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택지 10만가구 불과 … 그마저도 7.3만가구는 연내 추후 발표'서울시 반대' 강남 그린벨트 해제 제외 … 용산어린이공원도 빠져과천·태릉 주민 반발 여전 … 3기신도시·도심복합사업 '사골' 비판
  • 정부가 2030년까지 수도권에 23만가구를 추가 공급하는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8·13 공급대책)'을 발표했지만 시장 반응은 차갑다. 전체 공급계획 물량 신규택지 비중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데다 3기 신도시와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 비주택용지 용도 전환 등은 이전 대책에서도 수시로 언급됐던 방안인 만큼 '재탕', '속빈 강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주요 공급 대상지로 거론됐던 강남 일대 그린벨트가 이번 대책에서 빠져 공급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착공 및 입주까지 장기간이 소요되는 신규택지 발굴보다는 기존 사업지 공급을 앞당기는 데 주력했다는 입장이나, 그것만으로는 실수요자에게 안정 시그너를 주긴 어렵다는 게 시장 내 중론이다.

    13일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8·13 대책은 2030년까지 수도권에 신규택지 10만가구를 포함한 총 23만가구를 공급하는 게 골자다.

    하지만 대량 공급이 가능한 신규택지는 전체 물량의 43% 불과하고, 그마저도 이번 대책에 제시된 10만가구 가운데 7만3000가구는 아직 관련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세부적인 입지와 규모가 공개되지 않았다. 추후 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 협의 과정에서 계획이 지연 또는 변경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대책에 포함된 신규 택지는 서울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 그린벨트 등이다.

    우선 20년간 방치된 서울 강서구 염창동 일대 염창공원 부지를 활용해 1000가구를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경기 남양주시 와부읍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2만1700가구를 짓고, 경기 광주시 장지동 일원 경기광주역세권2에도 4500거구를 공급한다. 이들 택지 모두 2030년 중 착공에 들어간다는 게 정부 목표다.

    ◆'서울시 반대' 강남 그린벨트·용산어린이정원 제외

    다만 핵심 대상지로 꼽혔던 강남 일대 그린벨트가 이번 대책에서 빠져 공급 효과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현재 서울에는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강남구 세곡·자곡동 일대,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경기 하남시 감북지구 등이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상태다.

    이들 지역 경우 강남권 접근성이 좋고 주변 주거·상업지와 연계 개발이 가능해 그린벨트 해제가 유력한 지역으로 꼽혀 왔다.

    국토부는 전체 이번 대책에서 위치·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7만3000가구 규모 신규택지에 대해 관계기관 협의 등 필요 절차를 거쳐 연내 발표할 계획이다.

    하지만 추후 지자체와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생기거나, 주민 반발이 거세질 경우 발표된 계획보다 공급 물량이 축소되거나, 사업이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핵심 공급지로 꼽히는 강남 그린벨트와 용산어린이정원, 용산국제업무지구 등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특히 이들 지역 경우 서울시가 절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개발 추진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이날 국토부 관계자도 브리핑 이후 이어진 질의응답에서 강남 그린벨트의 해제 추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현재로선 드릴 말씀이 없다"며 "언급하는 것 자체가 법 위반"이라며 말을 아꼈다.

    물론 서울시가 반대해도 국토부 장관 주도로 그린벨트 해제 및 개발이 가능하지만 교통대책 마련과 기반시설 조성을 정상적으로 추진하려면 협조가 필수다. 시장에선 이번 대책에 서울 내 그린벨트 해제 방안이 포함되지 않을 것을 미뤄볼 때 국토부와 서울시간 의견차가 여전히 좁혀지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공급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박정환 기자
    ◆'재탕' 태릉CC·과천경마장 … 지자체·주민 반발 여전

    이번 대책에서 또 등장한 태릉CC와 과천 경마장 부지도 2029년 12월에 착공하겠다고 했지만 주민 반발이 여전한 상황이다.

    정부는 준공까지 빨라야 6~7년, 늦으면 10년 이상 소요되는 신규택지 발굴 대신 기존에 공개된 사업장의 착공 시기를 앞당기는 데 중점을 뒀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공공택지 내 인허가와 보상, 부지 조성 절차를 단축해 착공까지 소요되는 기간을 기존 절반 수준인 37개월로 단축시키겠다고 했다.

    하지만 주요 사업지에서 지자체와 주민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데다 자재값·공사비 인플레이션도 지속 중인 만큼 실제 착공 기간 단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 서초구 서리풀1·2지구에선 주민들이 별도 보상 대책 마련, 주거지 존치 등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고 용산국제업무지구, 용산어린이공원 등도 주민들이 근조화환 시위에 돌입한 상태다.

    또다른 방안으로 포함된 3기 신도시 공기 단축, 도심복합사업 확대, 비주거용지 용도 전환 경우 공급대책 발표 때마다 거론됐던 방안인 만큼 재탕 논란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신규택지 발굴 못하니 속도전 운운 … 실현 가능성 미지수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이번 대책 발표 핵심은 기존에 나왔던 사업장에서 속도를 내겠다는 것인데 지자체와 주민들이 이를 수용할지가 의문"이라며 "기존 공급대책에서도 공급을 앞당기는 여러 방안에 제시됐는데, 이번 대책 경우 특별히 차별화된 부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존 사업지의 속도를 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쓸만한 신규택지 발굴이 어렵다는 반증"이라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정부 대책만 발표하는 것은 진정한 의미의 속도전으로 볼 수 없다"고 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며 "실제 공급으로 이어지면 효과는 있겠지만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민간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는 대책이 나오더라도 단기간에 가시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쉽지 않다"며 "수요 억제와 공급 확대는 방향성이 다른 만큼 두 정책을 동시에 추진하려면 정부가 시장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