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보 직원 75.9% "지방 이전 시 계속근무 의향 없어"2030·4~5급 비중 높아 … 전문인력 이탈·채용난 우려이전 비용·서울 출장 부담까지 … "금융안전망 기능 저하 가능성"
-
- ▲ 예금보험공사 노동조합이 11일 오전 본사에서 ‘금융위기 대응 핵심기관으로서 예금보험기구의 적정 입지 타당성 분석’ 연구용역 결과 발표와 노조 입장 발표를 겸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박정연 기자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이 공동 행동에 나선 데 이어 예금보험공사도 지방 이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나섰다. 정책금융부터 예금자 보호까지 금융 핵심기관들이 잇달아 반발하면서 정부의 2차 공공기관 이전 구상도 첫 관문부터 진통을 겪고 있다.11일 예보 노조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본사에서 행정기관·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정책 관련 예보 적정 입지 연구 결과와 노조 입장을 발표하는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김영헌 예보노조 위원장은 "예보의 입지는 청사의 위치 문제가 아니라 금융안정망의 작동 구조 문제"라며 "균형발전의 이름으로 청년의 미래와 다음 세대 금융안전망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이어 김 위원장은 "국가균형발전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부정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균형발전이 아니라 기관의 기능을 따지지 않는 일률적 이전이 초래할 금융안전망 공백"이라고 설명했다.예보 노조가 재직자 74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내부 인식조사에서도 지방 이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두드러졌다.지방 이전 시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근속 5년 미만이 12.0%에 그쳤다. 5~10년은 18.6%, 10~20년은 31.4%, 20년 이상은 52.8%로 근속기간이 짧을수록 계속 근무 의향이 낮았다.직급별로도 5급 실무직의 계속 근무 의향은 9.5%에 불과했다. 4급은 21.7%, 1~3급 관리자급은 55.4%로 집계됐다.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이탈 가능성이 저연차·실무직급에 집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예보 종합직 658명 가운데 20·30대는 전체의 48%를 차지했다. 실무 핵심인 4·5급 462명 중 20·30대 비중은 68.4%에 달했다.노조는 지방 이전이 현실화할 경우 금융과 법률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저연차 인력이 대거 이탈할 수 있고 이를 대체할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도 상당한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고 있다.정주 여건에 대한 우려도 컸다. 응답자의 93%는 지방 이전 시 출퇴근 등 생활 여건과 자녀 교육, 배우자 직장 등 가족 문제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전체 응답자 가운데 지방 이전 이후에도 계속 근무할 의향이 있다는 답변은 24.1%에 그쳤다.예보의 고유 기능을 고려할 때 서울 소재를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응답은 91.1%, 지방 이전 대상에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은 90.0%로 나타났다. 사실상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예보의 서울 소재 유지 필요성에 공감한 셈이다.이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부담도 쟁점으로 제기됐다.예보 노조에 따르면 1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에 투입된 비용은 총 9조1549억원으로 이 가운데 청사 건축비가 약 80%를 차지했다.지방 이전이 불가피할 경우 계속 근무를 위해 필요한 지원을 묻는 질문에는 주거비·이전비 지원이 86.6%로 가장 높았다. 유연·재택근무 확대는 72.8%, 순환근무와 서울사무소 근무 보장은 69.2%로 조사됐다.노조는 청사 이전비뿐 아니라 인력 이탈에 따른 신규 채용과 교육 비용, 서울 출장 비용, 위기 대응 지연에 따른 잠재적인 예보기금 손실까지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방 이전 비용을 단순한 청사 이전비가 아닌 금융안전망 전체가 부담해야 할 구조적 비용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특히 예보는 금융회사의 부실 발생 시 예금자 보호와 부실 금융회사 정리, 상시감시 등을 담당하는 만큼 금융당국과 금융회사가 밀집한 서울을 떠날 경우 위기 대응 속도와 업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예보 내에서도 금융안정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를 비롯해 리스크 관리와 차등보험료율 산정 관련 업무는 금융회사와의 현장 접촉과 공동 검사, 출장 등이 잦아 지방 이전에 따른 업무 비효율이 클 수 있다는 설명이다.김 위원장은 "노동관계법뿐 아니라 근로계약상 쟁점까지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금융 공공기관의 반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다. 산은·기은·수은 노조는 전날 공동 성명을 낸 데 이어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임직원 약 2000명이 참여하는 결의대회를 연다. 세 국책은행 노조가 지방 이전 저지를 위해 공동 집회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들은 정책금융기관을 지방으로 분산할 경우 전문인력 이탈과 네트워크 약화로 첨단산업·중소기업 지원 기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책은행에 이어 금융안전망을 담당하는 예보까지 반대에 가세하면서 금융 공공기관의 반발 전선도 넓어지는 양상이다.수년간 답보했던 2차 공공기관 이전 논의는 6·3 지방선거를 거치며 다시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도 추가 이전 의지를 밝힌 가운데 정부는 9월 전후 로드맵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며 산업은행·기업은행·수출입은행·예보 등이 주요 후보로 거론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