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월세 수준 원리금으로 비아파트 마련…아파트 정책혜택 축소 아냐""생초혜택 유지" 강조했지만 비아파트 처분 전제…낮은 환금성 '족쇄' 우려"수요 없어도 정부 역할" 방어하면서 아파트 확대 여지…청년 주거수요와 간극 여전
  • ▲ 빌라 밀집 지역ⓒ연합뉴스
    ▲ 빌라 밀집 지역ⓒ연합뉴스
    정부가 청년층의 비아파트 구입을 지원하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발표한 지 하루 만에 금융당국이 긴급 해명에 나섰다. 청년들에게 사실상 빌라 매입을 유도하는 '가두리 정책'이라는 비판이 확산하자 예정에 없던 질의응답 자리까지 마련하며 논란 진화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14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금융종합대책과 관련한 추가 질의응답을 진행했다. 전날 8·13 부동산 금융종합대책을 발표한 지 하루 만이다.

    논란의 중심에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이 있다. 4억원 이하 비아파트를 구입하는 청년에게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낮은 금리로 자금을 빌려주는 정책상품이다.

    윤덕기 금융위 거시금융팀장은 이날 "청년은 빌라에만 살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오는데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문헌상으로만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다"면서도 "월세 수준으로 비아파트를 마련하고 싶어 하는 수요가 있을 수 있으니 이런 틈새시장을 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파트를 절대 못 사게 한다는 게 아니다"라며 "기존의 아파트 구입을 위한 정책적 혜택은 그 어떤 것도 축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금융위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의 주요 대상으로 직주근접을 위해 역세권 다세대·오피스텔 등에서 월 80만~90만원의 월세를 내고 거주하는 사회초년생 등 1인 가구를 꼽았다. 매달 내는 월세와 비슷한 수준의 원리금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도록 '추가 선택지'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은 2억원을 30년 만기, 연 3.0% 금리로 대출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월 원리금 상환액이 약 85만원이다. 금리는 현행 연 4.9~5.2% 수준인 일반 보금자리론보다 최소 0.4%포인트 낮게 공급할 계획이다. 저소득층은 최대 1.0%포인트, 지방은 0.4%포인트, 신생아 가구는 0.3%포인트 추가 우대한다.

    ◆ "생초혜택 유지" 강조했지만 … 안 팔리면 아파트 갈아타기 '족쇄'

    금융위는 비아파트를 샀다가 향후 아파트로 갈아탈 경우 생애최초 주택구입 혜택을 잃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도 적극 반박했다.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이용해 비아파트를 구입한 뒤 해당 주택을 처분하고 다시 무주택자가 되면 향후 아파트 등을 살 때 생애최초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우대 혜택을 다시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생애최초 LTV는 수도권·규제지역 70%, 그 외 지역은 80%다.

    윤 팀장은 "강제로 사라고 할당하는 상품이 아니다"라며 "가격 하락이 걱정되는 청년이라면 처음부터 생애최초 혜택을 써서 아파트를 사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월세로 내는 돈으로 실물자산을 보유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마련한 상품"이라며 "이 상품으로 비아파트를 샀다가 향후 결혼이나 주거 환경 변화로 집을 팔고 다시 무주택자가 돼 아파트 등을 살 때 생애최초 LTV 우대혜택을 파기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비아파트 시장의 낮은 환금성으로 향후 매각이 어려워질 경우 오히려 아파트로 이동하는 데 '족쇄'가 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남는다. 금융위 역시 기존 비아파트를 보유한 채 생애최초 혜택을 다시 적용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며, 해당 주택을 처분해 무주택자가 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 ▲ 이억원 금융위원장ⓒ연합뉴스.
    ▲ 이억원 금융위원장ⓒ연합뉴스.
    ◆ "수요 없어도 정부 역할" 당위성 내세우더니 … 슬쩍 열어둔 '아파트 확대'

    '수요 없는 공급'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금융위는 정책상품의 성격상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윤 팀장은 "수요 없는 공급이 돼도 된다"며 "이런 수요를 가진 분들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도와드리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년들이 실제 요구했던 것은 비아파트 구입 지원보다 아파트 구입을 위한 대출한도 확대에 가깝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가계부채 관리 원칙을 이유로 들었다.

    금융위는 청년이 6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규제 아래에서 연봉이 최소 1억2000만원가량 돼야 하는 만큼 대출한도를 크게 높이는 것은 사실상 DSR 규제를 완화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DSR을 완화할 경우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일부 청년층에 혜택이 집중될 수 있는 만큼 가계부채 관리 틀은 유지하면서 저소득 사회초년생 등의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별도 상품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1인 가구를 주요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신생아 우대금리'를 포함한 데 대해서는 "소득이 적은 사회초년생이 아이까지 낳아 키운다면 경제적 부담이 심할 것이므로 더 낮은 금리를 적용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4억원 이하 비아파트로 제한된 지원 대상을 향후 아파트까지 확대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금융위는 서울과 수도권에서 1인 가구가 주로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등의 평균 매매가격을 고려해 4억원이라는 기준을 설정했다. 올해 전체 거래량 가운데 4억원 이하 아파트 비중은 서울의 경우 7.8%에 불과하다. 경기 32.6%, 인천 52.8% 등 수도권 전체로는 28.2% 수준이다. 전국 기준으로는 51%다.

    금융위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 출시 이후 운영 경과와 주택시장 상황 등을 살펴 지원 대상을 아파트까지 넓히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 현행 한국주택금융공사법상 주금공이 준주택인 오피스텔을 취급할 수 없는 만큼 상품이 출시되는 내년 1월 전까지 법 개정을 추진해 오피스텔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이다.

    ◆ "빌라 강요 아니다" 해명했지만 … '청년 눈높이'와 간극 여전

    정치권에서는 청년미래보금자리론을 둘러싼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2030 주거 사다리 만들어 달랬더니 오히려 가두리를 치는 '청년 모독'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수영 의원도 "이재명 정권의 고위공무원은 죄다 고가 아파트에 살고 다주택자가 부지기수이면서 왜 청년만 아파트에 살지 말라고 강요하나"라고 지적했다.

    금융위가 정책 발표 하루 만에 추가 설명에 나서면서 진화에 나섰지만 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이 요구하는 주거 사다리는 아파트 등 선호 주택에 대한 접근성 확대인데, 정부가 내놓은 해법은 상대적으로 환금성과 가격 상승 기대가 낮은 비아파트 구입 지원이라는 점에서 근본적인 간극이 여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