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 한진칼 20.15%… 조원태 회장과 0.42%p 차산은·델타 등 우호지분 두터워 '단순투자' 유지한화, KAI 5% 넘자 '경영참여'… 기업결합 신고 호반은 선택지 열고, 한화는 2대주주 자리 선점
  • ▲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20.15%까지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20.57%와 불과 0.42%p 차이다. ⓒ뉴데일리
    ▲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20.15%까지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20.57%와 불과 0.42%p 차이다. ⓒ뉴데일리
    호반그룹은 최근 한진칼 지분을 20.15%까지 확보했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 20.57%와 불과 0.42%p 차이다. 그런데도 호반은 2022년 지분 인수 이후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로 유지하고 있다. 

    반면 한화그룹은 지난 5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이 5%를 넘자 '경영참여'를 선언했고, 이후 지분을 15.89%까지 늘리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까지 마쳤다.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한 호반은 경영에 거리를 뒀지만, 한화는 상대적으로 적은 지분으로 먼저 경영참여를 선언했다. 두 그룹의 엇갈린 행보는 지분율보다 지분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느냐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대한항공 탐나지만 … 시간의 힘 빌리는 '호반' 

    16일 재계에 따르면 호반은 2022년 한진칼과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사모펀드 KCGI의 지분을 인수하며 2대 주주가 됐다. 이후 계열사를 통해 주식을 꾸준히 사들여 지분율을 20.15%까지 높였다. 호반건설이 11.50%, 호반호텔앤리조트가 8.34%를 보유하고 있고 호반산업과 ㈜호반도 일부 지분을 들고 있다.

    최대주주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는 0.42%포인트에 불과하지만 실제 경영권 구도는 다르다. 조 회장 측에는 델타항공 14.9%, 산업은행 10.58% 등 우호지분이 버티고 있다. 특히 대한항공이 오는 12월 아시아나항공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만큼, 합병을 지원해온 산업은행이 당장 한진칼 지분 매각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관측이 많다.

    호반으로선 굳이 지금 경영권 경쟁에 나설 유인이 크지 않은 셈이다. '단순투자'를 유지해도 20%가 넘는 지분 자체가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는다. 주가 상승에 따른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향후 산업은행이 지분 회수에 나서는 등 주주 구도가 바뀌면 호반 지분의 전략적 가치도 더 커질 수 있다. 시장에서는 호반이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데 8800억원 안팎을 투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호반이 지금 확보한 것은 경영권이라기보다 향후 선택권에 가깝다. 당장 조 회장 측과 맞붙기보다 20% 지분을 유지한 채 통합 항공사 출범 이후의 지배구조 변화를 지켜보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 ▲ 한화그룹은 지난 5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이 5%를 넘자 '경영참여'를 선언했고, 이후 지분을 15.89%까지 늘리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까지 마쳤다. ⓒ뉴데일리
    ▲ 한화그룹은 지난 5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이 5%를 넘자 '경영참여'를 선언했고, 이후 지분을 15.89%까지 늘리며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신고까지 마쳤다. ⓒ뉴데일리
    ◆ 한화,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제출… 최대 120일 소요

    한화의 KAI 투자는 성격이 다르다. 한화는 지난해 11월부터 KAI 주식을 다시 사들이기 시작했다. 한화그룹 지분이 5.09%로 올라선 지난 5월 보유 목적을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전환했다. 이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을 중심으로 매입 속도를 높였다.

    한화는 지분율이 15%를 넘어서자 공정거래위원회에 KAI 주식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 신고도 마쳤다. 대규모회사가 다른 상장회사 의결권 있는 주식의 15% 이상을 취득하는 기업결합은 공정거래법상 사전신고 대상이다. 사전신고 대상 기업결합은 신고 이후 공정위의 심사결과를 통지받기 전까지 주식소유 등 기업결합 완료행위를 할 수 없다.

    공정위의 기업결합 심사기간은 신고일부터 원칙적으로 30일로, 최대 120일이 걸릴 수 있다. 

    한화의 이러한 공격적인 행보에는 사업적 이해관계가 얽혀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을, 한화시스템은 레이더와 항전장비 등을 사업으로 하고 있다. KAI는 KF-21과 FA-50, 수리온 등 완제 항공기를 개발·생산한다. 한화에는 KAI의 주요 사업 방향과 협력 구조가 기존 방산·항공우주 사업과 직접 맞물린다. 

    무엇보다 한화가 3세 경영체제로 전환하며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방산·우주·항공을 그룹의 핵심 성장축으로 키우고 있는 만큼, KAI와의 협력 확대는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그룹의 중장기 사업 재편과도 맞닿아 있다.

    한화가 KAI 지분 15.89%를 확보했다고 곧바로 경영권을 갖는 것은 아니다. 최대주주는 여전히 수출입은행이고 정부도 KAI 민영화나 수은 지분 매각을 결정하지 않았다. 한화가 확보한 것은 경영권이라기보다 경영에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위치에 가깝다. 대외 환경도 우호적이다. 최근 수출입은행이 KAI에 대한 컨설팅 용역에 나서면서 민영화가 시작됐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다만 경영참여를 공식화하면서 부담도 생겼다. KAI 노조는 한화 계열사가 KAI의 주요 공급업체인 동시에 우주 등 일부 사업에서는 경쟁 관계에 있다며 기업결합에 반대하고 있다. 한화가 경영에 관여할 경우 이해상충이나 경쟁 제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경쟁 제한성이 있는지는 공정위 심사에서 판단하게 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두 그룹의 차이는 결국 시간을 쓰는 방식에 있다"면서 "호반은 당장 산은이 지분 정리할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는 것이고 그룹 재편에 우주 항공을 핵심으로 가져가려는 한화는 일찌감치 KAI의 2대 주주의 자리를 굳히고 영향력을 넓히는 쪽을 택한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