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은행 무수익여신 6.4조 … 기업은 반년 새 36%↑중기대출 연체율 1.00% … 11년 만에 최고치안전지대 찾는 은행들 … 생산적 금융 기조 엇박자
  • ▲ 중소기업 공장 ⓒ 연합뉴스
    ▲ 중소기업 공장 ⓒ 연합뉴스
    고금리와 경기 둔화 속에 은행권의 기업 무수익여신이 반년 만에 36% 넘게 급증하면서 중소기업 대출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기업에 돈을 더 흘려보내려는 정책과 달리 부실 위험이 커질수록 은행은 위험을 금리에 반영하고 여신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어 생산적 금융이 오히려 뒷걸음질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권의 자금 배분을 바꾸는 데만 치중하기보다 기업의 수익성과 현금흐름, 투자 여건을 개선하는 실물경제 회복이 뒷받침돼야 생산적 금융도 지속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 대출 증가 속도 9배 웃돈 '깡통대출' 증가세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올해 6월 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은 6조4108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5조65억원을 기록했던 지난해 말보다 1조4043억원(28.0%) 급증한 규모다. 5대 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이 6조원을 돌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무수익여신은 원리금 상환이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이나 부도업체 등에 대한 여신 등 사실상 이자 수입이 중단된 대출을 뜻한다. 차주의 상환 능력이 현저히 떨어져 은행 입장에서 정상적인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워진 소위 '깡통 대출'이다.

    문제는 부실이 번지는 속도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총여신은 1832조8185억원에서 1889조1493억원으로 약 3.1%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전체 대출 증가 속도보다 부실여신 증가 속도가 약 9배 빠른 셈이다.

    무수익여신 증가세는 기업대출 부문에서 두드러졌다. 5대 은행의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지난해 말 3조4087억원에서 올해 6월 말 4조6498억원으로 36.4% 급증했다. 전체 기업대출 가운데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기간 0.32%에서 0.42%로 0.10%포인트(p) 상승했다.
  • ▲ 5대은행 로고 ⓒ 연합뉴스
    ▲ 5대은행 로고 ⓒ 연합뉴스
    ◆ 신용위험 커지자 금리도 '껑충' … '생산적 금융'의 역설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지면서 높아진 신용위험이 대출 금리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시장금리가 상승하는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대기업보다 가파르게 오르면서 기업의 신용도에 따른 금리 차별화도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6월 중소기업 대출금리는 전월 대비 0.23%p 상승해 같은 기간 0.07%p 오르는 데 그친 대기업의 3배 이상 큰 폭으로 뛰었다. 이에 따라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대출 금리 격차도 한 달 새 0.05%p에서 0.21%p로 4배 이상 벌어졌다. 이는 2023년 2월 이후 3년 4개월 만에 가장 큰 수준이다. 

    시중 자금을 기업과 혁신 산업으로 유도하려는 당국의 생산적 금융 정책이 시장 상황과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기업 자금공급 확대를 독려하고 있지만 부실 위험이 커질수록 은행은 위험에 상응하는 금리를 요구하고 여신 심사를 강화할 수밖에 없다. 결국 신용위험이라는 금융의 기본 원리를 정책만으로 거스를 수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대외 불확실성과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은행의 건전성 관리가 강화될 경우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중소기업부터 대출금리와 문턱이 높아질 수 있다. 생산적 금융을 통해 자금을 공급하려던 기업의 조달 여건이 오히려 악화되는 역설이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에서 은행이 기업 여신을 공격적으로 늘리기는 어렵다"며 "리스크 방어를 위해 취약 차주를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심사 기조는 하반기에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