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상한 적용 땐 15조2400억원 … 실제 부과액은 감경·가담 정도 따라 결정은행별 1조 손실 가정, 농협 0.67%p·하나 0.47%p·국민 0.40%p 하락기업여신 확대에 RWA 부담까지 … 자본 방어 나서면 생산적금융도 제약농협·기업은행 1조 손실 땐 반기 순익 80% 넘어 … 중기 대출 불똥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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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고채 입찰 담합 과징금이 법정 상한 기준 15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은행권 자본여력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은행 한 곳이 1조원의 손실을 떠안을 경우 보통주자본비율(CET1)이 최대 0.7%포인트 가까이 떨어질 수 있어 기업대출 확대에도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 대상에는 KB국민·NH농협·IBK기업·하나·KDB산업은행 등 은행 5곳과 증권사 10곳이 포함됐다. 공정위는 2020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국고채 경쟁입찰 과정에서 투찰금리와 물량 등을 사전에 합의하거나 관련 정보를 교환한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공정위가 담합 영향을 받았다고 본 국고채 입찰 규모는 약 76조 2000억원이다. 공정거래법상 법정 상한 20%를 단순 적용하면 최대 15조 2400억원에 달한다. 다만 이는 15개 금융사 전체에 적용할 수 있는 법정 최대치를 단순 계산한 금액으로, 개별 금융사의 실제 부담액은 정해지지 않았다. 최종 과징금은 가담 기간과 위반 정도, 감경 사유 등에 따라 달라진다.

    은행들의 자본여력은 아직 규제 수준을 웃돌지만 기업대출 확대가 새로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올해 2분기 말 개별 은행 CET1은 농협은행이 15.77%, 국민은행은 14.65%를 기록했고 하나은행도 13%대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기업대출 확대 등에 따른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 15.35%보다 0.70%포인트(p) 낮아졌다. 이익 증가보다 위험자산이 빠르게 불어나면 자본비율이 떨어지는 구조다.

    본지는 최신 공시를 토대로 과징금이 은행 자본에서 전액 차감되는 상황을 가정해 자본비율 영향을 분석했다. CET1 비율은 보통주자본을 RWA로 나눠 산출한다. 이에 따라 과징금 손실액만큼 보통주자본이 감소하고 RWA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가정해 CET1 하락 폭을 계산했다. 세무 효과와 추가 자본확충 등은 반영하지 않았다.

    은행별 손실액을 1조원으로 적용한 결과 CET1 하락 폭은 농협은행이 0.67%p로 가장 컸다. 하나은행은 0.47%p, 국민은행 0.40%p, 기업은행은 0.36%p로 추산됐다. 손실액을 5000억원으로 낮춰도 농협은행은 0.33%p, 하나은행 0.23%p, 국민은행 0.20%p, 기업은행은 0.18%p 하락하는 것으로 계산됐다.

    순이익과 비교해도 부담은 작지 않다. 올해 상반기 국민은행 순이익은 2조 2254억원, 하나은행 2조 1211억원, 농협은행 1조 1629억원, 기업은행 별도 순이익은 1조 2078억원이다. 1조원이라는 액수는 농협은행과 기업은행 반기 순이익의 각각 86.0%, 82.8%에 해당한다. 하나은행은 47.1%, 국민은행도 44.9%에 달한다.

    자본 충격이 기업대출로 번지는 고리는 RWA다. 은행이 CET1을 방어하려면 자본을 늘리거나 RWA 증가를 억제해야 한다. 단기간 자본확충이 쉽지 않은 만큼 신규 여신의 위험도를 낮추거나 대출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이 현실적인 대응 수단이 될 수 있다.

    특히 기업금융은 상대적으로 영향이 클 수 있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은행들은 하반기 성장축을 기업금융으로 옮기고 있고, 정부 역시 생산적금융을 내세워 중소·중견기업으로 자금 공급을 확대하도록 주문하고 있다. 신용도가 낮거나 담보가 부족한 기업은 우량기업보다 자본 부담이 커질 수 있어 자본 방어가 우선되면 기업여신의 한도와 심사를 보수적으로 운용할 유인도 커진다.

    건전성 부담도 겹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올해 2분기 말 기업대출 추정손실은 9809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3% 증가했고, 부실 직전 단계인 요주의여신도 10조 2177억원으로 불어났다. 기업대출 확대로 RWA는 늘고 부실 비용까지 커지는 상황에서 과징금으로 자본까지 감소하면 생산적금융 확대와 자본·건전성 관리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은행은 이익 유보와 배당 조정, 자본성증권 발행 등을 통해 과징금에 따른 자본 감소를 일부 보완할 수 있다. 다만 조 단위 손실이 발생하면 내부 CET1 관리선을 지키기 위한 RWA 관리 필요성도 커진다. 이 경우 신규 기업대출 증가폭을 조절하거나 고위험 여신을 선별하는 방식으로 영향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전망이다. 금융당국도 공정위의 PD 담합 제재 결과가 금융회사 건전성과 생산적금융 공급 등에 미칠 파장을 주시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과징금 규모와 은행별 부담액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대출 감소를 단정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조 단위 손실이 현실화하면 자본비율과 주주환원, 기업금융 확대를 동시에 유지하기 어려워 여신 포트폴리오를 보수적으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