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 직후 서울시 "그린벨트 안돼" … 용산정원 개발도 반대과천시 경마장 이전 반발 … "지방자치 본질 훼손 일방통행 행정"마사회 노조 "누더기 개발" … 노원 등 주민들 국회 앞 시위 예고
  • ▲ 지난 2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왕·과천시) 사무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 ⓒ정상윤 기자
    ▲ 지난 2월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의왕·과천시) 사무실 앞에 놓인 근조화환. ⓒ정상윤 기자
    수도권에 23만가구+α를 착공하는 '8·13 부동산 공급대책'이 시작부터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대책 발표 직후 서울시는 "그린벨트를 활용한 주택 공급에 반대한다"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고, 과천 경마공원(렛츠런파크) 및 국군방첩사령부 부지가 위치한 과천시는 "일방통행식 행정"이라고 강력히 반발했다. 한국마사회노동조합도 '누더기 개발'이라며 경마장 이전 계획을 반대하고 나섰다. 주민 반발도 커지는 분위기다. 서울 노원구 태릉CC와 남양주시 등 대책에 포함된 공급지 인근 주민들 사이에선 난개발과 공공임대 대량 공급으로 인한 슬럼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4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이번 대책은 서울 강서구 염창동 염창공원 일대와 남양주시 와도읍 등을 신규 택지로 지정하고 각각 1000가구, 2만1000가구를 공급하는 방안이 담겼다. 6800가구가 공급되는 태릉CC는 인허가 절차 등을 병행해 2029년 9월 착공, 9800가구 규모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는 2029년 12월 착공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서울시 "그린벨트 개발 반대" … 과천시 "일방통행 행정"

    국토부는 지자체 등 관계기관과 협의해 착공 일정을 맞추겠다는 입장이지만 현재로선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핵심 사업지를 품은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대책 추진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는 공급대책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고 "그린벨트 해제는 원칙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며 "공공주택 공급 확대라는 정부 대책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구체적인 사업 방식과 대상지 선정에는 추가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검토 중이라고 밝힌 서울지역 그린벨트 활용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총 5만1000가구 규모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에 대해서도 후보지에서 제외해달라고 요청한 부분이 반영됐는지 명확하지 않다며 유감을 표했다.

    그간 시장에선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강남구 세곡·자곡동 일대, 수서차량기지,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촌 인근, 경기 하남시 감북지구 등 강남3구 일대 그린벨트 해제와 용산어린이정원 개발 방안이 대책에 담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서울시의 격렬한 반발로 이들 방안은 이번 대책에서 빠졌고, 추후 추진도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다른 핵심 입지인 과천에서도 지자체와 주민 반대가 거세다. 과천시는 발표 당일 보도자료를 내고 "지방자치의 본질을 훼손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이라며 "정부가 발표한 '전월세 및 매매시장 안정을 위한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촉구했다.

    과천시가 정부 공급대책을 반대하는 이유는 이미 각종 개발사업으로 주요 인프라가 포화 상태에 이른 까닭이다.

    현재 과천시에서만 지식정보타운, 주암지구, 과천지구, 갈현지구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면서 과천대로와 과천∼봉담 간 도시고속화도로, 남태령고개 일대 교통 대란이 극심해졌다.

    ◆과천 경마장 이전 계획에 마사회 노조 "누더기 개발"

    마사회 노조는 시의회, 주민들과 공동 대응 전선을 구축했다. 노조는 지난 13일 성명서를 내고 "1월 주택공급 발표 이후 거센 반발과 우려가 이어졌음에도 진정성 있는 협의나 타당성 검토 없이 황당무계한 속도전만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현장의 물리적 시한을 완전히 무시한 명백한 행정 폭거이자 노동권·생존권에 대한 침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거시적 청사진과 제대로 된 도시 계획 없이 오직 주택공급 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이곳저곳을 주먹구구식으로 기워 붙이는 전형적인 '누더기 개발'"이라며 "백년지대계의 국가 산업 기반을 무책임하고 즉흥적인 난개발로 점철시키는 졸속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과천시 주민들을 주축으로 한 과천경마공원이전반대비상대책위원회도 같은날 성명서를 내고 "수도권 주택 공급이라는 명분 아래 과천의 상징이자 시민의 휴식처인 경마공원을 반토막내 아파트를 밀어 넣겠다는 발상은 도대체 누구의 머리에서 나온 것인가"라며 "겉으로는 '신속 공급'을 포장하고 있으나 실상은 실패한 부동산 정책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과천시를 희생양으로 삼으려는 얄팍한 정치적 술수에 불과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여론도 싸늘 … 노원·과천 주민들 국회 앞 시위 예고

    정부 주도 공급정책에 대한 주민 여론도 차갑다. 앞서 지난 3월 발의된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 확대를 골자로 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5인), 국토부 장관에게 용산공원조성계획 수립 권한을 부여하는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외 15인)은 각각 3292건, 3213건의 반대 입법의견이 달렸다.

    현장 시위도 예고됐다. 태릉CC 개발 반대 측 주민들은 과천 경마장 이전 반대 주민들과 연대해 오는 28일 오전 11시 국회의사당 앞에서 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노원구에 8년째 거주 중인 박모 씨(40)는 "가뜩이나 태릉CC 주변은 길이 좁고 교통체증도 심한데 한번에 7000여가구를 집어 넣으면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겠나"라며 "6800가구 중엔 임대 비율은 얼마나 되는지, 교통망 대책은 어떻게 되는지 자세한 설명 없이 일단 공급 물량만 발표하면 되는건가"고 불만을 토로했다.

    남양주시 다산신도시에 사는 정모 씨(46)는 "신도시급 공공주택이 대량으로 조성되면 주변 지역도 같이 베드타운화 될 수 있고 집값도 탄력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 예정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주민 설득기구를 만들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