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조원 약 2110억달러 … 하닉 ADR 조달액의 7~8배 규모원달러 환율 1380원대 진입 … 1년간 1325~1400원 전망서학개미 달러 환전 부담 완화·국민연금 환헤지 전략 변화증시 반등에 외인 역송금·차익실현 확대 땐 환율 재상승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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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 로이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최대 300조원 규모 주주환원이 외환시장까지 흔들 변수로 떠올랐다. 증권가에선 원달러 환율이 단기적으로 1320원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환율이 추가하락하면 서학개미는 물론 국민연금과 펀드들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달러를 확보해 미국주식 투자 부담을 낮출 수 있다. 다만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과 차익실현, 국내 투자자의 달러 매수세가 뒤따를 경우 원화 강세가 장기간 이어지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380원대에 진입했다. 최근 원화 강세는 단순한 달러 약세에 편승한 움직임이라기보다 원화 자체의 수급 변화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화는 지난 7월부터 뚜렷한 강세 흐름을 나타냈다. 당시에는 SK하이닉스의 미국주식예탁증서(ADR) 조달자금이 국내로 유입되면서 원화 강세에 상당한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외환시장 충격을 줄이기 위해 ADR 조달자금을 20~30영업일에 걸쳐 하루 10억달러 전후로 나눠 환전한 것으로 보고 있다. 7월 중순 환전이 시작됐다고 가정하면 약 25영업일이 지난 8월19일을 전후로 관련 환전이 상당 부분 마무리됐을 가능성이 있다.

    그런데도 원화 강세가 이어지면서 시장의 시선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주주환원으로 옮겨가고 있다.

    구체적인 주주환원 규모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100조~200조원, SK하이닉스 100조원 수준을 예상하고 있다. 두 회사가 3개년 잉여현금흐름(FCF)의 50%가량을 환원하는 정책을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최대 3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원화로 마련해야 한다면 외환시장에서도 만만치 않은 수급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300조원은 약 2110억달러로 SK하이닉스 ADR 조달액 265억달러(40조원)의 7~8배 수준이다. 실제 환전이 이뤄지기 전부터 시장이 이를 선반영하면서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앞당겨 출회되고 투기적 달러 매도까지 가세해 환율을 끌어내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300조원이 그대로 원화 강세 재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환전 비중과 자사주 매입·배당 등 주주환원 방식, 외국인 주주의 역송금 규모에 따라 환율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상상인증권에 따르면 환원 방식과 역송금을 감안한 환율의 순 영향은 -180원~+51원 구간으로 추정된다. Base Case에서는 50~60%를 환전하고 이를 6~12개월에 걸쳐 분할할 경우 환율 영향이 -18원~-77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기업들의 달러 매도와 이후 외국인 주주의 역송금 사이에는 시차가 발생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환율 하락 압력이 상대적으로 우세할 가능성이 있다. 12개월 환율 레인지는 1325~1400원으로 제시됐다.

    환율이 1320원대까지 내려온다면 미국 증시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에게는 반가운 환경이다. 같은 금액의 원화로 더 많은 달러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주식을 새로 매수하려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높았던 시기보다 달러 환전 부담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긴다.

    해외투자 규모가 막대한 국민연금의 환헤지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씨티은행은 최근 보고서에서 환율이 1390원 이하 수준을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이 환헤지 비율 확대를 중단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국민연금은 지난 4월 해외투자 전략적 환헤지 비율 목표를 15%로 올리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7월 기준 국민연금의 실효 환헤지 비율을 4∼6%로 추정했다.

    환율이 안정적으로 낮아진다면 추가적인 환헤지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반대로 하반기 국민연금이 해외투자를 위해 현물환 시장에서 다시 달러를 사들이기 시작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실제 매수 규모와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외환당국 역시 환율이 1350원 이하 수준에서 유지되는 것을 선호할 것으로 관측됐다.

    최근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자금 유출 속도가 크게 둔화된 것도 원화에는 긍정적인 신호다.

    외국인 투자자의 자금 유출 규모는 6월 305억달러에서 7월 62억달러로 크게 줄었고, 8월 들어서는 19일까지 총 33억달러를 기록했다.

    여기에 SK하이닉스의 40조원 자사주 매입·소각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주주환원 확대가 본격화될 경우 수출로 벌어들인 달러를 국내로 들여와 원화로 바꾸는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원화 강세가 일방적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기에는 변수도 적지 않다.

    외국인 주주들이 배당이나 주주환원으로 받은 원화를 다시 해외로 송금하기 위해 달러로 환전한다면 앞선 원화 강세 효과가 상당 부분 상쇄될 수 있다. 기업이 달러를 팔아 원화를 만들 때는 환율 하락 요인이지만 외국인이 다시 원화를 팔고 달러를 사면 반대 방향의 힘이 작용하는 셈이다.

    코스피 반등 역시 양날의 검이다. 국내 증시가 단기간 주가가 급등한 뒤 외국인이 차익실현에 나설 경우 자금 회수가 확대되면서 다시 원화 약세 압력이 커질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환원이 시장 예상대로 대규모로 진행될 경우 주식시장뿐 아니라 외환시장 수급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도 “다만 이후 외국인 배당금 역송금이나 차익실현 물량이 나올 수 있는 만큼 원화 강세가 계속 일방향으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이 충분히 낮아진 구간에서는 서학개미와 연기금 등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수 수요가 다시 커지면서 달러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