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대전 점포 40곳으로 2위 국민의 두 배 육박신한 강원 29곳·충북 28곳 최다 … 국민은 부산 48곳·대구 28곳외환위기 때 물려받은 지역 네트워크, 28년 지나도 영업지도에 흔적
  • ▲ 4대 은행 본관 전경 이미지 ⓒ 연합뉴스
    ▲ 4대 은행 본관 전경 이미지 ⓒ 연합뉴스
    디지털 금융 확산과 점포 효율화로 은행 영업점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지만 지역별 점포 지도를 들여다보면 20여년 전 은행권 인수·합병(M&A)의 흔적이 여전히 선명하게 남아 있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구조조정 과정에서 사라진 지방은행들의 영업망이 시중은행으로 넘어간 뒤 수차례 합병과 점포 통폐합을 거치면서도 해당 지역에서 상대적으로 강한 영업기반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은 총 2702개로 집계됐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이 770개로 가장 많았고 신한은행 667개, 우리은행 656개, 하나은행 609개 순이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이 1049개로 전체의 38.8%를 차지했다. 경기 620개와 인천 162개까지 합치면 수도권에만 1831개가 몰려 전체 영업점의 67.8%에 달했다.

    그러나 수도권을 벗어나면 은행별로 뚜렷한 '지역색'이 나타난다. 대전에서는 하나은행, 강원과 충북에서는 신한은행, 부산과 대구에서는 국민은행의 점포가 다른 은행보다 많았다. 이 같은 분포를 거슬러 올라가면 외환위기 당시 은행권 구조조정의 역사와 맞닿아 있다.

     ◆ 하나은행, 대전에만 40곳 … 28년 전 충청은행의 흔적

    가장 두드러지는 곳은 대전이다. 대전의 4대 은행 영업점 총 90개 중 절반에 가까운 40개를 하나은행이 차지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21개, 우리은행 15개, 신한은행 14개에 그쳤다. 하나은행의 점포 수는 대전 지역 2위인 국민은행과 비교해도 두 배에 육박한다.

    하나은행이 유독 대전에서 강한 배경에는 충청은행이 있다. 대전에 본점을 두고 충남권을 대표하던 충청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금융당국으로부터 퇴출 대상으로 지정되면서 하나은행이 자산과 부채를 넘겨받았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충청은행의 영업기반도 하나은행으로 넘어갔다.

    28년이 흐르는 동안 수많은 점포가 문을 닫거나 통폐합됐지만 과거 충청은행의 핵심 영업지역이었던 대전에서 하나은행의 점포 우위는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충남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나타난다. 하나은행의 충남지역 영업점은 29개로 국민은행 25개, 우리은행 19개, 신한은행 17개보다 많다.
  • ▲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 뉴데일리
    ▲ 서울시내 시중은행 ATM 기기 모습 ⓒ 뉴데일리
    ◆ 동남은행→주택은행→국민은행 … 부산에 남은 M&A 흔적

    부산에서는 국민은행이 앞선다. 국민은행의 부산지역 영업점은 48개로 우리은행 38개, 하나은행 37개, 신한은행 28개보다 많다.

    국민은행의 경우 계보가 한 단계 더 복잡하다. 부산에 본점을 뒀던 동남은행은 충청은행과 함께 퇴출 대상으로 결정됐고, 이를 넘겨받은 곳이 당시 주택은행이었다. 이후 2001년 국민은행과 주택은행이 합병하면서 동남은행의 영업망 역시 현재 국민은행 계보로 들어왔다.

    대구에서도 국민은행은 28개 영업점을 보유해 하나은행 22개, 신한·우리은행 각각 18개보다 많다.

    대구에서는 옛 대동은행과 국민은행의 연결고리가 있다. 대구에 본점을 둔 대동은행 역시 퇴출은행으로 지정되면서 국민은행이 넘겨받았다. 

    ◆ 조흥은행 따라 신한 품으로 … 강원·충북서 점포 최다

    강원도와 충청북도에서는 신한은행의 영업망이 두드러진다. 

    강원지역 신한은행 영업점은 29개로 국민은행 13개, 우리은행 10개, 하나은행 6개를 크게 웃돈다. 2위인 국민은행과 비교해도 두 배 이상이다.

    충북 역시 신한은행이 28개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15개, 우리은행 11개, 하나은행 8개 순이다.

    여기에는 신한은행이 합병한 옛 조흥은행의 역사가 숨어 있다.

    외환위기 이후 금융권 구조조정 과정에서 충북은행은 조흥은행과 합병을 결정했다. 조흥은행은 강원은행과도 합병을 추진해 1999년 조흥은행·충북은행·강원은행 등이 합쳐진 통합은행으로 몸집을 키웠다.

    이후 조흥은행이 신한금융그룹에 편입되고 신한은행과 통합되면서 강원은행과 충북은행에서 시작된 지역 영업기반 역시 현재의 신한은행으로 이어졌다.

    과거 강원과 충북을 각각 기반으로 영업했던 지방은행의 간판은 사라졌지만 20년 넘게 지난 현재까지 해당 지역에서 신한은행의 점포망이라는 형태로 흔적이 남은 셈이다.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로 지방 영업점이 줄어드는 흐름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금융업은 오랜 기간 축적한 고객과 기업, 지역사회와의 네트워크가 경쟁력으로 이어지는 산업인 만큼 점포가 줄어들더라도 기존 지역과의 연결고리는 상당 기간 유지되기 마련이다. 외환위기 당시 M&A를 통해 물려받은 지역 네트워크가 28년이 지난 지금까지 각 은행의 영업지도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