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 게재 나흘만 1만212명 동의 … '특별법 개정안'도 반대의견 잇따라서울 유일 신규택지 염창공원도 흔들 … '기반시설 부족한데 또 임대' 비판구청장 블로그에 반대 댓글 100여개 … 노원·과천 주민 국회 앞 시위 예고
  • ▲ 용산어린이정원 일대. ⓒ연합뉴스
    ▲ 용산어린이정원 일대. ⓒ연합뉴스
    정부의 공공주택 '닥치고 공급'(닥공)이 대상지역 주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충분한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사업 후보지, 목표 물량 발표에 급급하다가 역풍을 맞은 것이다. 용산공원 개발을 전면 중단해달라는 국회 청원은 게재 4일만에 동의수 1만명을 돌파했고, 서울 강서구청 홈페이지와 구청장 블로그에는 염창공원 공공주택 공급을 반대하는 민원글이 쇄도하고 있다. 태릉CC와 과천 경마장이 위치한 노원구, 과천시 주민들도 현장 집회 등 집단행동을 예고하고 있다. 정부의 일방적인 후보지 발표와 숫자 놀음, 그로 인한 잇단 주민 반발에 공급정책 신뢰도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18일 국회전자청원에 따르면 '용산공원 특별법 개정 반대 및 용산공원 부지 주택 공급 추진 중단에 관한 청원'은 이날 오전 9시 기준 동의수 1만212명을 기록했다.

    청원이 게재된 지난 14일 이후 나흘만에 동의자 수가 1만명을 넘어섰다. 청원인은 "여야를 막론하고 역대 정부는 2007년 국회가 법률로 확정한 '반환부지 전체의 공원화' 원칙을 지켜왔고, 용산공원 내 주택 건설을 엄격히 금지해 왔다"며 "그러나 최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은 핵심 장치인 녹지 확보 기준을 완화해 공원 부지 내 주택 공급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는 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청원인이 언급한 개정안은 지난 3월 복기왕·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 개정안'이다.

    이들 법안은 미군 반환 부지부터 단계적으로 주택 공급 길을 열어주는 것이 골자다. 연초 발표된 '1·29 도심 주택 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을 지원하기 위해 발의된 법안이나 반대의견 건수가 가각 3292건, 3213건에 이르는 등 반발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현재 정부는 용산어린이정원을 포함한 용산공원 전체를 대상으로 주택 공급이 가능한 부지를 찾고 있다. 용산공원은 총 300만㎡ 규모로 이 중 76만8000㎡(25.6%)가 미군으로부터 반환 완료된 상태다.

    이 가운데 개발 후보지로 직접 거론된 용산어린이공원은 약 30만㎡ 정도다. 부동산업계에서는 해당 부지에 용적률 상향과 고밀개발을 적용하면 1만여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서울시와 용산구 등 관할 지방자치단체는 물론 주민들까지 격렬히 반발하면서 공급 플랜에 빨간불이 켜졌다.

    '8·13 부동산 공급대책'에서 유일한 서울 내 신규택지인 염창공원 개발도 험로가 예상된다. 강서구 염창동에 위치한 염창공원은 5만1000㎡ 규모로 공공주택 1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지구 지정과 부지 조성 절차를 앞당겨 2029년에 첫 삽을 뜨겠다는 게 정부 목표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진교훈 구청장이 이끄는 강서구청은 환영 입장을 내놨지만 정작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난 13일 진 구청장 블로그에 올라온 '20년을 기다린 염창근린공원, 드디어 해법을 찾았습니다' 제목 게시글엔 100여개 넘는 반대 댓글이 달렸다.

    염창동을 비롯한 강서구 경우 그동안 다수의 임대주택 공급과 그에 따른 기반시설 부족 문제가 심각함에도 또다시 공공주택을 밀어넣으려 한다는 게 주요 반대 이유다. 그 외 강서구청 홈페이지 내 '구청장에게 바란다' 게시판에도 공공주택 반대 민원이 쇄도하고 있다.

    한 네티즌은 게시글 댓글을 통해 "20년 동안 임대주택을 기다리는 지역 주민들이 대체 어디 있나"라며 "현재에도 도로 등 주변 생활 인프라가 낙후된 상태에서 대뜸 1000가구 신규 공급 폭탄을 떨어뜨리면 근처 주민들의 생활이 어떻게 될 지 생각해봤나"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노원구와 과천시 등에서도 주민 반대 여론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정부는 이번 8·13대책에서 6800가구 규모 노원구 태릉CC는 인허가 절차 등을 병행해 2029년 9월 착공, 9800가구 규모 과천 경마장과 방첩사 부지는 2029년 12월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이에 노원·과천 주민들은 오는 28일 오전 11시 국회 앞에서 정부 주도 공급대책을 반대하는 연합집회를 가질 예정이다.

    정부 주도의 '묻지마 공급'과 주민 반발에 공급정책 신뢰도도 흔들리고 있다. 정부는 오는 9월 말 추가 신규택지를 공개할 계획이지만, 후보지와 목표 물량만 일방적으로 발표하는 것만으로는 시장에 안정 시그널을 주기 어렵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용산 개발 건은 2021년 비슷한 내용의 특별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무산된 적 있고, 태릉CC 등도 문재인 정부 시기 이미 추진됐다가 무기한 중단된 곳"이라며 "후보지와 목표 물량만 일방적으로 발표했다가 역풍을 맞는 악순환이 또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정부가 공급계획을 세웠지만 실제로 추진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주민 설득기구를 만들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사업에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