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40년 전력수요 26.6GW 상향, 설비용량 기준 원전 19기분팹은 2~3년, 원전은 최소 10년, 첨단산업 '전력 공백' 현실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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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수력원자력 한빛원자력본부한수원ⓒ한국수력원자력
정부가 반도체와 피지컬AI, AI 데이터센터 등 '3대 메가프로젝트'에 속도를 낼 것을 주문한 가운데, 정작 여기에 투입할 막대한 전력을 어떤 발전원으로 채울지에 대한 결정은 공론화 단계에 머물러 있다.23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개된 전력수요 재전망에서는 2040년 최대전력 전망치가 불과 넉 달 만에 원전 19기 설비용량에 맞먹는 규모만큼 늘어났다.그러나 주무 부처인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신규 원전 반영 여부를 아직 공론화에 부쳐둔 상태여서 연내 결론을 내지 못하면 2030년대 후반 전력 공급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앞서 기후에너지환경부와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총괄위원회는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열고 '2040년 전력수요 재전망안'을 공개했다. 2040년 목표 최대전력은 158.4GW~165.0GW로, 지난 4월 제시한 수치보다 26.6~26.8GW 늘어났다. 목표 전력소비량 역시 847.3~885.1TWh로 대폭 상향됐다. 증가분 26.6GW는 설비용량 1.4GW인 신형 원전(APR1400)을 기준으로 단순 환산했을 때 19기에 해당한다.전력 수요 급증의 진원지는 첨단산업이다. 4월 전망과 비교해 반도체에서 20.6GW, 데이터센터에서 7.9GW가 늘었다. 에너지 효율 개선 등 수요관리 효과를 반영해 전체 증가폭은 26.6GW로 집계됐다. 수요계획소위원회는 용인 클러스터 조기 준공과 호남권 클러스터 조성, 평택·청주 팹 증설 등 기업 투자계획을 조사해 반영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
- ▲ 이재명 대통령, 메가프로젝트 2차 회의ⓒ연합뉴스
정부는 현재 메가프로젝트를 최고 속도로 밀어붙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메가프로젝트 민관합동 2차 점검회의에서 "속도전을 넘어 전격전을 치러야 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에 대해서는 일본 구마모토에 못지않은 속도로 집행할 것을 주문하며, 광주 군 공항 기능을 2028년 중반까지 다른 군 공항으로 임시 이전하라고 국방부에 지시했다. 그러면서 향후 1년을 메가프로젝트의 성패를 가를 골든타임으로 규정했다.반면, 이를 뒷받침해야 할 발전설비 확충 속도는 더디다. 박우영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전환정책연구본부장은 토론회에서 메가프로젝트로 인해 AI 데이터센터 18.4GW, 반도체 클러스터 20GW 등 총 38.4GW의 추가 전력 수요가 발생하며, 연간 사용량으로는 약 260TWh 규모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는 지난해 국내 총발전량(596TWh)의 40~50%에 해당하는 수치다.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설비 100GW를 달성하더라도 태양광(105TWh), 풍력(49TWh) 등 연간 약 150TWh를 생산하는 데 그쳐 추가 수요의 60%도 감당하지 못한다. 박 본부장은 신규 대형 원전은 건설에 10년 이상이 걸리지만, 2030년대 후반을 대비한 핵심 기저전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했다.원전의 긴 소요 시간은 기업 공시에서도 확인된다.두산에너빌리티는 올 상반기 반기보고서를 통해 원자력발전을 완공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명시했다. 실제 계약 기간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회사가 2023년 3월 한국수력원자력과 체결한 신한울 3·4호기 원자로설비 공급계약의 공사 기한은 2033년 10월로 10년 7개월이 걸리며, 올 6월 말 기준 진행률은 37.51%다. 앞서 2014년 8월 계약한 새울 3·4호기 주기기(NSSS)는 약부터 공사 기한까지 13년이 걸린다. 지난해 12월 계약한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주기기 역시 12년이 넘게 소요된다. 이는 주기기 계약 체결 이후만 따진 기간으로, 앞단의 부지 선정과 인허가 과정에는 별도의 시간이 더 필요하다.실제 전력망에 설비가 투입되는 시점은 더 뒤로 밀린다. 한국전력공사 2026년 2분기 경영설명자료에 따르면, 11차 전기본에 반영된 신규 필요설비 10.3GW 가운데 대형 원전 2기(2.8GW)의 투입 시점은 2037~2038년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분 0.7GW는 2035~2036년에 투입된다. 한전그룹 원자력 설비용량이 지난해 말 26.05GW에서 2038년 말 34.45GW로 늘어나는 계획안을 고려할 때, 12차 전기본에서 추가 원전 건설이 결정되더라도 실제 설비 반영은 그 이후로 밀린다.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역시 20일 "칩이나 AI 데이터센터는 마음먹으면 2~3년 안에 준비할 수 있지만, 전력을 준비하는 일은 훨씬 더 오래 걸린다"며 "전력을 단순히 산업의 보조 수단이 아닌 국가 전략 과제로 삼고 안보자산화해야 한다"고 짚었다. -
- ▲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위한 정책토론회에 참석했다.ⓒ기후에너지환경부
그럼에도 신규 원전 반영 여부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김 장관은 지난 18일 출입기자단 차담회에서 신규 원전의 필요성과 적정 기수를 묻는 질문에 "주무부처 장관의 의사로 정부 정책을 정할 수는 없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어 12차 전기본에 원전을 포함할지를 두고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답을 정해놓지 않고 토론을 거쳐 최대공약수를 찾겠다고 밝혔다. 기후부는 8~9월 의견 수렴을 거쳐 10월경 정부안을 마련한 뒤 연내에 계획을 확정할 방침이다.반면 재생에너지와 탈석탄 정책은 이미 구체적인 청사진이 나와 있다. 정부는 지난 4월 '국민주권정부 에너지 대전환 추진계획'을 통해 현재 30GW 수준인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100GW로 늘리고, 발전 비중을 2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가동 중인 석탄발전소 60기도 2040년까지 단계적으로 폐지된다. 이런 상황에서 원전을 둘러싼 잦은 공론화가 오히려 산업 경쟁력을 발목 잡는다는 지적도 나온다.국내 발주 공백은 원전 기자재 업체의 매출 구조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부문 매출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4년 42.9%에서 2025년 34.9%, 올해 상반기 34.1%로 지속 하락했다. 반면 수출 매출은 2024년 4조 1640억 원에서 다음 해 5조 694억 원으로 늘었고, 올해 상반기에만 2조 6927억 원을 기록했다.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340여 개 원전 협력업체가 모인 경남 지역에서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경남 원전 협력업체는 지난 4월 창원상공회의소에서 열린 기후부 장관 초청 간담회에서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건설을 명확히 반영하고 조기 발주에 나서달라고 호소했다. 김생하 명진기업 대표는 "국내 원전 산업이 설계와 기자재 생산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췄지만 정책 지속성이 없어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