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서디나점 일평균 1500명 이상 방문 … 비한국인 고객 절반 넘어'톱 픽스'부터 피부 고민·성분별 큐레이션스킨스캔 등 체험 서비스 하루 150명 … 뷰티 넘어 K웰니스 확장
  • ▲ ⓒ CJ올리브영 패서디나점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14일 오전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 콜로라도대로. 애플과 아베크롬비앤피치, 티파니앤코 등 글로벌 브랜드가 늘어선 거리 한가운데, 회색 벽면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익숙한 브랜드가 눈에 든다. 

    지난 5월 문을 연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이다. 약 800㎡ 규모에 400개 브랜드, 5000여개 상품을 갖춘 미국 1호점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가장 먼저 ‘TOP PICKS(톱 픽스)’ 매대가 시선을 잡았다. 수천개 상품 가운데 올리브영에서 인기가 높은 상품을 한자리에 모아 보여주는 큐레이션 공간이다.

    이날 톱 픽스에는 패서디나점 판매 1위인 라운드랩 자작나무 수분 선크림을 비롯한 인기 상품들이 자리했다. 아직 올리브영과 개별 K뷰티 브랜드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 고객에게 ‘무엇부터 봐야 할지’ 첫 선택지를 제시하는 공간이다.
  • ▲ 입구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봐야하는지 안내해주는 '톱 픽스'가 자리한다.ⓒ조현우 기자
    ▲ 입구에는 소비자들이 어떤 제품을 봐야하는지 안내해주는 '톱 픽스'가 자리한다.ⓒ조현우 기자
    톱 픽스 양쪽에는 각각 약 13㎡(4평) 규모의 독립된 팝업 공간이 자리했다. 패서디나점에서 유일하게 ‘브랜드’를 내세우는 공간이다. 이날은 라운드랩과 아누아가 한 자리씩을 차지했다. 2개월마다 브랜드를 교체하며 하나의 K뷰티 브랜드를 집중적으로 알리게 된다.

    이날 만난 아누아 파법 직원인 지나(Gina)는 현지에서 K뷰티가 빠르게 확산된 배경으로 SNS를 꼽았다.

    그는 “가장 큰 요인은 ‘틱톡’에서의 바이럴인 것 같다”면서 “SNS에서 화제가 된 뒤 사람들이 직접 제품을 사용하고 마음에 들어하면서 퍼져나갔다”고 말했다.
  • ▲ 팝업은 유일하게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브랜드'를 앞세우는 공간이다.ⓒ조현우 기자
    ▲ 팝업은 유일하게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에서 '브랜드'를 앞세우는 공간이다.ⓒ조현우 기자
    팝업을 지나면 곧바로 스킨케어 제품들이 눈에 든다. 미국의 뷰티 리테일러가 일반적으로 입구에 색조나 럭셔리 브랜드를 배치하는 것과는 정 반대의 선택이다.

    입구 기준 왼쪽으로 길게 이어지는 스킨케어 공간은 4칸의 매대를 차지하고 있다. 패서디나점에서 만나볼 수 있는 카테고리 중 가장 큰 규모다. 반대쪽인 오른쪽 벽매대에는 선케어와 마스크팩들이 자리한다. 이미 미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진 ‘K스킨케어’를 매장의 첫 인상으로 삼은 것.

    고객들도 주로 스킨케어 제품들을 둘러보고 있었다.

    LA에 거주하는 아디나(19세)는 “처음에는 올리브영이 한국 뷰티 매장인지 몰랐다”면서 “아직 좋아하는 특정 브랜드는 없고 경험하는 단계”라고 말했다.

    이어 “메이크업보다 스킨케어에 더 관심이 많고 오늘도 페이셜 마스크를 살 예정”이라고 말했다.
  • ▲ 소비자들이 패서디나점에서 K뷰티를 체험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 소비자들이 패서디나점에서 K뷰티를 체험하고 있다.ⓒ조현우 기자
    패서디나점은 상품을 보여주는 방식도 한국 매장과 차이가 있다. 취급하는 브랜드와 상품은 많지만 국내 매장보다 매대 한 단에 놓는 상품 수를 줄였다. K뷰티는 알아도 수백개에 달하는 개별 브랜드와 제품까지 익숙하지 않은 미국 소비자를 고려한 것이다.

    대신 수분·광채·탄력 등 피부 고민과 PDRN·시카·콜라겐 등 성분과 효능을 중심으로 상품을 묶었다. 고객이 브랜드를 몰라도 자신의 피부 고민에서 출발해 제품을 찾도록 선택지를 좁혀주는 방식이다.

    시카고에서 LA를 방문한 브룩과 줄리아도 올리브영의 장점을 큐레이션으로 꼽았다.

    브룩은 “K뷰티는 제품을 어떻게 사용해야하는지, 언제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보가 미국 제품보다 훨씬 명확하다”면서 “세포라는 색조 메이크업 제품이 주로 있고 기초 스킨케어 제품은 많지 않은 것 같은데, 올리브영은 기초 스킨케어 제품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줄리아는 “K뷰티 하면 ‘글래스 스킨’이 생각난다”며 “거울 같은 투명한 피부 표현을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다.
  • ▲ 스킨스캔과 뷰티랩으로 이어지는 초개인화를 통해 개개인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조현우 기자
    ▲ 스킨스캔과 뷰티랩으로 이어지는 초개인화를 통해 개개인의 맞춤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조현우 기자
    안쪽으로 걸음을 옮길수록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은 ‘체험’으로 무게중심이 옮겨간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매장 중앙에 위치한 ‘스킨스캔’이다.

    얼굴 사진 6장을 촬영하면 모공 크기와 깊이, 주름, 열감과 자극, 트러블 등을 분석해 결과를 고객 휴대전화로 전송한다. 매장 직원은 피부 유형과 관리가 필요한 성분도 함께 안내한다.

    이날 처음 스킨스캔을 이용한 레티시아(27세)도 자신의 휴대전화에 나타난 분석 결과를 살펴보고 있었다.

    레티시아는 “건조함과 붉어짐, 온도, 주름 등 피부의 모든 것을 깊게 분석해주는 것 같아 기술이 매우 인상적이었다”며 “결과를 보고 내가 어떤 제품을 사야 할지 알 수 있어서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 ▲ 더 뷰티 랩은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구조다.ⓒ조현우 기자
    ▲ 더 뷰티 랩은 경험을 통해 소비자가 직접 자신이 필요한 제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구조다.ⓒ조현우 기자
    스킨스캔 뒤에는 ‘더 뷰티 랩’이 이어진다. 스킨스캔 결과를 바탕으로 약 15분 동안 클렌징부터 세럼과 선크림, 마스크팩 등 자신에게 필요한 스킨케어 방법을 안내받을 수 있다. 고객 한 사람만을 위한 ‘초개인화’ 서비스다.

    고객은 진단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직접적으로 인지한 뒤 다시 상품 탐색에 나선다. ‘경험→인지→구매’로 이어지는 구조다. 하루 균 스킨스캔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고객은 150명에 이른다.
  • ▲ 메이크업, 색조 등 카테고리를 매장 입구가 아닌 중앙 이후로 배치했다.ⓒ조현우 기자
    ▲ 메이크업, 색조 등 카테고리를 매장 입구가 아닌 중앙 이후로 배치했다.ⓒ조현우 기자
    스킨케어 구역을 지나자 바닥 타일의 모양이 바뀐다. 카테고리에 따라 바닥 타일부터 달리해 공간의 경계를 나눴다. 핑크 계열로 꾸며진 메이크업 구역에는 여러 제품을 직접 비교할 수 있는 대형 거울과 메이크업 바가 자리했다.

    K스킨케어보다 상대적으로 생소한 K메이크업은 체험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 미니 사이즈와 소용량 제품을 활용해 직접 DIY 키링을 만드는 ‘참앤미니스’ 역시 고객들이 오래 머무는 공간 중 하나다.
  • ▲ 타일 변화를 통해 조닝을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조현우 기자
    ▲ 타일 변화를 통해 조닝을 구분한 것이 특징이다.ⓒ조현우 기자
    매장 안쪽으로 향할수록 ‘뷰티’의 경계도 넓어진다. 홍삼과 글루타치온, 프로틴 등 이너뷰티 제품에 이어 불닭과 떡볶이, 김부각 등 K스낵까지 진열돼 있었다.

    일반적인 미국 뷰티 리테일러에서는 낯선 구성이다. 화장품에서 헤어·바디를 거쳐 먹는 제품까지 이어지도록 해 K뷰티를 ‘K웰니스’로 확장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 실제 패서디나점 판매 5위에는 이너뷰티 제품인 푸드올로지 콜레올로지 컷팅 젤리가 올라 있다.
  • ▲ K뷰티를 넘어 K웰니스로의 확장을 위한 포석도 깔아놓았다.ⓒ조현우 기자
    ▲ K뷰티를 넘어 K웰니스로의 확장을 위한 포석도 깔아놓았다.ⓒ조현우 기자
    매장을 한 바퀴 돌아보면 올리브영이 미국 1호점의 공간을 어떻게 활용하려 했는지가 선명해진다.

    입구에서는 ‘톱 픽스’로 첫 선택지를 제시하고 현지 인지도가 높은 K스킨케어를 전면에 내세웠다. 성분과 피부 고민별 큐레이션으로 낯선 상품의 선택지를 좁힌 뒤 중앙에서는 진단과 체험으로 사용법을 이해시킨다. 이후 메이크업과 헤어·바디, 이너뷰티와 식품으로 영역을 확장한다.
  • ▲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의 객단가는 한국 매장의 두 배에 달한다.ⓒ조현우
    ▲ 올리브영 패서디나점의 객단가는 한국 매장의 두 배에 달한다.ⓒ조현우
    한국의 올리브영을 그대로 옮겨놓기보다 ‘K뷰티는 알지만 올리브영과 수많은 한국 브랜드는 아직 낯선’ 미국 소비자를 기준으로 무엇을 먼저 보여주고, 무엇을 경험하게 할지부터 다시 짠 셈이다.

    권가은 CJ올리브영 미국법인장은 “현지 소비자가 자신의 피부 고민과 취향에 맞는 제품을 자유롭게 탐색하고 배우며 진짜 K뷰티를 발견하는 공간”이라며 “미국을 시작으로 우리 브랜드들의 글로벌 게이트웨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