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노위 사용자성 인정 59.1% … 노사 행정소송 7건李 지시에 시행령·시행규칙 검토 … 법률 모호성 커져사건 폭증에 '즉결심판' 검토 … 공익위원 쏠림 그대로총리도 법적 보완 인정 … 野 개정협의체 제안은 외면
  • ▲ 6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1만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 6월 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열린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 1만 간부 결의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시행 이후 원청의 사용자성과 쟁의행위 범위를 둘러싼 노사 간 분쟁이 잇따라 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정부는 시행령·시행규칙 손질로 수습에 나섰고, 중앙노동위원회는 일부 공익위원에게 심판이 편중된 상황에서 '즉결심판' 도입까지 검토하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과 판정의 신뢰성은 그대로 둔 채 하위법령과 절차 간소화로 문제를 덮으려는 '땜질 처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8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중노위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까지 진행된 중노위의 개정 노조법 관련 재심 판정은 총 49건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원청의 사용자성이 인정된 판정은 29건이었고, 18건은 기각, 2건은 취하됐다. 중노위 판정 중 59.1%에서 사용자성이 인정된 것이다.

    재심에서도 사용자성이 인정되자 일부 기업은 행정소송을 선택하고 있다. 지난 10일까지 개정 노조법 관련된 행정소송 접수 건수는 7건이다. 이 중 기업이 5건, 노동조합이 2건을 신청했다. 행정소송으로 넘어간 7건 모두 6월 진행된 중노위의 재심 사건인 만큼, 7월 진행된 재심 판정 역시 소송전으로 번질 공산이 크다.

    이러한 문제는 노동위원회 단계에서 노란봉투법에 대한 일관된 판단 기준을 적용하지 못하면서 발생했다.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인정된 사건이 중노위에서 기각되는가 하면, 중흥건설·중흥토건과 한국도로교통공단, 한국산업단지공단 사건처럼 초심의 기각 결정이 재심에서 뒤집히기도 했다.

    그 사이 한화오션은 지난달 중노위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나온 첫 행정소송이다. 중흥건설·중흥토건과 포스코이앤씨 등도 자신들은 하청 노동자와 근로계약을 맺은 사용자가 아니며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할 의무도 없다며 중노위 판정 취소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3월 법 시행 이후 불과 5개월 만에 사용자성 판단을 둘러싼 갈등이 노동위를 넘어 법원의 몫으로 넘어간 셈이다.

    혼란의 핵심에는 법률에 담긴 추상적인 문구가 있다. 개정 노조법은 근로계약을 직접 체결하지 않았더라도 근로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으면 사용자로 보도록 했다. 노동쟁의 대상에도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포함했다.

    다만 실질적·구체적 지배력이 무엇인지, 사업 경영상 결정 가운데 어디까지 파업 대상이 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은 법과 시행령 어디에도 명확하게 규정돼 있지 않다. 같은 사안을 두고 지노위와 중노위의 결론이 달라지고 노사가 나란히 행정소송에 나서는 배경이다.

    중노위 '즉결심판' 도입 검토 … 공익위원 편중 논란 속 불복 우려

    중노위는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노동분쟁 사건이 늘면서 업무 부담이 커지자 절차 간소화 차원에서 '즉결심판'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약식절차 등을 참고해 비교적 쟁점이 단순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이다. 

    중노위는 쟁점이 단순해 신속한 판단이 가능한 사건을 별도 절차로 처리하면 전체 심판 기간을 단축하는 동시에 복잡한 사건에 역량을 집중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판정이 늦어질수록 근로자와 사용자 모두 분쟁 상태에 장기간 놓이는 만큼 신속한 권리 구제를 위해서도 처리 절차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법 해석 기준조차 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처리 속도만 높이면 부실 심리와 불복 소송이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원청 사용자성 인정 여부는 기업의 교섭 의무와 부당노동행위 책임으로 이어지는 중대한 사안인 만큼 노사의 주장과 증거를 충분히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공익위원 편중에서 출발한 형평성 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 4일부터 7월 24일까지 중노위가 판정한 개정 노조법 재심 39건에 참여한 공익위원은 전체 31명 가운데 7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24명은 단 한 건의 심판에도 참여하지 않으면서 일부 공익위원에게 집중된 구조가 지속된 것이다. 

    법 보완 필요성 인정하고도 … 재개정 대신 하위법령 손질

    뒤늦게 이재명 대통령은 노란봉투법의 쟁의 대상이 모호하다며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라고 노동부에 지시했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은 지난 12일 국회 기후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 때는 지침으로 하겠다고 보고했지만 대통령이 지침보다는 구체적인 제도화를 검토하라고 재차 지시했다"며 "시행령이나 시행규칙 등 어떤 방법이 있을지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가 시행령·시행규칙만으로 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행정지침은 노동위원회의 판단 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지만 법원을 구속하지 않는다. 시행령 역시 법률이 위임한 범위를 넘어 사용자나 쟁의행위의 범위를 새롭게 제한하거나 확대할 경우 위임입법의 한계를 벗어났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특히 개정 노조법에는 '실질적·구체적 지배·결정'이나 '사업 경영상의 결정'을 하위법령으로 구체화하도록 하는 명시적인 위임 조항이 없다. 정부가 시행령으로 사용자성이나 쟁의 대상을 좁히면 노동계가 법 취지를 훼손했다며 반발할 수 있고, 반대로 범위를 넓히면 경영계가 법률상 근거 없이 의무를 확대했다며 소송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과거 정부·여당은 노란봉투법의 입법 미비를 이미 인정한 바 있다. 김민석 당시 국무총리는 지난 4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원청 사용자성 판단과 관련해 "법적으로 보완돼야 할 상황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의 시행령 검토가 시작되기 수개월 전부터 국정 운영의 책임자가 법률 차원의 보완 필요성을 시인한 셈이다.

    야당도 현장 혼란을 줄이기 위한 노란봉투법 개정협의체 구성을 제안했다. 사용자성과 쟁의 대상의 범위를 국회 논의를 통해 명확히 하고 법적 구속력을 갖춘 기준을 마련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정부·여당은 별다른 후속 논의 없이 사실상 침묵했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제 와서 법률 재개정이 아닌 시행령·시행규칙 손질로 대응하려 하고 있다. 정부 스스로 입법상 미비를 인정하고 야당까지 법 개정을 요구했는데도 하위법령으로 문제를 봉합하려 한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용자성과 경영상 결정의 쟁의 대상 여부를 시행령으로 명확히 가를 수 있었다면 진작 기준을 마련했을 것"이라며 "노동위마다 판단이 엇갈리고 산업 현장의 혼란과 사회적 비용이 커지는 만큼 하위법령을 손질하는 데 그치지 말고 노란봉투법 자체를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