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 6.4조, 연간 목표 4.3조 이미 돌파상환능력 같아도 은행 한도 따라 희비 … 주담대 '오픈런' 확산올해 총량 목표 1.5%로 더 조여 … 잔금·이주비는 다시 예외 검토2021년 '대출 절벽' 5년 만에 재연, DSR 중심 규제 재설계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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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가계빚을 잡겠다며 대출 규제를 거듭 강화한 끝에 은행의 '남은 한도'가 차주의 대출을 좌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대출 오픈런까지 번지자 정부는 다시 실수요 대출에 예외를 검토하면서 규제와 보완책이 꼬리를 무는 모습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달 말 6조 3821억원으로 올해 금융당국에 제출한 연간 목표 4조 3363억원을 이미 2조원 넘게 웃돌았다. 지난해 목표액 8조 690억원의 절반 수준으로 총량 자체가 줄어든 데다 연중 목표까지 일찌감치 넘어서면서 은행권의 대출 여력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

    대출 심사에는 사실상 새로운 변수가 하나 더 붙었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은 소득과 원리금 부담을 따져 차주별 한도를 정하지만 총량규제는 은행 전체 공급량을 묶는다. 소득과 신용, 담보가 충분해도 은행에 남은 한도가 없으면 대출을 받기 어렵다. 같은 조건의 차주라도 신청 시점과 금융회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는 구조다.

    은행들은 한여름부터 문을 좁혔다. KB국민은행은 수도권·규제지역 주택구입 목적 주담대 한도를 6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췄고 우리은행은 영업점별 월 취급 한도를 30억원에서 10억원으로 줄였다.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도 모집인을 통한 신규 주담대 접수를 제한했다.

    집단대출도 선착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다음 달 입주하는 서울 서초구 디에이치방배 3064가구에는 KB국민·신한·하나은행이 각각 1000억원씩 잔금대출 한도를 배정했다. 우리·NH농협은행까지 같은 규모로 참여해도 전체 한도는 5000억원 수준이다.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22억 40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입주민 사이에서는 잔금대출 확보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시중은행에서 밀려난 수요는 인터넷은행으로 향했다. 카카오뱅크에서는 오전 6시 주담대 접수가 시작된 뒤 10분 안팎에 마감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올해 12월까지 입주 예정 물량은 임대주택을 제외하고 7만 1000가구, 이달에만 1만 4342가구에 달해 잔금 수요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같은 대출 오픈런의 배경에는 중첩된 규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지난해부터 개별 차주에 대한 규제를 잇달아 강화한 데 이어 올해 금융회사 전체의 대출 총량까지 강하게 묶으면서다.

    출발점은 지난해 6·27 대책이었다. 수도권·규제지역 주담대에 6억원 한도를 두고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의 LTV를 낮춘 데 이어 9·7, 10·15 대책을 거치며 규제지역 LTV와 주택가격별 주담대 한도, 전세대출 규제를 추가했다. 올해는 관리대상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지난해 실적 1.7%보다 낮은 1.5%로 설정했다. 2030년까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을 80% 수준으로 낮춘다는 장기 목표 아래 대출 공급도 한층 강하게 관리하고 있다.

    총량을 맞추지 못한 금융회사에는 다음 해 목표를 깎는 페널티도 적용된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가계대출을 2조 1270억원 늘려 연간 목표 2조 61억원을 약 1200억원 초과했고, 올해 관리 한도에서 그만큼 차감되는 페널티를 받는다. 지난해 목표를 크게 초과한 새마을금고의 올해 관리목표는 '+0원'으로 설정됐다. 목표 초과가 이듬해 대출 여력까지 제약하는 구조여서 금융회사로서는 연간 한도 관리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실수요자 피해가 불거지자 정책은 다시 예외를 두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분양 잔금대출과 이주비 등 실수요 성격이 강한 자금을 총량 관리에서 별도로 취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총량 관리로 이미 계약을 맺은 차주들의 자금 조달까지 어려워지자 별도의 통로를 마련하는 것이다.

    2021년에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다. 연간 가계대출 증가율 목표를 앞세운 총량 관리로 하반기 대출 절벽이 현실화하자 금융당국은 전세대출을 총량에서 제외하고 잔금대출 공급을 허용했다. 5년 만에 다시 잔금대출 예외가 검토되면서 총량규제의 구조적 한계를 먼저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규제가 누적될수록 대출 방정식도 복잡해지고 있다. 지역과 주택가격, 보유 주택 수와 대출 목적에 따라 LTV·DSR과 금액 한도가 달라지는 데다 금융회사별 총량과 신청 시점까지 대출 여부에 영향을 미친다. 여기에 잔금·이주비 예외가 추가되면 차주의 상환능력을 중심으로 설계돼야 할 대출체계에 규제와 예외가 다시 중첩될 수 있다.

    시중은행 여신담당 관계자는 "가계부채를 관리할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지만 총량을 지나치게 강하게 묶으면 은행은 차주의 상환능력과 별개로 대출 공급부터 줄일 수밖에 없다"며 "실수요자 문제가 생길 때마다 예외를 추가하기보다 DSR을 중심으로 상환능력에 맞춰 대출이 공급되는 체계를 정교하게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