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때보다 분양가 2억5000만원↑ … 25평 7억9297만원본청약 3년3개월·입주 4년7개월 지연 … 2030년에야 겨우 입주가격 뛰었지만 모기지 한도 그대로 … 당첨자들 LH에 항의 서한
  • ▲ 성남복정2지구 한 사전청약자가 LH 서울본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모습.ⓒ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 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
    ▲ 성남복정2지구 한 사전청약자가 LH 서울본부 앞에서 1인시위를 하는 모습.ⓒ성남복정2지구 사전청약 피해자 대책위원회 제공.
    정부가 주택 공급을 앞당기겠다며 도입한 사전청약이 성남복정2에서는 5년 가까운 기다림으로 돌아왔다. 2021년 5억원대 추정 분양가를 믿고 청약한 신혼부부들은 본청약이 세 차례 미뤄진 끝에 2억5000만원 넘게 오른 '8억원 청구서'를 마주하게 됐다. 입주 시기도 2025년 10월에서 2030년 5월로 밀렸다.

    그사이 당첨자들은 전월세 계약을 연장하고 출산과 자녀교육 등 가족계획까지 거듭 바꿔야 했다. 사업 지연으로 공급 물량은 줄고 사업비는 2800억원 가까이 불어났지만 분양가 인상분을 보전할 별도 대책은 없다. 공공이 공급 약속을 지키지 못한 책임까지 정책을 믿고 기다린 무주택 신혼부부가 감당하게 됐다.

    11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LH는 전날 청약플러스에 성남복정2 A1블록 신혼희망타운 본청약 입주자모집공고를 냈다. 공고문을 보면 전용면적 55㎡ 평균 분양가는 타입별로 7억9096만~7억9297만원으로 책정됐다.

    주력 평형인 전용 55A 평균 분양가는 2021년 사전청약 당시 추정 분양가 5억3840만원보다 47.3% 오른 7억9297만원에 책정됐다. 전용 56㎡ 테라스형은 8억1214만원으로 가장 높다. 발코니 확장과 추가 선택품목 비용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았다.

    본청약 공고 이후 사전청약자들은 예상치를 뛰어넘은 분양가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돈 없는 신혼부부를 위한 집인데 민영아파트와 다를 게 없어졌다"며 "처음부터 분양가가 8억원이라고 알았다면 5년을 기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사전청약 당시 신청자의 총자산 기준은 3억700만원이었다. 자산이 이 기준을 넘지 않는 신혼부부를 모집한 주택의 분양가가 5년 만에 8억원을 넘어선 셈이다.

    분양가는 올랐지만 신혼희망타운 전용 수익공유형 모기지의 대출 한도는 최대 4억원으로 그대로다. 주택가격의 최대 70%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4억원 상한에 걸려 전용 55A 평균 분양가의 절반가량만 충당할 수 있다. 입주자는 해당 상품에 의무적으로 가입하고 향후 집을 팔 때 매각 차익 일부를 주택도시기금과 나눠야 한다.

    사전청약자 이모씨는 본청약이 계속 미뤄지면서 계약 여부와 자금 마련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입주할 때면 아이가 중학생이 되는데 그때까지 전셋집을 옮겨 다녀야 할지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김모 씨는 "LH는 본청약 일정이 더 늦어지지 않는다고 반복해서 안내했지만 공고 직전까지 일정이 바뀌었다"며 "이제는 입주 일정이 지켜질 것이라는 설명도 신뢰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모 씨는 "2021년 당첨 당시에는 무주택 신혼부부였지만 지금은 두 아이의 부모가 됐다"며 "신혼희망타운을 기다리는 동안 신혼은 끝났고 내 집 마련의 희망은 계약조차 못 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바뀌었다"고 하소연했다.

    사업 일정도 당초 계획에서 크게 벗어났다. 성남복정2 A1블록은 2021년 10월 사전청약 당시 본청약 2023년 5월, 입주 2025년 10월로 안내됐다. 실제 본청약 공고는 2026년 8월에야 나왔다. 본청약은 3년3개월, 입주는 2030년 5월로 4년7개월 미뤄졌다.

    기다림을 견디지 못하고 사전청약 지위를 포기한 당첨자도 적지 않다. 2021년 사전청약 물량은 632가구였지만 이번 공고에서 사전청약 당첨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428가구다. 최초 물량보다 204가구 줄어 67.7%만 남았다.

    사업 지연에는 성남시와 인근 주민 간 갈등이 영향을 미쳤다. 당초 학교 인근에 배치된 아파트 2개 동을 두고 학습권과 안전 우려가 제기됐고 성남시는 국토교통부에 사업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사업지 내 성남시 소유 토지 매각도 늦어졌다. LH와 성남시가 설계변경 협의를 진행하면서 학교 앞 2개 동은 계획에서 빠졌다.

    그 결과 전체 공급 물량은 1026가구에서 공공분양 594가구와 행복주택 298가구를 합한 892가구로 축소됐다. 공급은 감소했지만 총사업비는 4895억원대에서 7688억원으로 약 57% 늘었다.

    반면 과천주암 C1·C2블록은 지자체가 관계기관과 해법을 찾으며 지연된 일정을 되돌렸다. 하수처리시설 용량 부족으로 본청약이 2024년에서 2028년으로 밀리자 과천시는 사전청약자들과 협의체를 꾸리고 LH와 27차례 협의를 진행했다. 서울시와 하수처리 임시 위탁 방안도 마련했다. 그 결과 2028년으로 밀렸던 본청약 공고는 C2블록 2025년 8월, C1블록 같은 해 12월로 3년 앞당겨졌다.

    성남복정2 사전청약자들은 사업 지연 책임과 분양가 상승 대책을 요구하며 LH에 항의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LH 측은 "사전청약제도는 주택건설사업계획 확정 전에 개략적인 사업계획을 제시하는 제도 특성상 사업 추진 과정에서 사업 일정과 세대수 등 불가피한 계획 변경이 발생할 수 있음을 입주자모집공고문을 통해 이미 안내했다"고 답했다.

    이어 "본청약 분양가는 분양가심사위원회가 정한 상한금액 안에서 주변 시세와 당초 본청약 시점까지의 인상 요인 등을 반영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본청약 지연에 따른 분양가 상승분이 사전청약자에게 모두 전가되지 않도록 가격을 책정했다는 입장이다.

    장기 지연 단지 지원책으로 사전청약 당첨자의 계약금은 분양가의 10%에서 5%로 낮췄다. 중도금도 20%를 한 차례 납부하는 방식으로 조정했다. 분양가 인상분을 직접 보전하는 별도 지원책은 이번 공고에 담기지 않았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도 일정 지연과 분양가 상승이 이어지자 2024년 5월부터 공공 사전청약을 새로 받지 않기로 했다"며 "공급을 앞당기려고 만든 제도가 오히려 무주택자를 수년간 기다리게 하고, 그사이 오른 분양가까지 부담하게 한 셈"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