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10년 만에 전면파업 예고, 포스코 창사 첫 파업 기로반도체·바이오·IT·인터넷은행으로 노사 갈등 확산‘N% 성과급’·정년 연장에 원·하청 직접교섭까지 난항
  • ▲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민주노총 7.15 총파업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민주노총 7.15 총파업대회가 진행되고 있다.ⓒ뉴시스
    여름휴가가 끝나자 산업계 파업 전선에 다시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대형 노조의 부분파업은 전면파업으로 커지고 있고, 과거 파업이 드물었던 업종에서도 실제 업무 중단이 이어지면서 파업 문턱은 낮아지고 단체행동 수위는 높아졌다. 

    특히 올해는 ‘N% 성과급’과 정년 연장까지 교섭 의제가 넓어진 데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하청 직접교섭까지 겹치면서 노사 갈등의 진폭도 한층 넓어지는 모양새다. 

    19일 산업계에 따르면 올해 노사 갈등은 자동차·철강·조선 등 주력 제조업에서 반도체·바이오·정보기술(IT)·금융까지 산업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 

    과거에는 쟁의권 확보나 경고성 부분파업에 머물렀다면 올해는 전면파업과 장기 준법투쟁으로 이어지면서 단체행동의 범위와 강도가 동시에 확대되는 모습이다. 파업이 드물었던 산업 분야에서도 실제 업무 중단이 발생하면서 산업계의 ‘파업 금기’도 잇따라 깨지고 있다.

    ◇ ‘N% 성과급’·정년 연장으로 복잡해진 임단협

    주요 의제 역시 기본급 인상률을 둘러싼 줄다리기에서 기업 이익의 배분 방식과 정년·고용구조로 옮겨가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노사관계 전망조사’에 따르면 기업들이 꼽은 올해 임단협 최대 쟁점은 정년 연장으로 49.7%를 차지했다. 경영성과금 인상과 임금성 인정이 33.8%로 뒤를 이었다. 임금만 조정해서는 타결하기 어려운 구조적 쟁점이 한꺼번에 협상 테이블에 오른 것이다.

    이에 따라 교섭 장기화 가능성도 일찌감치 제기됐다. 같은 조사에서 기업의 78.9%는 올해 임단협이 상반기에 시작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70% 이상은 타결까지 3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상반기에 시작한 교섭이 여름휴가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8월이 파업 수위를 가르는 분수령이 된 것이다.

    성과급과 관련해서는 SK하이닉스의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 방식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SK하이닉스 노사는 지난해 영업이익의 10%를 PS 재원으로 삼고 지급 상한을 폐지하는 제도를 10년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올해 회사가 성과급의 상당 부분을 자사주로 지급하고 일정 기간 매도를 제한하는 방안과 적자 발생 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노조가 반발했다. 

    적자 연동 임금조정안은 후속 교섭에서 수정됐지만 성과급 지급 방식은 막판 쟁점으로 남았다. 노사는 지난 12일 6차 릴레이 교섭에 이어 광복절 연휴인 15~17일에도 마라톤 협상을 벌였고, 전날인 18일 대표자 교섭에서 최종 합의를 시도했다. 노조가 교섭 상황을 ‘9부 능선’이라고 평가할 만큼 의견 차이는 줄었지만 타결 결과는 공개되지 않았다
  • ▲ (주)포스코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3차 조정회의가 열린 18일 오후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조측 위원들이 조정회의실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주)포스코 노동쟁의 조정신청 사건 3차 조정회의가 열린 18일 오후 세종시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노조측 위원들이 조정회의실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 10년 만에 현대차 전면파업, 철강·조선도 쟁의 수순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19일부터 20일까지 근무조별 4시간 부분파업을 거쳐 21일 8시간 전면파업에 돌입한다. 오는 24~25일에도 4시간 부분파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현대차 노조의 전면파업은 2016년 단체교섭 이후 10년 만이다. 

    노조는 휴가 전인 지난달 13~15일 근무조별 2시간, 20~22일과 29~31일에는 4시간씩 부분파업을 했다. 휴가에서 복귀한 뒤에는 12~13일 4시간, 14일과 18일 6시간으로 파업 시간을 늘렸고 결국 하루 전면파업 카드를 꺼냈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부분파업과 토요 특근 거부만으로 약 4만2000대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한다.

    현재 현대차 노조는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750%에서 800%로 인상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해 정년을 최장 65세까지 늘리고 해고 조합원을 복직시키는 방안도 요구안에 담았다. 회사는 지난달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에 1000만원 추가 지급, 자사주 15주 지급 등을 제시했지만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철강업계에서는 포스코의 ‘58년 무파업’ 기록이 갈림길에 섰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18일 포스코 노사의 임금협상 최종 조정회의에서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노조는 지난달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92.2%의 찬성으로 쟁의를 가결한 만큼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추게 됐다. 실제 파업이 벌어지면 1968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노조는 기본급 7.1% 인상과 격려금 600%, 우리사주 50주, 명절상여금 200% 등을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조정 과정에서 기본급 인상률을 기존 1.2%에서 1.5%로 높이고 목표 영업이익 달성 조건을 없앴다. 격려금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상향했지만 접점을 찾지 못했다. 

    조선업에서는 HD현대중공업 노조가 14일 중노위에 노동쟁의 조정을 신청하고 25~27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노사는 6월 2일 상견례 이후 15차례 교섭했지만 쟁의조정 신청 당시까지 회사의 구체적인 제시안은 나오지 않았다.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상여금 100% 인상, 영업이익 최소 30%를 재원으로 한 성과 공유, 휴가비·축하금의 통상임금 산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주목되는 대목은 HD현대미포와의 회사 합병에 맞춰 노조 조직도 대형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HD현대미포 노조는 지난 3월 금속노조로 조직 형태를 바꾸고 HD현대중공업 노조와 통합 절차를 밟고 있다. 통합이 완료되면 조합원 수는 약 1만100명으로 늘어나 국내 조선업계 최대 규모 노조가 된다. 
  •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1일 카카오뱅크가 입주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원에서 사측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카카오지회 조합원들이 지난달 21일 카카오뱅크가 입주한 경기 성남시 판교테크원에서 사측의 임금 인상률과 성과급 등 보상 체계를 규탄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뉴시스
    ◇ 바이오·IT·금융까지 번진 노사 갈등

    파업이 드물었던 바이오 업계에서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선례를 만들었다. 노조는 지난 4월 부분파업에 이어 5월 1~5일 조합원 약 2800명이 참여한 창사 첫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전면파업 종료 뒤에는 현장에 복귀하되 연장·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을 이어왔다. 노사 대치가 100일을 넘기면서 양측은 지난 14일 인천지방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을 받기로 합의했다.

    IT·금융업계에서도 첫 파업이 잇따랐다. 카카오는 지난 6월 창사 첫 4시간 부분파업과 하루 동안 업무시스템에서 이탈하는 ‘로그아웃데이’를 진행한 뒤 지난 7일 임금협상을 타결했다. 

    카카오뱅크 노조는 지난달 31일 인터넷전문은행 최초의 전일 파업을 벌인 데 이어 지난 14일 두 번째 하루 전면파업을 단행했다. 지난 12일부터는 연장·야간·휴일근무를 거부하는 준법투쟁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인 이른바 노란봉투법도 노사관계의 새로운 숙제로 떠오르고 있다. 개정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하는 원청을 해당 범위에서 사용자로 인정한다. 지난달 말 기준 원청과 하청노조가 본교섭을 시작한 사업장은 24곳, 교섭 의제와 일정 등을 사전 협의 중인 곳은 62곳으로 집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