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활황에 늘어난 농특세 두고 기본소득 재원 활용 방안 부상 국비 40%에 그쳐 지자체 부담 큰데 … 사업 확대 시 재정악화 우려농업계 "농특세, 현금성 지원보다 농업 생산성·경쟁력 강화 투입돼야"
  •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 이재명 대통령.ⓒ연합뉴스
    농어촌특별세 수입이 크게 늘면서 농업·농촌 분야에 투입할 수 있는 재원이 급증하자, 늘어난 세수를 농어촌 기본소득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농특세는 세수 변동성이 커 이월·불용과 부족을 반복해온 만큼, 매달 지급해야 하는 기본소득의 안정적 재원으로 활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상시화된 이상기후로 농업용수 확보와 수리시설 정비 수요가 커지고 생산비 부담도 가중되고 있는 만큼, 농특세를 농업 생산기반 확충·정비와 생산비 부담 완화, 농산물 가격 안정 등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특히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비 분담률이 40%에 그치고 대상 지역의 재정자립도가 낮은 만큼, 사업이 확대되면 지자체의 재정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8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전국 69개군 중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 중인 지자체는 총 17개 군이다.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인구 감소 위기에 대응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해당 지역 군민에게 매달 1인당 15만원의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사업이다. 

    당초 7개 군에 한정됐던 시범사업은 국회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10개 군으로 확장됐고 올해 추가경정예산을 확보해 지난 6월 7개 군이 추가됐다. 농식품부는 시범사업지 선정 전인 2025년 9월과 올해 6월을 비교한 결과, 시범사업지 10개 군에서 인구가 4.9% 늘어나고 기본소득 소비처는 13.8%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대통령은 농어촌 기본소득 정책 효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농특세를 재원으로 한 농어촌 기본소득 확대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농어촌 기본소득을 2028년 전국으로 확대하면 연간 약 5조원의 재정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농식품부 업무보고에서 "농어촌 기본소득이 2년 시범사업인데 지속 사업으로 변경되면 농촌 인구 유입 효과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며 "기본소득에 대한 검증이 이뤄져야 겠지만, 기본소득 사업에 대한 안정적 재원 조달 방안 마련을 위해 농특세 등을 검토해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현재 농식품부는 농특세 활용 방안 등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 중이다. 지난 3일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농특세를 활용한 농업·농촌 성장 전략 전문가 간담회'를 주재하고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농업계 안팎에서는 농특세의 농어촌 기본소득 활용 방안을 두고 신중론이 제기된다. 현재 확인된 성과가 사업 선정 이후 1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간의 주민등록인구 변화에 그치는 데다, 기본소득 지급이 실제 인구 증가로 이어졌다는 인과관계도 입증되지 못한 만큼 사업의 상설화와 전국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섣부르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거론되는 우려사항은 '지자체 재정부담' 이다. 최근 '재정 비상 상황'을 선언한 경기도에서는 각종 기본소득과 기회소득 지급을 중단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취득세수가 감소하는 등 세입 여건이 악화하는데 현금성 복지 지출 증가가 재정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서다. 이재명 정부의 국비 매칭 사업 예산이 늘어난 것도 도 재정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지목됐다. 

    실제 올해 경기도 본예산 편성 과정에서 농어촌 기본소득 등 국비 사업이 전년보다 1조7600억원 늘어나면서 이에 매칭되는 도비가 3040억원 증가했다. 이에 자체 사업비가 4조7000억원에서 3조9000억원으로 급감했다.  

    농어촌 기본소득은 국비는 40%에 불과하고 특별시비 30%, 군비 30% 등 지방비 부담 비율이 60%에 달한다. 문제는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사업 지역 대부분이 자체 세입 기반이 취약한 지역이라는 점이다. 재정 여건이 열악한 지자체는 지속적 재원 확보가 어려워 사업의 안정적 추진에 한계에 직면하고 지방재정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농경연의 '농어촌 기본소득 시범지역의 인구 추세 변화와 의의'에 따르면 인구 유입 효과가 사업 대상지 선정 발표 시점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 기간도 기본소득 6개월분 지급 시점에 한정돼, 시범사업 종료 이후의 정착 여부는 현재 자료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연령대별 평균 전입자 수는 65세 이상의 증가율이 가장 높았고 30대가 가장 낮았다. 특히 20대와 30대의 구성비는 오히려 감소해 정착과 출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연령층의 유입 효과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이 재원으로 언급한 '농특세 활용'을 두고도 농업계에서는 반발이 이어진다. '국민과 함께하는 농민의 길'은 최근 성명을 내고 "농특세는 농어업 경쟁력 강화와 농어촌 발전을 위해 국민적 합의로 마련된 특별목적세"라며 "최근 증가한 농특세 재원은 농민들의 가장 절박한 요구인 농산물 가격 안정과 소득 안전망 구축에 우선 사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농업계에서는 농특세가 농업 생산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에 우선 투입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농업소득은 20년 가까이 1000만원 안팎의 박스권에 갇혀 정체된 상황에서 단순 소득 보전보다는 농업의 구조적 경쟁력을 높이는 데 재원이 활용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농업소득은 1170만7000원으로 전년보다 22.3% 증가했지만 농가소득에서 차지하는 21.4%에 그쳤다. 

    아울러 폭염·폭우 등 이상기후가 빈번해지고 있는 만큼 수리시설 유지·정비를 강화하고 재해 대응력을 높이는 데에도 농특세가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선제적인 인프라 정비로 농업용수 공급 안정성을 높이고 기후변화에 따른 농업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농특세는 농어촌 진흥을 위한 목적세인 만큼 농업 생산구조 조정, 생산기반 정비 등 농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 투입돼야 한다"며 "농특세를 기본소득 재원으로 했다가 증권거래세 감소 등으로 세수가 급감하면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하기 어려운 만큼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