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 이어 워치·AI 글라스까지 '스냅드래곤' 의존 확대내달 퀄컴 칩 가격 두 자릿수 인상, 원가 부담 커져엑시노스 2600 성능 격차 좁혔지만 전성비 등 양산 경쟁력 과제
  • ▲ 갤럭시 Z폴드8 신제품 이미지ⓒ윤아름 기자
    ▲ 갤럭시 Z폴드8 신제품 이미지ⓒ윤아름 기자
    인공지능(AI)이 스마트폰을 넘어 워치와 안경 등 다양한 디바이스로 확산하면서 삼성전자의 '칩셋 선택'이 새로운 고민 거리로 떠올랐다. 최신 갤럭시 폴더블에 이어 스마트워치와 AI 글라스까지 퀄컴의 스냅드래곤이 잇따라 채택되면서다. 자체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인 엑시노스의 성능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지만 실제 제품에 적용하기 위해서는 발열과 전력 효율, 수율 등 넘어야 할 산이 여전히 많다. 여기에 퀄컴이 9월부터 공급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올릴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의 부품 원가 관리에도 비상이 걸렸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공개한 갤럭시 Z 폴드8과 폴드8 울트라에 전량 퀄컴의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를 탑재했다. 갤럭시 Z 플립8에는 엑시노스 2600과 스냅드래곤을 지역별로 나눠 적용했지만 최상위 폴더블 제품에는 자체 AP를 사실상 배제했다.

    퀄컴 의존도는 스마트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워치9과 갤럭시 워치 울트라2에도 처음으로 자체 엑시노스 W 시리즈 대신 퀄컴의 웨어러블 전용 칩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SW6100)'를 탑재했다. 삼성전자와 구글 등이 함께 선보인 AI 글라스 '인텔리전트 아이웨어'에도 퀄컴의 AR1 1세대 칩이 적용된다.

    삼성전자가 모바일 AP에 이어 웨어러블과 AI 글라스까지 퀄컴을 선택한 것은 단순히 칩 성능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기능이 고도화되면서 디바이스가 처리해야 할 연산량이 급격히 늘었고, 짧은 순간의 최고 성능보다 장시간 안정적으로 AI 연산을 수행할 수 있는 전력 효율과 발열 제어 능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 ▲ 갤럭시 Z폴드8와 Z폴드8 울트라ⓒ윤아름 기자
    ▲ 갤럭시 Z폴드8와 Z폴드8 울트라ⓒ윤아름 기자
    성능은 따라왔지만 … '실사용 경쟁력'이 발목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2600은 이전 세대와 비교하면 상당한 개선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CPU 성능만 놓고 보면 퀄컴과의 격차가 크게 줄었다. 갤럭시 S26 정식 출시 모델을 기준으로 한 일부 벤치마크에서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와 엑시노스 2600의 싱글코어 성능 차이는 2% 안팎에 그쳤다.

    엑시노스 2600은 삼성전자의 2나노 GAA 공정을 적용한 첫 모바일 AP로 전작보다 CPU와 AI 연산 성능을 크게 끌어올렸다. 신경망처리장치(NPU)를 통한 생성형 AI 처리 성능도 전작 대비 최대 113% 향상됐다는 게 삼성전자의 설명이다. GPU인 Xclipse 960 역시 전작 대비 레이 트레이싱 성능이 크게 개선됐다.

    그럼에도 최상위 폴더블에 엑시노스가 들어가지 않은 것은 '피크 성능'만으로는 플래그십 AP 경쟁력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폴더블은 일반 바형 스마트폰보다 AP의 발열을 제어하기 까다롭다. 접히는 구조 때문에 내부 공간이 제한되고 기판과 주요 부품 배치에도 제약이 따른다. 고사양 게임이나 생성형 AI 등 고부하 작업이 장시간 이어질 경우 발열과 전력 효율 문제가 성능 유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엑시노스의 약점으로 꼽혀온 부분도 여기에 있다. 과거 엑시노스는 벤치마크상 높은 성능을 기록하고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는 발열로 인해 성능이 떨어지거나 배터리 효율에서 불리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S26 일부 모델과 갤럭시 Z 플립8에 엑시노스 2600을 투입하면서 양산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지만 폴더블 최상위 제품 전체를 맡길 정도로 신뢰도를 확보했는지는 별개의 문제다.

    업계에서는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의 '실패 비용'이 삼성전자의 보수적인 칩셋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 폴더블은 삼성전자가 애플의 첫 폴더블 아이폰과 맞붙어야 하는 핵심 프리미엄 제품군인 만큼 AP 성능에 대한 소비자 평가가 판매량과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삼성전자는 갤럭시 Z 플립8에 자체 칩을 제한적으로 탑재하기로 결정했다. 한국·유럽·남미 등 일부 시장에는 엑시노스 2600을,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시장에는 스냅드래곤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차별화했다. 자체 칩의 경쟁력을 시험하면서도 핵심 시장에서는 성능 안정성이 검증된 퀄컴 칩을 선택하는 '투트랙' 전략으로 풀이된다.
  • ▲ 삼성전자의 AI 글라스 신제품ⓒ윤아름 기자
    ▲ 삼성전자의 AI 글라스 신제품ⓒ윤아름 기자
    워치·AI 글라스까지 퀄컴 … '두뇌' 주도권 흔들

    웨어러블 시장에서는 상황이 더 명확하게 나뉘고 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갤럭시 워치에 자체 엑시노스 W시리즈를 꾸준히 적용해왔지만 갤럭시 워치9과 워치 울트라2에서는 전 모델에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를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웨어 엘리트는 최대 20억개 파라미터 규모의 AI 모델을 처리할 수 있는 독립형 NPU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상황 인지형 추천이나 자연어 음성 처리 등 온디바이스 AI 기능이 중요해지면서 단순한 앱 구동 성능보다 AI 연산 능력이 웨어러블 칩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이다.

    이는 AI 디바이스 시장의 경쟁 기준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과거 스마트워치나 스마트폰의 AP 경쟁은 CPU·GPU 성능과 배터리 효율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기기 안에서 AI 모델을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돌릴 수 있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됐다.

    AI 글라스도 마찬가지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통해 주변 정보를 실시간으로 인식하고 음성 명령에 반응하는 AI 글라스는 스마트폰보다 작은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센서와 AI 연산을 처리해야 한다. 칩의 전력효율과 발열, AI 가속 성능이 제품 사용성을 좌우할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생태계의 다양한 제품군에서 퀄컴을 선택하면서 엑시노스가 설 자리가 좁아지는 이유다.

    퀄컴 가격 인상까지 … 삼성에 '원가 부담' 현실화

    문제는 퀄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칩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퀄컴은 최근 고객사에 서한을 보내 오는 9월 1일 이후 출하하는 제품의 공급 가격을 두 자릿수 비율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따른 반도체 공급망 전반의 비용 상승과 부품 조달난 등이 배경으로 거론된다.

    퀄컴은 팹리스 업체인 만큼 반도체 제조와 조립·시험 상당 부분을 외부 공급업체에 의존한다. 공급업체의 생산비와 부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 이를 자체적으로 흡수하기 어려운 구조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부담이 적지 않다. 모바일 AP는 스마트폰의 핵심 부품이자 제품의 성능과 직결되는 만큼 단순히 다른 부품으로 대체하기도 어렵다. 특히 갤럭시 S 시리즈나 폴더블처럼 제품 출시 일정과 최적화가 수년전부터 진행되는 플래그십 라인업은 공급처를 단기간에 변경하기 어렵다.

    실제 삼성전자 MX사업부의 모바일 AP 매입 비용은 지난해 13조8272억원으로 전년 10조9326억원보다 26.5% 증가했다. 메모리 가격 상승에 이어 모바일 AP 가격까지 오르면 스마트폰 사업의 원가 부담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 Z8 시리즈 역시 일부 모델의 가격이 전작보다 올랐다. 갤럭시 Z 폴드8 울트라와 플립8 256GB 모델의 국내 출고가는 각각 257만7300원과 168만3000원으로 전작보다 19만8000원씩 높아졌다.
  • ▲ 갤럭시 워치9과 워치 울트라2ⓒ윤아름 기자
    ▲ 갤럭시 워치9과 워치 울트라2ⓒ윤아름 기자
    '엑시노스 카드' 꺼내려면 … 결국 수율·파운드리

    퀄컴의 가격 인상은 역설적으로 삼성전자에 자체 칩 경쟁력을 키울 필요성을 더욱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가 엑시노스를 충분히 양산할 수 있다면 외부 AP 가격에 대한 협상력을 높이고 제품별 원가 구조도 직접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경쟁사와 달리 AP 설계부터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연결할 수 있는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시스템LSI사업부가 엑시노스를 설계하고 파운드리사업부가 첨단 공정에서 이를 생산하는 구조다.

    이는 애플이나 구글 등 자체 칩 설계 역량을 가진 기업과 비교해도 삼성전자가 갖는 차별점이다. 자체 칩을 개발하면서 동시에 생산 공정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디바이스와 반도체 사업을 연결하는 전략을 펼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파드리의 수율과 생산 안정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엑시노스의 성능이 아무리 좋아도 충분한 물량을 안정적으로 생산하지 못한다면 갤럭시 제품군에 대규모로 탑재하기 어렵다. 반대로 갤럭시 내부에서 엑시노스 채택 물량이 줄면 시스템LSI사업부의 칩 개발 경쟁력과 파운드리 첨단 공정의 가동률 개선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엑시노스의 성패는 단순히 퀄컴과의 벤치마크 점수 경쟁을 넘어선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안정적인 수율과 전력효율, 발열 제어, 장시간 AI 연산 성능까지 실제 제품에서 검증해야 한다. 동시에 충분한 생산량을 확보해 가격 경쟁력까지 갖춰야 한다.

    업계에서는 차세대 엑시노스 2700이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엑시노스 2700을 플래그십 모델 탑재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칩의 성능과 양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한다면 갤럭시 내 탑재 비중을 다시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으로 기대된다.

    AI 디바이스 전쟁, 결국 '두뇌' 싸움으로

    AI 디바이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칩의 중요성은 과거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AI가 클라우드에서 처리되는 수준을 넘어 디바이스 자체에서 실시간으로 실행되는 온디바이스 AI가 확대될수록 NPU와 메모리, 전력관리, 통신 기능을 하나의 칩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구현하느냐가 제품 경쟁력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당장 성능과 안정성이 검증된 퀄컴을 포기하기는 어렵지만 자체 칩 경쟁력을 키우지 못하면 AI 디바이스의 핵심 부품에 대한 통제력도 확보하기 어렵다. 엑시노스의 성능 개선과 함께 시스템LSI·파운드리의 수율과 생산 경쟁력을 동시에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퀄컴 칩 의 가격이 오르고 AI 디바이스에서 칩의 중요성이 커질수록 자체 AP를 확보한 기업과 그렇지 못한 기업의 원가 및 제품 설계 경쟁력 차이가 커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엑시노스의 성능 뿐 아니라 수율과 전성비, 장시간 AI 연산 안정성까지 확보해 갤럭시 전반으로 탑재를 확대할 수 있느냐가 향후 AI 디바이스 경쟁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