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무기체계로는 최초로 미국과 계약 성사김승연 회장의 美 진출 의지, 성과로 이어져"글로벌 최대 방산시장의 문턱 넘었다" 평가
  • ▲ K9MH가 사격 시험을 하는 모습. ⓒ한화에어로
    ▲ K9MH가 사격 시험을 하는 모습. ⓒ한화에어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9 자주포를 통해 국산 무기체계로는 처음으로 ‘난공불락’ 미국과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번 ‘K9 차륜형 자주포(K9MH)’의 성과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미국 진출에 대한 의지, 미국의 요구사항을 맞추기 위한 연구개발(R&D) 노력, 다방면에서 장점을 갖춘 K9MH의 특징이 모두 어우러진 결과로 분석된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는 지난 19일 미 육군과 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한화에어로는 궤도형에 이어 차륜형 자주포 글로벌 시장 진입에 성공했다. 

    한화에어로는 구체적인 계약 규모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미 육군이 밝힌 내용을 보면 계약 금액은 1억30만 달러(약 1420억원), 누적 액면가는 2억6290만 달러(약 3700억원)다. 시제품 6문 외에 추가로 12문을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되어 있다. 

    한화에어로 측은 “이번 계약은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 방산 시장에 진입한 의미있는 성과이며, 한미동맹의 새 역사를 썼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유용원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한화에어로의 K9 자주포가 세계 최대이자 진입 장벽이 가장 높은 미국 방산시장의 문턱을 넘었다”면서 “독일, 영국 등 쟁쟁한 글로벌 방산기업과의 경쟁을 뜷어낸 성과이며, 이번 성과를 발판 삼아 K-방산의 지속적인 미국 시장 진출로 이어가야 한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번 K9MH의 쾌거는 쉽게 이뤄지지 않았다. K9의 과거를 살펴보면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K9 자주포는 북한의 장사정 화포에 대응하기 위해 개발됐다. KH179 견인포와 K55 자주포의 개발·면허생산 경험을 토대로 국방과학연구소와 국내 산·학·연이 참여해 1989년 개발에 착수했다. 

    1996년 시제품 시험과 1998년 양산 계약을 거쳐 1999년 해병대와 육군에 처음 배치됐다. 이후 K9 지주포는 2001년 튀르키예를 시작으로 ▲폴란드 ▲인도 ▲핀란드 ▲노르웨이 ▲에스토니아 ▲호주 ▲이집트 ▲루마니아까지 9개국에 수출됐다. 
  • ▲ K9MH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화에어로
    ▲ K9MH가 미국 진출에 성공하는 쾌거를 이뤘다. ⓒ한화에어로
    하지만 ‘최종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미국 시장의 문은 쉽게 열리지 않았다. 오히려 K9 실물을 전시하는 것조차 어려웠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2017년 10월 미국 지상군협회(AUSA) 연례 전시회에서 실물 K9 자주포를 처음 선보였다. 

    당시 전시를 위해 한화에어로는 미 육군을 설득했으며, 한국에서 미국 워싱턴까지 1만km를 건너 실물 장비를 전시했다. 

    미 육군은 그동안 신형 자주포 자체 개발을 시도했지만 난항을 겪었다. 결국 자체 개발을 포기하고 2024년 8월 글로벌 방산업체들을 상대로 정보요청서(RFI)를 보냈다.

    이번 사업에는 한화에어로를 비롯해 ▲독일 라인메탈 ▲영국 BAE시스템즈 ▲이스라엘 엘빗 등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했다. 한화에어로 입장에서는 2017년 실물 K9를 전시한 후 미국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하게 된 것이다.   

    한화에어로가 고민했던 부분은 차륜형 전차를 제작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세계 자주포 시장은 궤도형과 차륜형으로 나뉜다. 궤도형은 험지 주파력과 방호력, 탑재량에서 앞서 기갑부대와 함께 움직이는 고강도 전면전에 적합하다. 

    반면, 차륜형은 도로 기동이 빠르고 수송기 적재가 쉽고 운용과 유지비용이 낮다. 방력을 먼 거리에서 신속히 전개해야 하는 임무에 강점이 있다. 

    한화에어로는 궤도형에 강점이 있었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등 최근 글로벌 전쟁 현장에서는 차륜형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드론과 대포병 레이더가 전장을 상시 감시하면서 사격 후 3~4분 내에 진지를 옮기지 못하면 생존을 장담하기 어려운 전장 상황이 반영된 것. 

    선택의 기로에서 김 회장과 김동관 수석부회장이 “반드시 미국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는 결단을 내리면서 한화에어로는 차륜형 자주포 개발을 본격 추진했다. 미국 진출이라는 ‘레퍼런스’가 있어야 글로벌 방산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최고경영진이 글로벌 방산 기업 출신, 미국 정부 출신 인사들을 연달아 영입했으며, 2024년 말부터 본격적인 개발 여정이 시작됐다. 
  • ▲ K9MH의 포탄 사격 장면 ⓒ한화에어로
    ▲ K9MH의 포탄 사격 장면 ⓒ한화에어로
    2025년 상반기에 기본설계와 상세설계가 완료됐으며, 올해 1분기에는 K9MH의 첫 시제품이 제작됐다. 경영진의 결단과 의지, 연구개발 역량이 맞물리면서 개발 착수 후 실물 제작까지 1년이 조금 넘는 시간만 소요됐다.  

    K9MH의 스펙은 8X8 차륜형 기반에 주포는 155mm, 52구경이 적용됐다. 완전자동 포탑이 탑재됐으며, 발사속도는 분당 8~9발 정도다. 사거리는 표준장약 기준 약 40km, 로켓보조탄(RAP) 기준 50km 이상이다. 

    미 육군은 이번 선정에서 업체별 점수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다면 기동 성능, 대량생산 능력, 빠른 공급 가능성, 미국 현지화, 사격·탄약 적재 성능, 자동화 등 각종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항목에서만 높은 점수를 획득하기보다 다양한 부문에서 장점을 갖춘 것이 선정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화에어로의 현지화 전략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한화에어로는 지난 4월 미국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의 유휴 공장을 3년간 임차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현지 자주포 공급망에 투자해 미국 전투차량 산업 기반을 강화하고 미 육군의 장기 전력 현대화 파트너로 협력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한편, 미 육군은 향후 4년간 작전운용개념에 맞는 K9MH의 세부 조건들을 보완하는 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통상 미군은 이같은 맞춤조정(customizing)을 거친 후 특별한 결함이나 결격 사유가 없으면 최종 양산 계약을 체결한다. 

    한화에어로 관계자는 “이번 성과에 그치지 않고 미래 전장의 변화에 맞춰 끊임없이 진화해 나갈 것”이라며 “정부와 팀워크를 강화해 글로벌 톱티어 방산기업이 되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