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용 저수지 경남 평균 33.1% … 논밭은 '사막화'국가소방동원령 … 물탱크차 200대·소방인력 400명 급파농작물 피해 1955.6ha … 추석 앞두고 농산물값 불안 고조
-
- ▲ 10일 오전 밀양시 무안면 웅동저수지 바닥이 갈라져 있다.ⓒ연합뉴스
폭염 기세가 한풀 꺾였지만 뚜렷한 비 소식이 없어 영남지역 가뭄이 가속화되고 있다. 저수지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로 가뭄이 심각해 경남지역에서만 농작물 피해 면적이 2000ha에 육박했다.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농업용수는 물론 식수 공급까지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커졌다. 전국 물탱크차까지 급파하는 등 긴급 대응에 나서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갈은 충분한 강수에 기댈 수 밖에 없는 만큼 농작물 피해 확대는 불가피할 전망이다.11일 국가가뭄정보포털에 따르면 가뭄 경보가 발령된 전국 167개 시군 가운데 26곳에서 가뭄이 진행 중이다. 이 중 21곳이 경남 밀양, 경북 영천·경산·청도·칠곡과 경남 창녕·밀양·양산 등 영남권에 집중됐다.이들 지역은 마른 장마 뒤 기록적인 폭염으로 강수량 부족이 지속돼 농가 가뭄 피해가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울산·경남 68mm로 평년의 21.9%에 그쳐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포항(41.0mm), 밀양(29.4mm), 울산(28.0mm)의 강수량도 각각 평년 대비 20.4%, 11.3%, 12.0%에 불과했다.비다운 비가 내리지 않으면서 저수지와 주요 상수원 수원도 빠른 속도로 떨어지고 있다.이날 한국수자원공사 수문자료에 따르면 대구·경산 등 주요 식수원인 운문댐 저수율은 24.8%까지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시기 64.8%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경남 밀양·창녕·양산에 생활용수를 공급하는 밀양시 밀양댐의 저수율도 31.6%에 불과하다. 1년 전 75.6%에서 절반 이하로 급락하면서 용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농업용수도 마찬가지다. 농어촌공사에 따르면 전국 농업용 저수지 3403곳의 평균 저수율은 46.9%에 그쳤다. 경남 지역의 저수율은 33.1%로 전국에서 가장 낮다. 제주(38.1%), 전북(40.1%), 전남(41.6%), 경북(44.8%) 등도 전국 평균에 못 미쳤다.전국에서 농업용수 가뭄 ''심각' 단계에 진입한 지역은 경남 밀양·거제·함안 3곳이다. 경남 18개 시군 가운데 함양을 제외한 17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단게에 들어서면서 사실상 도내 전역으로 가뭄이 확산한 상태다.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는 전날 오후 8시를 기해 경남지역에 국가소방동원령을 발령했다. 전국 16개 시도 소방본부의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 인력 400명을 경남으로 급파해 오는 13일까지 농업·생활용수 공급 지원에 나서게 된다. 국가소방동원령은 특정 시도 소방령만으로는 재난에 대응하기 어렵거나 국가 차원에서 소방력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될 때 발령된다.농림축산식품부도 대응에 속도를 내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업용수 공급시설 확충에 1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밀양 저수지 저수율이 전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자 지난 1일 21억원을 추가 투입했다. 송미령 장관도 밀양 초동저수지를 찾아 낙동강 양수 저류 대책을 점검했으며 산림청·농진청·지자체 등과 함께 저수지 채우기, 하천 굴착, 간이 양수장 설치 등 급수 대책도 병행하고 있다.당국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농작물 피해는 확산하고 있다. 경남 지역은 단감·사과·배 등 과수와 벼·콩 등 농작물 1955.6ha에서 가뭄 피해가 발생했다. 대표 과수 작물인 단감이 1225.2ha로 피해가 가장 컸고 벼(562.9ha), 배(40ha), 콩(28ha), 사과(12.6ha) 등이 뒤를 이었다.강한 일사와 수분 부족이 겹치면서 과수에서는 햇볕 데임과 열과 피해가 나타났고 벼는 잎이 마르거나 생육이 부진해지는 피해가 이어졌다. 간척지에는 물 부족에 따른 염해까지 겹치면서 작물이 말라죽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정부는 올해 8~9월 강수량은 평년보다 대체로 적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가뭄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커지고있다. 당분간 충분한 비가 내리지 않을 경우 농작물 피해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문제는 이번 가뭄이 예고없이 닥친 재난이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초부터 기록적인 폭염이 예견됐지만 용수 확보를 위한 선제적 대응은 미흡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후 복구에 치중하기보다 안정적인 생활용수와 농업용수를 확보할 수 있는 상시적 대응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장기 수자원 관리계획을 마련하고 노후 기반시설 개선과 기존 댐 재준설 등 가뭄에 대비한 인프라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더욱이 추석을 40여 일 앞둔 상황에서 가뭄이 장기화하면서 장바구니 물가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폭염과 가뭄 여파로 농산물 품질이 저하된 데다 출하 물량까지 줄어들면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식재료 가격이 고공행진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 품질이 떨어지는데 출하 물량까지 줄어들면서 추석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있어서다.한국은행은 2024년 7월 발표한 '기후변화가 국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월평균 기온이 1도 상승하면 농산물 가격 상승률이 최대 0.44%포인트(p) 높아지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대 0.07%p 높아지는 것으로 분석됐다.김병률 한국농산업미래연구원장은 "가뭄이 길어지면 벼가 낱알을 여물어야 하는 시기에 치명적"이라며 "이상기후가 상시화되고 있는 만큼 용수 확보를 위한 기반 시설을 강화하고 댐·저수지 준설과 물 저장고 확보 등 선제적 대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