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량 규제에 막힌 은행권 대출 … 금리 비교는 '사치'하반기 대규모 집단대출 줄대기 … 벼랑 끝 몰린 실수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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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중은행 대출창구 현장 ⓒ 연합뉴스
"어디가 한도가 남아있는지 모르니까 단체 카톡방 같은 곳에 들어가서 정보를 계속 받아보고 있어요. 대출상담사는 연말로 갈수록 더 어려워질 거라고 금리가 높더라도 모기지 보험 가입이 가능한 2금융권도 생각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내년 결혼을 앞두고 매매가 급한 상황이라 금리가 높더라도 대출이 나와주기만 하면 감지덕지할 판입니다."아파트 매매를 앞둔 예비 차주 A씨는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실행 가능 여부를 두고 초조한 마음을 토로했다. 금리나 상환 조건을 비교해 0.1%포인트(p)라도 이자를 아끼기 위해 발품을 팔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당장 대출을 내어주는 은행부터 찾아야 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정부의 총량규제 압박에 은행권 대출 셧다운이 현실화되면서 소비자의 선택권은 실종됐다. 그저 한도가 열리기만을 기다리는 선착순 대출이 새로운 일상으로 굳어지고 있다.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이미 당국이 설정한 연간 관리 목표를 넘어선 상태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의 정책성 대출을 뺀 가계대출은 지난 6일 기준 650조3766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5조4005억원 불어난 것으로, 올해 관리 목표인 4조3300억원보다 1조원 이상 많다.연말까지 대출 총량을 목표 수준으로 맞춰야 하는 은행들로서는 신규 대출 문턱을 높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들이 금리와 조건을 앞세워 고객을 유치하던 시장이 이제는 차주들이 대출 가능한 은행을 찾아다니는 '한도 쟁탈전'으로 뒤집힌 셈이다.◆ 연차 내고 10곳 뺑뺑이 … 대출 셧다운이 부른 '은행 오픈런'최근 SNS와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은행 투어 끝에 간신히 대출 실행에 성공했다는 후기들이 쏟아지고 있다. 한 누리꾼은 "은행 10곳을 돌아다닌 후에야 대출 접수에 성공했다"며 "반차로는 어림도 없고 연차를 내어 하루 종일 돌아다녀야 한다"고 토로했다.또 다른 대출 대기자는 "아침 일찍 갔는데도 대기번호가 40번까지 이어졌다"며 "B은행의 경우 대출 상담을 소화할 행원조차 부족해 별도의 방을 임시로 만들고 본점과의 화상 연결을 통해 겨우 상담을 받았다"고 말했다.이러한 기형적인 현상의 배경에는 정부의 강력한 가계대출 축소 기조와 이에 따른 은행권의 동시다발적인 '대출 빗장'이 있다. 연간 가계대출 관리 목표를 맞춰야 하는 은행들은 일제히 취급 기준을 강화하며 사실상 대출 셔터를 내리기 시작했다.KB국민은행은 지난달 주택 구입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기존 최대 6억원에서 3억원으로 축소했다. 하나은행은 지난 7일부터 비대면 주담대 신규 취급을 한시적으로 중단했고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29일부터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담대 신규 접수를 막았다.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주담대 월간 취급 한도를 10억원으로 축소했고 NH농협은행도 대출모집인을 통한 대출 접수를 중단했다. 특히 5대 시중은행 모두 모기지보험 가입을 제한해 사실상 전체적인 대출 한도를 크게 축소했다. -
- ▲ 서울 아파트 전경 ⓒ 뉴데일리
◆ 10분 만에 끝나는 카뱅 오픈런 … 잔금 급한 실수요자 '직격탄'문제는 정부의 총량 관리 정책에 따른 피해가 당장 잔금을 치러야 하는 실수요자에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주택 계약을 이미 마친 실수요자들은 벼랑 끝에 몰렸다.다음 달 입주를 앞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의 경우, 최근 KB국민·신한·하나 등 시중은행 3곳이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잔금대출 한도를 우선 배정했다.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검토 중이지만 비슷한 수준으로 한도를 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강남권 대단지 입주 시에는 은행들이 낮은 금리를 제시하며 고객 유치전을 벌이는 것이 통상적이었지만 이번 예비 입주자들은 은행별 대출 조건을 따질 겨를도 없이 일단 한도부터 확보하기 위해 선착순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시중은행의 창구가 막히자 대출 수요가 인터넷은행으로 몰려가는 풍선효과도 뚜렷하다. 최근 카카오뱅크에서는 매일 오전 6시 주담대 접수가 시작된 지 단 10분 만에 일일 한도가 마감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하반기에 예정된 대규모 집단대출 물량도 주요 변수로 꼽힌다. 서울의 경우 당장 이달 '래미안 트리니원'을 시작으로 10월 '아크로 리버스카이', 12월 '드파인 아르티아'와 '써밋 더힐' 등 대형 단지들의 집단 대출 수요가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대출절벽에 대한 실수요자들의 원성이 높아지자 금융당국은 뒤늦게 보완책 마련에 나섰다. 이미 분양계약을 체결한 입주 예정자의 잔금대출 등 일부 집단대출을 은행의 가계대출 총량 관리에서 예외로 인정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하지만 잔금대출 규제가 일부 완화되더라도 신규 주담대를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서려던 수요자들은 한도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대출 실행에 대한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실수요자들의 대출 선점 경쟁은 올 연말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정해준 한도에 맞추기 위해서는 대출 제한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대로라면 연말에는 대출 실행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