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후자산가치로 보증한도 산정 … 준공 뒤 가격 하락에도 재평가 없어2027년 말까지 보증비율 100%, 보증사고 최종 위험은 주금공 부담추가 이주비 별도 총량도 없어 … 수요 늘면 사업자보증 목표 확대 가능美 주택금융 부실에 1914억달러 공적자금, 공적보증 위험관리 중요성 부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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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정비사업의 '미래 집값'을 토대로 이주비 보증한도를 정하면서도 가격 전망이 빗나가더라도 준공 시점에 다시 조정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2027년 말까지 100% 보증까지 적용돼 가격 하락 위험을 공적 보증기관인 한국주택금융공사가 떠안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은 정부의 부동산 금융 종합대책에 따라 재건축·재개발 추가 이주비를 지원하는 신규 보증상품을 마련할 예정이다. 종후자산가치를 토대로 이주비 부족분을 보증해 정비사업 초기의 자금 병목을 풀겠다는 취지다.

    보증한도는 최초 승인 시점의 종후자산평가액을 기초로 결정된다. 주목할 대목은 이후 실제 집값이 예상과 달라져도 한도를 다시 산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주금공은 "보증한도는 최초 승인시점에 결정되며 준공 시 별도의 재평가·한도조정은 없다"고 밝혔다.

    가령 사업 초기 10억원으로 평가한 종후자산가치가 공사기간 중 부동산 경기 악화로 준공 시점에 8억원으로 떨어져도 이미 승인된 보증한도는 그대로 유지된다. 인허가부터 철거와 착공, 준공까지 수년이 걸리는 정비사업 특성상 최초 평가와 실제 입주 시점의 가격이 벌어질 가능성까지 최초 심사 단계에서 감안해야 하는 구조다.

    정부가 종후자산가치를 끌어온 이유는 이주비 대출 여력을 넓히기 위해서다. 기존에는 종전자산가치를 중심으로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했지만 앞으로는 재건축·재개발 이후 새로 지어질 주택의 가치까지 일정 부분 인정한다. LTV 40%는 그대로 두고 담보가치의 기준을 넓혀 조합원의 대출 여력을 평균 약 30% 늘리는 방식이다.

    여기서 부족한 자금에는 공적보증이 한 겹 더 붙는다. 종후자산가치를 반영하고도 이주비가 모자라면 주금공 보증을 통해 추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보증비율은 2027년 말까지 100%다. 금융회사 입장에서는 대출에 따른 위험 부담이 낮아지지만 보증사고가 발생하면 최종적인 위험은 주금공으로 넘어간다. 미래 집값을 반영해 대출 여력을 넓히고 그 위에 공적보증까지 얹는 만큼 보증기관의 위험관리 기준이 더 중요해진 셈이다.

    주금공도 안전장치는 마련한다. 가격 하락 가능성을 고려해 추가 이주비 한도를 심사 시점 평가액의 일정 비율 이내로 제한하고 사업성도 함께 따질 계획이다. 시공사를 상대로 신용보강 장치를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작 손실을 가를 핵심 기준은 비어 있는 상태다. 종후자산평가액의 몇 %까지 보증을 허용할지, 지역과 사업 유형별 위험을 한도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신규 상품 설계 과정에서 결정된다. 준공 뒤 재평가를 하지 않는 만큼 최초 평가액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산정하고 가격 하락분을 어느 정도 선반영하느냐가 사실상 핵심 안전판이다.

    보증 공급의 총량도 열려 있다. 추가 이주비 보증은 PF보증과 건설자금보증 등을 포함한 주금공 사업자보증 공급목표 안에서 집행한다. 현재 목표는 2027년 13조원, 2029년 12조원이다. 하지만 수요가 예상보다 많으면 내부 절차나 금융위원회 승인을 거쳐 목표 자체를 변경할 수 있다. 추가 이주비에 별도 총액 한도를 두기보다 수요에 따라 보증 공급을 늘릴 여지를 남겨둔 것이다.

    공적보증이 부동산 시장의 위험을 흡수했다가 보증기관의 부담으로 돌아온 전례도 있다. 2024년 3월 정부는 부동산 PF 시장 경색에 대응해 HUG·주금공의 PF 사업자보증을 25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렸고, 같은 해 1분기에만 HUG 보증으로 PF 대출 2조 5000억원과 정비사업 PF 대출 7000억원 등 3조 2000억원이 실행됐다. 전세보증에서도 사고와 대위변제가 급증해 HUG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자 정부가 현금·현물 출자로 자본을 보강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교훈을 찾을 수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미국에서는 주택가격 하락으로 국책 모기지기관인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의 손실이 급증하자 정부가 두 기관을 관리체제로 편입했다. 이후 미 재무부가 투입한 자금은 1900억달러를 넘어섰다. 이번 이주비 보증과 구조나 규모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주택금융의 위험을 공공이 흡수할수록 가격 하락 시 손실을 어디에서 차단할지 명확한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은 같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비사업은 기간이 길어 종후자산가치가 최초 예상과 달라질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며 "준공 때 재평가하지 않는다면 최초 평가 단계에서 가격 하락을 얼마나 보수적으로 반영하고 보증한도를 어디까지 제한하느냐가 공적보증의 위험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