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CRL 뒤 그룹주 급락 … 주가 연동형 자금조달 취약성 노출CB 원리금 신주로 상계하고 HLB 전환사채-영구 전환사채 맞교환HLB, 테라퓨틱스 지분 7.94→13.87% … 진양곤은 글로벌 지분 확보 가능HLB제약 유증 예상액 1200억→608억원 … 주주는 지분 희석-추가 출자 부담
  • ▲ HLB. ⓒ뉴데일리 DB
    ▲ HLB. ⓒ뉴데일리 DB
    HLB그룹 간암 신약의 세 번째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불발 이후 진양곤 회장과 HLB의 계열사 지배력이 일부 상장사에서 오히려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열사가 갚아야 할 전환사채(CB)를 신주로 바꾸고, 진 회장이 보유한 HLB CB를 다른 계열사의 영구 CB와 교환하는 방식이다.

    일부 계열사는 당장 현금유출을 피했지만, 기존 주주에게는 지분 희석과 추가 출자 부담이 남았다. 허가 불발로 주주가치가 훼손된 뒤 지배력은 더 강해지는 모양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안과·항암 신약을 개발하는 HLB테라퓨틱스는 최근 HLB를 상대로 111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HLB가 보유한 17·18회 CB 원리금을 납입대금과 상계한다. 실제 현금이 오가지 않는 출자전환이다.

    HLB테라퓨틱스는 상환자금을 아끼는 대신 보통주 610만3185주를 내준다. 발행주식 수는 6.89% 늘고, HLB 지분율은 7.94%에서 13.87%로 5.93%p 높아진다.

    미디어커머스·소비재 사업을 하는 HLB글로벌에서도 현금 없는 자산 교환이 이뤄졌다. 진 회장은 자신이 보유한 HLB 40회 CB 30억원어치를 HLB글로벌에 넘기고 같은 금액의 HLB글로벌 영구 CB를 받는다.

    해당 영구 CB는 만기가 2056년이지만, HLB글로벌이 만기 5영업일 전까지 연장하지 않겠다고 통지하지 않으면 동일한 조건으로 30년씩 자동 연장된다. 표면·만기이자율은 0%이며 사채권자의 조기상환청구권도 없다. 전환가액은 1433원으로, 모두 주식으로 바뀌면 진 회장은 최대 3.97%의 HLB글로벌 지분율을 확보할 수 있다.

    무상으로 지분을 받은 것은 아니지만, HLB글로벌은 현금을 쓰지 않고 HLB CB를 확보했고 진 회장은 계열사 지분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두 거래의 공통점은 현금 대신 주식과 전환권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계열사는 유동성을 보존하고, HLB와 진 회장은 직접 또는 잠재 지배력을 높였다. 반면 HLB테라퓨틱스 주주는 신주 발행으로 지분이 희석되고 HLB글로벌 주주는 영구 CB가 전환될 경우 희석을 감수해야 한다.

    그룹의 다른 자금조달에서는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전환 유인이 약해진 CB를 계열사가 현금을 들여 만기 전에 취득한 것이다.

    비임상시험수탁기관(CRO) 계열사 HLB바이오스텝은 두 차례 자기 CB 취득에 162억원을 투입하기로 했고, 맞춤형 효소·마이크로바이옴 소재기업 HLB제넥스는 14일 195억원의 CB를 199억원에 사들였다. 14일 종가는 각각 2540원과 2000원으로, 해당 CB 전환가액 7990원과 2220원을 밑돌았다.

    HLB제약 유증도 주가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1차 발행가액이 5650원으로 낮아지면서 현재 예상 모집액은 1200억원에서 608억원으로 49.3% 감소했다. 주주는 지분율을 지키려면 추가 자금을 내야 하고, 청약하지 않으면 희석된다. 최대주주 HLB생명과학도 배정물량의 절반만 인수할 예정이기 때문에 그룹 지분율 하락을 피할 수 없게 됐다.
  • ▲ 세종시 연동면 소재 HLB.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뉴데일리
    ▲ 세종시 연동면 소재 HLB. 사진=네이버지도 갈무리. ⓒ뉴데일리
    HLB도 추가 CB를 발행해 신약개발 자금을 마련한다. HLB는 19일 제44회 CB 발행을 통해 300억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이 450억원 순유출되고 1212억원의 순손실을 낸 가운데 조달액은 신약 연구개발·임상 및 상업화에 투입된다. 진 회장도 15억원어치를 인수한다.

    전환가액은 3만3361원으로, 향후 주가가 이를 웃돌면 지분 희석 가능성이 커지고 밑돌면 2028년 2월부터 조기상환청구에 따른 현금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이번 자금 재편을 세 번째 보완요구서한(CRL)이 모두 촉발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상당수 CB와 유증이 그전에 발행되거나 결정됐다. 다만 7월10일 허가 불발 뒤 그룹주 급락은 주가에 기대온 자금조달 구조의 취약성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HLB 주가는 CRL 수령 직전인 7월9일 5만2200원에서 13일 2만5650원으로 50.86% 떨어졌다. 같은 기간 HLB생명과학은 3180원에서 1640원으로 48.43%, HLB제약은 1만2240원에서 6170원으로 49.59% 하락했다. 신약 허가 위험이 HLB에 그치지 않고 계열사 주가와 유증 조달액, CB 전환 가능성까지 동시에 흔든 것이다.

    그룹주는 8월 들어 반등했다. 10개 상장사 모두 7월31일보다 14일 주가가 올랐고, HLB이노베이션은 65.06%, HLB생명과학은 56.44%, HLB바이오스텝은 50.03% 상승했다.

    하지만 CRL 직전인 7월9일 주가를 회복한 곳은 △HLB글로벌 △HLB이노베이션 △HLB제넥스 △HLB테라퓨틱스 △HLB펩 등 절반에 그쳤다. HLB는 4만3150원으로 17.34%, HLB제약은 8800원으로 28.10% 낮은 수준이다.

    최근 주가 반등이 이미 발생한 자금조달 부담까지 되돌리지는 못한다. HLB제약의 최종 발행가액은 1·2차 발행가액 가운데 낮은 금액으로 결정돼 1차 발행가액인 5650원을 넘을 수 없다.

    HLB바이오스텝과 HLB제넥스도 자기 CB 취득을 결정하면서 현금 지출 부담이 현실화됐다. 주가는 반등했지만, CRL 이후 드러난 자금조달 비용은 계열사 재무에 남은 셈이다.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CB 전환에 따른 지분 희석 가능성이 커지고, 밑돌면 계열사의 현금상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세 번째 CRL 충격 이후 진 회장과 HLB의 계열사 지배력은 결과적으로 강화됐지만, 주가 연동형 자금조달 비용은 계열사의 현금 지출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부담으로 남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금 대신 신주와 전환권으로 채무를 정리한 것은 계열사의 유동성을 지키기 위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면서도 "다만 그 과정에서 지배주주의 계열사 지배력은 높아지고 기존 주주의 지분은 희석될 수 있는 만큼 재편 비용을 누가 부담하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HLB의 미국 자회사 엘레바 테라퓨틱스는 지난달 9일(현지시각) FDA로부터 리보세라닙 신약허가신청(NDA)에 대한 세 번째 CRL을 받았다. 엘레바는 올해 1월 리보세라닙과 항서제약의 면역항암제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을 간암 1차 치료제로 허가받기 위해 NDA를 재제출했다.

    CRL에는 NDA에 포함된 항서제약 제조시설의 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cGMP) 실사에서 지적사항이 확인돼 'Form 483'이 발부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Form 483은 FDA 조사관이 제조시설 현장실사에서 규정 위반 가능성이 있는 사항을 확인했을 때 개선 필요사항을 전달하는 문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