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정부 세번째 부동산 대책 … 발표 직후부터 '맹탕' 비판재건축 이주비 제한 풀었지만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여전용적률 규제·재초환 그대로 … 강남은 LH 부지 250가구뿐세곡·자곡 그린벨트 해제 빠져 … 3기신도시 공기 단축 '글쎄'
  •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부동산 공급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DB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부동산 공급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DB
    '수도권 23만가구+α 착공'을 골자로 한 정부의 '8·13 부동산 공급대책'이 발표 직후부터 '맹탕' 논란에 부딪힌 것은 반쪽짜리 정비사업 활성화 방안과 사실상 '제로' 수준에 그친 강남 공급물량, 3기 신도시 촉진 방안 부재라는 한계점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이주비 대출 부분은 일부 완화됐지만 정상적인 사업 진행을 막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용적률 제한과 관련해선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공급난 해소 주요 방안으로 거론됐던 서울 강남 일대 그린벨트 해제도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현재의 공급난을 유발한 주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3기 신도시 지연과 관련해서도 '착공기간 1~2년 단축' 등 뜬구름 잡는 식 방안만 제시됐을 뿐이다.

    재건축 촉진과 강남 공급물량 확대, 3기신도시 가속화 등 세 가지를 선행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그 어떤 공급대책도 빈수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①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 여전 … 이주비 대출만으론 역부족

    정부는 민간 정비사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오는 31일부터 이주비 대출 담보인정비율(LTV) 산정방식을 합리화하기로 했다. 기존에는 재개발·재건축 이전 '종전자산평가액'을 기준으로 담보가치를 산정했지만, 앞으로는 종전자산평가액뿐 아니라 새로 지어질 주택의 '종후자산평가액'을 포함해 둘 중 가장 큰 금액으로 기준을 삼도록 했다. 이주비 대출만으로 이주비가 부족한 경우를 위해 '추가 이주비대출' 보증 상품도 신설할 방침이다.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도 반영됐다. 현재 재개발 조합을 설립하려면 토지등소유자의 75%와 토지면적의 50%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앞으로 토지등소유자 동의율을 재건축과 같은 70%로 낮춘다. 공공재개발·재건축의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율도 현행 67%에서 60%로 완화한다.

    하지만 조합원들의 발목을 잡았던 조합원 지위양도 제한은 그대로 유지된다. 현행법상 투기과열지구에선 재건축은 조합설립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양도가 제한된다. 해당 시기 이후 주택을 매수해도 조합원 지위를 승계할 수 없고 현금 청산 대상이 될 수 있다. 1가구 1주택자가 해당 주택을 10년 이상 보유하고 5년 이상 거주하는 경우에만 예외로 인정된다.

    서울시가 요구해 온 민간 정비사업 용적률 1.2배 상향, 재개발 임대주택 비율 완화 등도 이번 대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설상가상 재건축 마지막 '대못'으로 불리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도 이번 정부에서만큼은 완화 가능성이 제로에 가깝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 분석이다.
  • ▲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왼쪽 두번째)이 부동산 공급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뉴데일리DB
    ②강남은 '공급 절벽' … 300가구 미만 자투리 부지뿐

    실수요 선호도 높은 강남권 공급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도 맹점이다. 이번 대책을 천천히 뜯어보면 구체적인 위치와 규모가 공개된 곳 중 강남권 부지는 논현동에 위치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지역본부 부지뿐이다. 이마저도 물량 규모가 250가구에 불과해 유의미한 공급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핵심 공급 방안으로 거론됐던 강남 일대 그린벨트 해제는 이번 대책에서 빠졌다. 그동안 시장에선 정부가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과 강남구 세곡·자곡동 일대,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경기 하남시 감북지구 일대 그린벨트를 풀어 공급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서울 강남 접근성이 좋고 주변 주거·상업지와 연계 개발할 수 있어 수요와 사업성을 모두 담보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현재 서울시가 그린벨트를 활용한 주택 공급에 반대하고 있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 서울시는 13일 정부의 공급대책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그린벨트 해제는 원칙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힌 서울지역 그린벨트 활용에 대해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결국 재건축이든 그린벨트 해제이든 강남 공급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며 "선호도와 사업성이 모두 높은 강남권에 주택을 집중적으로 공급해야 수요를 분산시키고 과열된 집값을 어느정도 안정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③3기 신도시 '재탕', '삼탕' … 공기 단축, 대체 어떻게?

    또다른 핵심 공급 방안인 3기 신도시도 도돌이표 대책의 연속이다. 정부는 이번 대책에서 3기 신도시 등 기존 지구의 착공을 1~2년 앞당겨 2030년까지 수도권에 8만9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했다.

    물론 이번 대책은 지구지정·지구계획·부지확보 등 사업 단계별로 공기 단축 플랜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비교적 고무적이나 그뿐이다. 현재 3기 신도시 공급 지연의 핵심 원인으로 꼽히고 있는 원주민 토지 보상 문제와 공사비 상승에 따른 기반시설 조성 지연, 교통대책 부재 등에 대한 구체적인 해법은 제시되지 않았다.

    관계 기관간 협의를 앞당기고 심의 등 절차를 병행하는 한편 보상기간 단축을 위해 협조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방안이 제시됐지만 그것만으론 역부족이라는 게 시장 관계자들 평가다.

    중동 전쟁 여파로 공사비가 계속 뛰고 있는 데다 이번 대책에 제시된 일부 방안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 지속된 공사비 인상에 관련 법 개정까지 지연될 경우 사업이 늦어지면서 사업비도 더 비싸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새 공급대책에 대한 정치권의 비판도 거세지는 분위기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인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 '국민은 실험대상이 아닙니다'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청년·대출 완화·민간 재건축이 빠진 '3무 맹탕 대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나경원 국민의 힘 의원도 페이스북에 "수도권에 23만 가구를 추가 공급하겠다며 그린벨트 해제와 신규 택지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구체적인 입지가 발표된 것은 고작 2만7000가구뿐"이라며 "나머지 7만3000가구 이상은 구체적인 지역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숫자 띄우기'로 시장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했다.

    이어 "3기 신도시 조기 착공을 공언했으나, 토지 보상과 기반 시설 조성이 지연되는 현실은 철저히 외면했다"며 "숫자만 바꿔 재탕한 숫자 뻥튀기 재탕, 무책임함의 극치다"고 말했다.

    최보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이날 오후 논평을 내고 "수도권에 23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며 장밋빛 숫자를 늘어놓았지만 정작 시장이 가장 간절히 원하는 서울 도심 공급은 강서구 염창공원 부지 1000호가 전부"라며 "정부는 규제 완화를 입에 올렸지만 실상은 굳게 닫힌 정비사업의 핵심 빗장을 풀기엔 턱없이 부족한 눈속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