 1개씩의 팹을 가동하려면 당장 발전원과 송전망 구축 계획을 확정해도 일정이 빠듯하다.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다시 여론조사에 부치고 후보지와 건설 규모 결정을 미룰 경우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의 적기 가동이 불투명해질 수 있다.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에 필요한 전력 규모가 구체적으로 제시됐고 주무부처 장관도 원전의 필요성을 인정한 상황"이라며 "그런데도 원전을 지을지부터 다시 판단하겠다고 하면 기업은 전력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공급될지 예측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이어 "재생에너지 확대와 신규 원전 건설은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대통령이 전격전을 주문한 만큼 정부도 필요한 발전설비와 송전망 건설 계획을 조속히 확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