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거주 1주택 신규·연장 제한 … 대출 못 갚으면 자기 집으로집주인 실거주 땐 갱신권 무력화 … 세입자 다시 전세 찾아야실거주 러시에 전세값 상승 압력↑ … 보증부월세 전환 가속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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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유 중인 아파트를 임대로 주고 다른 곳에서 전세로 거주하는 비거주 1주택자의 대출 문턱이 내년부터 높아진다. 기존 전세대출의 만기 연장까지 원칙적으로 제한되면서 대출 상환이 어려운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늘 것으로 예상된다. 그 불똥은 고스란히 세입자로 튈 전망이다.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를 밝히면 세입자의 계약갱신청구권은 무력화되고 결국 살던 집을 떠나 새 전세집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8·3 세제개편으로 비거주 1주택자의 세 부담을 높인 데 이어 전세대출까지 조이면서 임대차시장에도 불안감이 번지고 있다.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이 본격화하면 기존 세입자가 신규 임차 수요로 다시 시장에 유입돼 가뜩이나 부족한 전세 매물은 더 줄고 가격은 오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1월부터 전세대출 보증 제한 대상에 '투기적 목적의 비거주 1주택자'를 추가한다. 수도권·규제지역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이를 타인에게 임대한 사람 가운데 본인과 배우자 모두 해당 주택에 주민등록을 둔 이력이 없는 경우다.

    규제 대상은 전세대출 신규 취급과 기존 대출의 만기 연장이 원칙적으로 제한된다. 수도권·규제지역 아파트를 보유한 1주택자의 전세대출은 약 6만건, 9조3000억원 규모다. 이 가운데 실제 규제 대상이 되는 비거주 1주택자의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본인이나 배우자가 보유 주택에 한 번이라도 주민등록을 뒀다면 규제를 받지 않는다. 부모·자녀 등 직계존비속에게 임대한 경우도 제외된다. 기존 세입자의 계약 기간이 남았거나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대출을 갚기 어려운 경우에는 금융회사 심사를 거쳐 신규 대출이나 만기 연장을 받을 수 있다.

    세제와 대출 규제가 비거주 1주택자를 가르는 잣대는 서로 다르다. 8·3 세제개편안은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적용할 때 보유 주택에서 1년 이상 거주한 뒤 취학·전근·질병·부모 봉양 등으로 다른 시·군으로 옮긴 경우 비거주 기간을 최장 3년까지 거주 기간으로 인정한다. 반면 전세대출 규제는 실제 거주 기간보다 주민등록 이력을 우선 따지고, 그 밖의 불가피한 사정은 금융회사가 심사한다. 같은 비거주 1주택자라도 세금과 대출에서 규제 대상 여부가 달라질 수 있는 셈이다.

    규제 대상이 아닌 1주택자의 대출 문턱도 높아진다. 수도권·규제지역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은 현행 80%에서 70%로 낮아진다. 나머지 지역도 90%에서 80%로 축소된다. 무주택자의 보증비율은 유지된다.

    집주인들의 움직임은 앞서 발표된 세제개편안 이후 현장에서 먼저 나타났다. 서울 서초구의 A 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제개편 전에는 전세를 놓겠다는 집주인도 있었지만 지금은 실거주를 우선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서울 성동구의 B 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장기보유특별공제가 거주 중심으로 바뀐 뒤 과거 양도세 비과세를 위한 2년 실거주 요건을 채운 집주인들까지 다시 입주를 검토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 만기 연장까지 막히면 계약 종료에 맞춰 보유 주택으로 돌아가려는 집주인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게 현지 중개업계의 관측이다.

    집주인으로부터 입주 통보를 받은 사례도 나왔다. 김정철 개혁신당 최고위원은 지난 11일 세금 부담 때문에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직접 들어와 살겠다는 집주인의 문자를 공개했다. 자녀가 집 앞 초등학교에 입학한 상황에서 다른 거처를 찾아야 하는 김 최고위원은 "집주인도 원해서 들어오는 게 아니고 세입자도 원해서 나가는 게 아니다"고 비판했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집주인이나 집주인의 직계존비속이 실제 거주하려는 경우 세입자의 계약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세입자가 갱신권을 남겨뒀더라도 집주인의 실거주 의사가 인정되면 계약 만료 뒤 집을 비워줘야 한다.

    전세시장은 이미 매물 부족과 가격 상승이 겹쳤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6일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937건으로 올해 초 2만3060건보다 9.2% 감소했다. 경기도는 같은 기간 1만7745건에서 1만2344건으로 30.4% 줄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8월 둘째 주 서울 아파트 전셋값도 전주보다 0.25% 올랐다.

    전세의 월세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임대차 거래 1만7720건 가운데 월세 거래는 9718건으로 54.8%를 차지했다. 관련 통계가 공개된 2011년 이후 월별 최고치다.

    한국부동산원 집계에서도 올해 상반기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는 4.62% 올라 관련 통계가 제공된 2015년 하반기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전세대출 규제가 보증부월세 전환을 더욱 부추기면 목돈 마련이 어려운 청년과 취약계층의 주거비 부담도 커질 수 있다.

    집주인이 보유 주택으로 들어가면 현재 살던 전셋집은 다시 시장에 나올 수 있어 전체 전세 공급이 반드시 감소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다만 두 주택의 지역과 유형, 보증금 수준이 다르면 집주인이 비운 집이 기존 세입자의 대체 매물이 되기는 힘들다. 새로 나온 집의 보증금이 더 높거나 생활권이 다를 경우 세입자는 다른 지역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는 무주택자의 전세대출 보증비율을 유지하고 청년 주거지원을 확대했다. 반면 집주인의 실거주로 이사해야 하는 세입자를 위한 별도 지원책은 이번 전세대출 규제에 포함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임차 매물이 줄어들 경우 청년·무주택자 지원 효과도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질병이나 학업, 직장 문제 또는 기존 세입자의 계약 기간 때문에 당장 보유 주택으로 들어가기 어려운 비거주 1주택자도 있다"며 "전세대출이 막히면 실거주보다 보증부월세로 전환하는 차주가 더 많아 월세화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일부 임차 매물이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번 규제만으로 임차난이 더 심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입주물량 감소와 계약갱신요구권 사용 증가, 전세의 월세 전환이 임대차 매물 부족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세대출 규제가 집주인의 실거주 전환을 늘려 기존 세입자의 퇴거와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대출 만기 연장이 막히면 보유 주택으로 들어가는 집주인이 늘고 기존 세입자는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 있다"며 "집주인이 살던 전셋집이 다시 나오더라도 더 높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면 세입자의 선택지는 줄어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실거주 전환으로 전세 공급이 줄면 전셋값도 우상향할 가능성이 있다"며 "세입자 피해를 줄이려면 비거주 1주택자를 일률적으로 압박하기보다 1가구 1주택 규제와 실거주 의무를 완화하는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