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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주택 공급을 되살리기 위해 47조8000억원이 넘는 금융지원 보따리를 풀었지만 건설경기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공공 발주가 늘어난 것과 달리 민간 주택수주는 1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금융비용을 낮추더라도 분양 수요와 공사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신규 수주가 실제 착공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 일감이 줄어든 건설사들이 공공주택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역시 낮은 공사비와 수익성이 걸림돌이다. 정부가 계획한 주택 공급량을 채우려면 자금지원과 함께 공공주택 공사비를 현실화해 건설사의 참여를 끌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4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 6월 국내 건설수주액은 18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월보다 21.7% 감소했다. 최근 3년간 6월 평균보다도 5조4000억원 적다.
공공과 민간의 온도 차가 뚜렷했다. 공공수주는 8조6000억원으로 29.2% 증가했지만 민간수주는 10조1000억원으로 41.5% 급감했다. 민간 주택수주는 7조3000억원에서 3조4000억원으로 52.8% 줄었다. 민간 토목과 비주택 수주도 각각 22.0%, 34.5% 감소했다.
공공수주 증가분도 주택 공급보다 대형 토목·에너지 사업의 영향이 컸다. 공공 토목수주는 제천~영월 고속국도와 제주청정에너지 복합발전소 사업 등이 반영되면서 5조5000억원으로 27.5% 늘었다. 공공 주택수주는 1조4000억원으로 34.3% 증가했지만 전체 공공수주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 수준이다.
공사가 실제로 진행된 실적을 뜻하는 건설기성에서도 공공 의존도가 두드러졌다. 6월 전체 건설기성은 14조1000억원으로 1.6% 늘었다. 공공기성이 12.2% 증가한 반면 민간기성은 1.1% 감소했다. 주거용 건축기성도 8.7% 줄었다.
일감 감소는 고용까지 번지고 있다. 6월 건설업 취업자는 189만3000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3.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취업자가 0.2% 늘어난 것과 대조적이다. 건산연은 "민간수주 불확실성에 따른 보수적인 채용과 고용의 후행성이 맞물리면서 공공기성 증가가 고용 회복으로 연결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지난 13일 주택 공급 촉진을 위한 금융지원 규모를 기존 26조3000억원에서 47조8000억원+α로 확대한다고 발표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의 PF 보증 공급 목표를 올해 23조원, 내년 33조원, 2028년 30조원으로 늘린다.
총사업비의 최대 90%까지 대출받을 수 있는 '건축공사비 플러스 PF 보증' 규모도 5조원으로 확대한다. 평균 0.25%였던 보증수수료를 0.17%로 낮추는 조치를 2027년 말까지 연장하고, 보증 승인 후 3개월 안에 착공하면 수수료를 10% 추가로 낮춘다.
사업이 중단된 PF 현장을 지원하기 위해 캠코 PF정상화 지원펀드를 3조원+α 규모로 새로 조성한다. 은행·보험권 신디케이트론은 1조원에서 5조원, 금융업권 자체 정상화펀드는 7조3000억원에서 10조원으로 늘린다. 서울·경기에서 전용면적 85㎡ 이하, 분양가 9억원 이하 주택을 조기에 착공하면 PF 대출이자도 최대 1%p 지원한다.
주택업계는 민간 사업장의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평가했다. 한국주택협회와 대한주택건설협회, 한국디벨로퍼협회는 공동 입장문을 통해 "현 주택시장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시장 안정을 위해 민간 부문의 역할을 인정하는 주택 신속 공급 확대 여건을 마련한 대책"이라며 환영의 뜻을 밝혔다.
세 협회는 PF 보증 공급 확대와 보증수수료 인하 등이 "주택건설자금 조달 여건을 개선하고 민간 주택사업의 추진 동력을 높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번 대책에 대한 주택시장의 기대감이 실제 효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 개정 등 속도감 있는 정책 시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대책에서 별도로 다뤄지지 않은 지방 미분양 해소 방안도 추가로 마련해 달라고 건의했다.
금융지원만으로 민간 주택사업의 수익성을 회복시키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지원은 사업성 평가를 통과한 정상 사업장에 대한 보증 공급과 부실 사업장 정상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분양 수요가 부족하거나 공사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장의 수익 구조까지 바꾸는 대책은 아니다.
원가 부담도 커지고 있다. 6월 건설공사비지수는 138.22로 전년 동월 대비 5.5% 상승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인 3.2%를 웃돌았다. 일반철근 생산자물가지수는 8.6%, 시장가격지수는 11.8% 올랐다. 신규 수주가 줄어드는 가운데 자재비까지 오르면서 건설사가 사업 참여를 결정하기 위한 최소 수익성도 높아지고 있다.
민간주택 물량을 대신할 공공주택도 적정 공사비 확보가 과제로 남았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올해 민간참여 공공주택사업을 연초 사업설명회 기준 27개 블록, 1만8653가구 규모로 계획했다. 지난 2일 기준 민간사업자를 선정했거나 본공고를 마친 사업은 21개 블록, 1만4913가구다.
민간참여 사업은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설계와 시공을 맡아 토지 매입비와 PF 부담이 상대적으로 작다. 민간 일감이 줄면서 대형·중견 건설사의 관심도 높아졌지만 일부 사업에서는 단독 응찰과 유찰이 반복됐다. 고양창릉과 성남복정 등은 재공고까지 진행됐다.
업계에서는 계약 단계에서 정해진 공사비에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분을 충분히 반영하기 어렵다는 점을 민간참여 사업의 약점으로 꼽았다. LH도 오는 9월 개혁안에 적정 공사비 보장과 물가 상승분 반영 등 사업성 개선 방안을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PF 보증 확대와 금리 지원은 사업성이 확보된 현장의 자금조달 부담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공공주택은 정해진 공사비 안에서 원가 상승 위험까지 부담해야 해 수익성이 나오지 않으면 금융지원만으로 입찰 참여를 결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자금이 부족해 멈춘 사업장을 지원하는 것과 애초에 사업성이 낮은 사업은 다른 문제"라며 "적정 공사비와 물가 상승분을 반영할 수 있는 기준이 마련돼야 공모 물량이 실제 계약과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47조8000억원대 금융지원이 PF 시장의 자금 흐름을 개선하더라도 분양 수요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건설사가 신규 사업에 나서기 어렵다"며 "특히 지방은 미분양이 쌓여 자금을 조달해도 분양대금을 회수하기 어려운 현장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민간 주택수주가 크게 줄어든 상황에서 보증과 이자 지원만으로 공급을 늘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지역별 수요와 미분양 문제까지 함께 풀어야 금융지원이 신규 수주와 착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