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금융권 가계대출 21조1000억 증가주담대 이어 증시 호황에 신용대출까지 확대 취약차주 상환 부담·소비 위축 우려 … 금융권 건전성도 시험대
  • ▲ 국내 가계 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연합뉴스
    ▲ 국내 가계 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연합뉴스
    주택 거래 회복에 따른 주택담보대출 증가에 증시 호황을 노린 이른바 ‘빚투’까지 겹치면서 국내 가계 빚이 사상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가계부채가 역대 최대 수준까지 불어난 상황에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금리가 오를수록 이미 대출을 보유한 가계의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는 만큼 취약차주 부실과 소비 위축, 금융권 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오는 19일 발표되는 올해 2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 잠정치는 사상 처음으로 2000조원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

    가계신용은 은행과 보험,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금융기관에서 빌린 가계대출에 신용카드 결제액 등 판매신용을 합한 것으로 국내 가계부채 규모를 보여주는 가장 포괄적인 지표다.

    올해 1분기 말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25년 말보다 14조원 늘어나면서 2000조원까지 불과 6조9000억원을 남겨뒀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은 1865조8000억원으로 석 달 동안 12조9000억원 증가했고 신용카드 결제액 등 판매신용도 127조3000억원으로 1조1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2분기 들어 빚 증가 속도가 한층 빨라졌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은 4월 3조5000억원, 5월 9조3000억원, 6월 8조3000억원씩 증가했다. 2분기 석 달 동안 늘어난 규모만 21조1000억원에 달한다.

    금융위의 가계대출 통계와 한은의 가계신용 통계는 포함 범위가 달라 증가액을 그대로 더할 수는 없다. 다만 1분기 말 이미 2000조원까지 7조원도 남지 않았던 데다 2분기 금융권 대출 증가세가 더욱 가팔라진 만큼 2000조원 돌파는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 ▲ ⓒ금융위원회
    ▲ ⓒ금융위원회
    ◇ 집 사고 주식 사고 … 주담대·신용대출 동반 증가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는 주택담보대출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주택 거래가 살아나면서 주담대가 꾸준히 늘어난 동시에 증시 상승세를 타고 신용대출까지 확대되는 모습이다.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은 4월 5조5000억원, 5월 4조원, 6월 4조5000억원 증가했다. 주택 거래량 증가와 이전에 승인된 집단대출 실행 등이 대출 증가세를 이끌었다.

    여기에 2분기 들어 주식시장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빚을 내 투자하려는 수요도 늘었다.

    주담대를 제외한 기타대출은 4월 2조원 감소했지만 5월 5조3000억원, 6월 3조8000억원 각각 증가세로 돌아섰다. 일반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등을 활용한 투자 자금 수요가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가계부채의 양적 팽창이 다시 빨라지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만 놓고 보면 최근 수년간 이어졌던 위험도는 다소 낮아졌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2025년 말 한국의 명목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88.6%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들어 명목 GDP 성장률이 높아진 만큼 이 비율은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부채 규모와 국제 비교를 감안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다.

    2025년 말 기준 미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8.1%, 일본 61.1%, 영국 73.6%, 프랑스 59.7%로 한국보다 낮았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13일 발표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금융 종합대책’에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주요국과 비교해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부동산 시장을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경계했다.

  • ▲ 분기별 가계신용ⓒAI 생성
    ▲ 분기별 가계신용ⓒAI 생성
    ◇ 2000조 빚 위에 금리까지 … 취약차주부터 부담

    시장에서는 가계부채 2000조원 자체보다 앞으로의 금리 방향에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7월 16일 기준금리를 연 2.50%에서 2.75%로 0.25%포인트 올렸다. 시장에서는 물가와 부동산, 가계대출 흐름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신규 대출을 억제해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이미 대출을 보유한 차주의 이자 부담은 늘어난다.

    특히 소득 대비 대출 규모가 크거나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취약차주에게는 금리 상승의 충격이 더 크게 나타날 수 있다.

    한은도 6월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연체율이 장기 평균을 밑돌고 있지만 상환 능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취약차주 비중은 차주 수 기준으로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금융시스템의 단기 안정 상황을 보여주는 금융불안지수(FSI)도 6월 16.9로 2025년 말 16.0보다 높아졌다. 12 이상인 ‘주의’ 단계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가계부채와 금리 상승이 맞물리면 금융권을 넘어 실물경제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가계가 소득 가운데 원금과 이자 상환에 써야 하는 몫이 커질수록 소비에 사용할 수 있는 여력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 부채 억제·경기 방어 사이 … 한은 셈법 복잡

    이에 따라 향후 한은의 통화정책도 한층 복잡해질 전망이다.

    금리를 올리면 주택과 주식시장으로 흘러드는 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2000조원에 달하는 기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을 동시에 키우게 된다. 반대로 금리 인상을 늦출 경우 부동산 가격과 가계대출 증가세를 다시 자극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결국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낮추면서도 취약차주의 부실과 내수 충격을 최소화하는 ‘정교한 줄타기’가 필요해진 셈이다.

    시장에서는 금리 상승에 따른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경제성장률을 끌어내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실채권이 과도하게 늘어날 경우 금융권 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