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X 중심 동행노조, 자사주 1000주 요구, 총 11.4조 규모3445억원 상당 자사주 지급, 합의 끝난 사안 두고 보상 요구DX부문 사상 첫 분기 적자 속 비상경영, 주주가치 훼손 우려
  • ▲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집회 현장ⓒ뉴데일리DB
    ▲ 삼성전자 초기업노조 집회 현장ⓒ뉴데일리DB
    삼성전자 DX(디바이스경험) 부문 직원들이 주축이 된 '동행노조'가 임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을 요구하고 나서 물의를 빚고 있다. 전체 임직원에게 지급할 경우 11조400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미 노사 합의에 따른 보상이 이행된 데다 DX 부문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며 비상경영에 돌입한 상황에서 추가로 거액의 보상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동행노조는 오는 21일 서울 서초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고 사측에 자사주 지급 등을 요구할 예정이다. 노조가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시점은 삼성전자 DX부문이 부품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 등의 영향으로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하면서 연간 적자 전환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과 맞물린다.

    사상 첫 적자에도 DX노조 '자사주 1000주' 추가 요구

    동행노조가 이번 집회를 통해 요구하는 핵심 사항은 'DX부문 직원 1인당 자사주 1000주 지급'이다. 노조의 주장대로 DX부문 임직원 약 4만9345명에게 1000주씩 지급할 경우 총 4934만5000주가 필요하다. 이를 현재 주가 기준으로 환산하면 소요 규모만 약 11조4000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 DX부문은 현재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부품 가격 상승과 수요 둔화 등이 겹치면서 올해 2분기 사상 처음으로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업계에서는 연간 적자 전환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적과 연동되지 않은 대규모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회사의 경영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무리한 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3445억원 자사주 지급 완료 … "추가 요구 명분 없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 7월 8일 DX부문 등 직원 4만9345명에게 1인당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 지급을 완료했다. 총 지급 주식은 108만3434주로 전체 처분 규모는 약 3445억원에 이른다. 이와 함께 올해 임금 6.2% 인상을 비롯해 사내 주택대부 제도 신설, 자녀출산경조금 상향 등 전사 공통의 처우 개선안도 이미 적용되고 있다.

    특히 DX부문이 급격한 비용 상승과 수요 침체로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환경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도 회사가 선제적으로 자사주 지급과 처우 개선을 단행했다는 점에서 추가 요구의 명분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동행노조가 추가 보상을 요구하면서 재계와 학계에서는 단체교섭의 질서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미 노사 간 합의가 이뤄지고 해당 내용까지 이행된 사안에 대해 뒤늦게 추가적인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노사관계의 기본적인 질서를 훼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행노조는 지난해 말 공동교섭단을 구성해 교섭에 참여했으나 사후조정을 앞둔 지난 5월 4일 일방적으로 교섭단에서 이탈한 바 있다. 스스로 정당한 대화와 협상을 통해 요구를 관철할 기회를 포기한 뒤 뒤늦게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실력 행사에 나서는 것은 노사관계의 기본인 '신의 성실의 원칙'에 어긋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적자 속 11조원 보상?" … 주주가치 훼손 우려

    증권가와 재계 전문가들은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비상경영 상황에서 DX부문이 11조원대에 달하는 추가 보상을 감당할 경우 기업 경쟁력 약화와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특히 자사주는 기업이 보유한 자산인 만큼 대규모 자사주를 임직원에게 추가로 지급할 경우 그만큼 회사가 미래 투자나 재무 건전성 확보에 활용할 수 있는 자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막대한 자원을 임직원 보상에 투입하는 것이 기업의 장기적인 경쟁력 확보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실적과 무관한 과도한 보상은 회사의 재무 부담을 키울 뿐만 아니라 주주의 잔여청구권을 침해하는 '선배당' 성격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 시장과 투자자의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현재 필요한 것은 추가적인 조 단위 보상보다 실적 회복과 경쟁력 강화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DX부문이 사상 첫 분기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 노조의 요구가 현실화될 경우 회사의 재무 부담뿐 아니라 주주와 투자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재계 관계자는 "회사가 적자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노조가 상식 밖의 무리한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지금은 명분 없는 실력 행사보다 실적 회복이라는 본연의 과제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