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마요2슈퍼 상업 활용·파생 모델 제작까지 무상 허용학습은 블랙웰, 차량 탑재는 AGX 토르·하이페리온현대차 GPU 5만개 확보, 전환비용 늘며 가격협상력 약화 될까
  • 엔비디아가 최신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모델 알파마요2 슈퍼’를 무료 개방했다. 완성차업체는 독자 자율주행 AI 개발을 앞당길 수 있지만 활용 범위가 넓어질수록 학습용 GPU부터 차량용 컴퓨터까지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는 높아진다. 개발비를 줄이는 대신 핵심 연산 인프라의 주도권과 가격협상력을 내줄 수 있다는 ‘종속 딜레마’가 커지는 배경이다.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지난 4일 자율주행 AI 모델 알파마요 2 슈퍼를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했다. 개방형 AI 모델 배포 라이선스인 ‘OpenMDW-1.1’을 적용해 완성차업체가 별도 계약이나 추가 승인 없이 모델을 미세조정하고 파생 모델을 만들어 양산차에 적용하거나 재배포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알파마요 모델은 연구·평가 등 비상업적 용도로만 무료 사용이 가능했다. 이번 개방으로 완성차업체는 엔비디아가 개발한 기초 모델에 자체 주행데이터와 운전 정책을 추가해 회사별 자율주행 AI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알파마요 2 슈퍼는 340억개 매개변수를 갖춘 자율주행용 기초 모델이다. 기존 ‘알파마요 1.5 나노’보다 규모가 3배 이상 커졌고 주행 영상 학습량도 8만시간에서 11만5000시간으로 늘었다. 복잡한 교차로나 갑작스러운 끼어들기처럼 사례가 적은 상황에서도 주변 차량과 보행자의 움직임을 분석해 주행 경로와 판단 근거를 제시한다. 자율주행 추론 성능을 평가하는 링고QA 점수도 74.2점에서 79.2점으로 상승했다.

    엔비디아는 주행 영상을 학습데이터로 만드는 작업을 자동화해 수개월이 걸리던 데이터 주석 작업을 수일로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알파마요2슈퍼는 영상 속 차량과 보행자, 도로 상황을 분류하고 특정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이유까지 표시한다. 완성차업체는 기초 모델 개발과 데이터 분류 작업을 건너뛰고 자체 주행데이터 학습부터 시작할 수 있는 셈이다.
  • ▲ 알파마요2슈퍼의 주행 모습.ⓒ엔비디아
    ▲ 알파마요2슈퍼의 주행 모습.ⓒ엔비디아
    다만 알파마요 2 슈퍼는 대규모 연산시설에서 차량용 모델을 만들어내는 ‘교사 모델’이기 때문에 이를 구동하는데 필요한 GPU도 증가한다. 7개 카메라 영상을 동시에 처리할 때 최대 약 72GB의 그래픽 메모리를 사용한다. 국가와 차종별 파생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고 학습하려면 최소  H100 80GB GPU나 후속 제품인 블랙웰 GPU를 대규모로 갖춘 연산시설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학습한 지식을 실제 차량에서 실시간으로 구동하려면 고성능 차량용 컴퓨터 ‘드라이브 AGX 토르’가 필요하다. 여기에 각종 센서를 연결해 자율주행 시스템으로 구현하려면 통합 플랫폼 ‘드라이브 하이페리온’까지 갖춰야 한다. 결국 알파마요의 활용이 차량용 반도체와 플랫폼 구매까지 이어지는 구조다.

    이처럼 주행데이터 처리와 모델 학습, 가상 검증, 차량 탑재까지 엔비디아 제품에 맞춰 구축하면 다른 플랫폼으로 옮기는 비용이 커진다. GPU를 교체하려면 모델과 데이터를 다시 최적화해야 하고, 차량용 컴퓨터를 바꾸면 센서와 소프트웨어 연결부터 성능·안전성 검증까지 다시 진행해야 한다.

    플랫폼 전환이 어려워지면 완성차업체의 가격협상력도 약해진다.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나 차량용 컴퓨터 가격을 올려도 다른 공급자로 즉시 옮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GPU 공급 물량과 신제품 출시 일정까지 엔비디아가 결정하면서 완성차업체의 차량 개발 일정과 원가에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 같은 딜레마를 가장 선명하게 보여준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엔비디아 블랙웰 GPU 5만개를 활용해 차량용 AI와 자율주행, 로봇, 스마트팩토리용 모델을 학습·검증·배포하는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

    블랙웰 GPU 5만개는 현대차·기아와 모셔널이 확보한 주행데이터를 처리하고 국가·차종별 자율주행 모델을 동시에 개발하는 기반이 된다. 블랙웰 GPU에서 학습한 모델은 옴니버스와 코스모스로 구현한 가상 도로에서 검증한 뒤 드라이브 AGX 토르와 하이페리온을 통해 양산차와 로보택시에 적용한다.

    GPU 5만개라는 대규모 구매 물량은 초기 계약에서 현대차그룹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뿐 아니라 로봇과 스마트팩토리까지 같은 연산 환경을 사용하면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어려워진다. 향후 GPU와 차량용 컴퓨터를 추가 구매할 때 엔비디아가 제시하는 가격과 공급 조건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커진다.

    엔비디아는 이 같은 전략을 피지컬 AI 전반으로 확대하고 있다. 로봇용 AI 모델 ‘아이작 GR00T’, 가상 환경을 만드는 ‘코스모스’, 생성형 AI 모델 ‘네모트론’에도 같은 개방형 라이선스를 적용해 무료 모델의 범위를 넓히고 있다. AI 모델은 공짜로 제공하고 이를 학습·구동하는 GPU와 컴퓨팅 플랫폼을 판매하는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