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점 전부터 고객 몰려 … 정육 코너·계산대에 장사진3층 닫고 2층으로 판매 공간 압축 … 상품은 아직 70%9월4일까지 정상화 가능성 입증해야 … 회생계획안 부결 땐 청산 위험
  • ▲ 개점 직후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김보라 기자
    ▲ 개점 직후 입장을 기다리는 고객들.ⓒ김보라 기자

    13일 오전 9시40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메가푸드마켓 강서점. 개점을 20분 앞두고 출입문 앞에는 영업 시작을 기다리는 고객들이 모여 있었다.

    10분 뒤 문이 열리자 고객들은 무빙워크를 타고 2층으로 향했다. 매장 입구 앞에는 곧 수백명이 줄을 섰다. 정각이 되자 직원들은 고객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차례로 입장을 안내했다.

    재개장 첫날 매장을 먼저 채운 것은 상품보다 고객이었다. 쇼핑카트를 끈 고객들이 줄지어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서 주요 통로는 금세 사람과 카트로 붐볐다. 고객들은 신선식품과 냉장·냉동식품 코너로 흩어졌다. 카트가 한꺼번에 몰린 일부 통로에서는 서로 길을 비켜가며 이동해야 했다. 한 달여간 영업이 멈췄던 매장에 다시 상품을 고르는 손길이 이어졌다.

    홈플러스 강서점 건물 전체가 문을 닫았던 것은 아니다. 1층 패션 브랜드와 배스킨라빈스, ABC마트 등 외부 임대매장은 홈플러스의 임시휴업 기간에도 정상적으로 영업했다. 이날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 직영 매장은 2층이었다.

    패션과 생활용품을 판매하던 3층은 개방하지 않았다. 3층으로 올라가는 동선은 막혀 있었고 해당 층에서 취급하던 상품 상당수가 2층 곳곳으로 옮겨졌다. 식품 매대 사이로 의류 등 패션·생활 상품이 들어서면서 기존 2·3층에 나뉘어 있던 직영 판매 공간을 2층 한 층으로 압축해 운영하는 형태가 됐다.
  • ▲ 할인 상품을 기다리는 정육 코너 고객들.ⓒ김보라 기자
    ▲ 할인 상품을 기다리는 정육 코너 고객들.ⓒ김보라 기자

    상품 구색은 임시휴업 직전보다 나아졌다. 당시 라면과 과자 등 주요 가공식품 매대는 자체브랜드(PB) 심플러스 상품이 대부분이었지만 이날은 제조사 브랜드 제품이 상당수 다시 진열됐다. 라면과 과자, 음료, 유제품 등 매대에는 익숙한 브랜드 제품이 자리를 채웠고 농산물 코너도 채소와 과일로 대부분 채워졌다.

    가장 붐빈 곳은 정육 코너였다. 홈플러스가 재개장을 맞아 한우 전 품목을 최대 50% 할인하자 고객들은 카트를 세운 채 정육 매대를 에워쌌다. 상품을 고르는 고객과 추가 물량을 기다리는 고객이 한데 뒤섞이면서 줄이 길어졌다. 일부 진열대에는 상품이 빠진 자리가 드러났다.

    델리 판매대 주변에도 고객들이 모였다. 정해진 판매 시간이 다가오자 카트를 멈추고 치킨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하나둘 늘었다. 현장 직원에 따르면 한 차례 내놓는 물량은 10마리 안팎이었다. 기다리는 고객에 비해 물량이 적어 판매대 주변에서는 좀처럼 사람들이 떠나지 않았다.

    계산대 앞에서 만난 강서구 주민 최모씨의 카트에는 올리브유와 갈치, 블루베리, 전복 등이 담겨 있었다. 최씨는 "계산 줄이 너무 길어서 몇십 분은 기다려야 할 것 같다"며 "고기 코너는 아예 줄을 설 엄두가 안 나 구매를 포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도 홈플러스가 다시 문을 열어서 좋다. 이대로 폐점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도 "아직 상품이 다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잡곡 등 일부 품목은 찾아볼 수 없었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 ▲ 13일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 강서점. ⓒ김보라 기자
    ▲ 13일 다시 문을 연 홈플러스 강서점. ⓒ김보라 기자

    실제 계산대마다 카트를 세운 고객들이 길게 늘어섰다. 대기 행렬은 매장 통로까지 이어졌고 셀프계산대에도 이용 순서를 기다리는 고객들이 몰렸다. 줄의 길이만 보면 계산을 마치기까지 족히 30분은 걸릴 듯했다.

    붐비는 계산대에서 몇 걸음 옮기자 아직 상품을 채우지 못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LIQUOR 주류라고 적힌 간판 아래에는 술 대신 원피스와 셔츠 등 의류 매대가 들어섰다. 주류 상품은 찾아볼 수 없었다. 냉동식품 코너 일부와 비어 있던 진열 공간에도 패션·생활 상품이 배치됐다. 3층에서 취급하던 비식품 상품으로 매대의 공백을 메운 셈이다.

    매장 안 일부 외식 코너도 비어 있었다. 돈가스·분식 코너에는 조리시설과 좌석이 남아 있었지만 판매 상품과 직원은 보이지 않았다. 맞은편에서는 고객들이 식품과 생활용품을 고르며 오갔지만 외식 코너는 영업을 멈춘 채 조용했다. 매장 직원은 "상품은 아직 70% 정도 채워졌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이날 지난달 임시휴업에 들어갔던 전국 67개 점포의 영업을 정식 재개했다. 이 가운데 59개 점포는 온라인 영업도 다시 시작했다. 지난 5일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을 확보하면서 상품 매입과 점포 운영을 재개할 수 있게 됐다.

    영업 재개가 곧 정상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수합병(M&A) 절차를 정상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협력업체의 납품을 회복하고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재개장 특수를 일회성 행사로 끝내지 않고 고객의 발길을 지속적인 매출로 연결하는 것도 과제다.

    법원이 정한 회생계획안 가결 최종 기한은 9월4일이다. 홈플러스는 남은 약 3주 동안 채권자들에게 정상화 가능성을 입증하고 동의를 끌어내야 한다. 회생계획안이 부결되거나 회생절차가 다시 폐지되면 청산 위험이 커질 수 있다.
  • ▲ 2층에 옮겨진 패션·생활 상품.ⓒ김보라 기자
    ▲ 2층에 옮겨진 패션·생활 상품.ⓒ김보라 기자

    한편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홈플러스지부 등은 이날 홈플러스 강서점에서 기자회견과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장보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조주연 홈플러스 대표와 안수용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장은 노사 공동 상생 메시지를 낭독했다. 행사에는 정치권과 노동계, 시민사회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조 대표는 "홈플러스가 완전히 뿌리를 내리고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민 여러분의 지속적인 사랑과 관심이 여전히 절실하다"면서 "우리에게는 오는 9월 회생계획안 통과라는 중대한 과제가 남아 있고 정상적인 M&A가 이어져야 정상화가 마무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채권단과 법원 역시 민의와 지역경제를 살리는 현명하고 합리적인 결단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며 "정부와 국회도 국민의 뜻에 발맞춰 적극적인 행정·입법 지원 등 국가기관으로서 책임 있는 역할을 다해달라"고 요청했다.

  • ▲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고객들. ⓒ김보라 기자
    ▲ 계산대에 길게 늘어선 고객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