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지출 10%-재량지출 15% 감축 … 올해 27조원의 2배 이상 규모교육교부금 산식 55년 만에 개편 … 기존 방식보다 20조 절감 효과절감 재원은 부처 핵심사업에 재배분 … 총지출 감소와는 달라상반기 중앙정부 채무 70조 증가 … 관리재정수지 84조 적자
  • ▲ 국가 재정 이미지. ⓒ연합뉴스
    ▲ 국가 재정 이미지.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감축 등을 통해 내년도 예산에서 애초 목표했던 50조원을 웃도는 지출구조조정에 나선다. 최종 구조조정 규모는 역대 최대였던 올해 27조원의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그러나 '50조+α'가 정부 지출의 순감축액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기존 사업을 줄여 확보한 재원은 부처 핵심사업 등에 다시 배분된다. 교육교부금에서 발생하는 약 20조원의 절감액도 전년대비 실제 삭감액이 아니라 기존 산식을 적용한 예상액과 개편 이후 금액의 차이다. 구조조정 규모는 커졌지만 지출총량을 줄이는 효과와는 거리가 있다.

    올해 상반기 중앙정부 채무는 70조원 넘게 증가했고 관리재정수지는 84조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총지출도 전년동기보다 36조6000억원 늘었다. 절감 재원을 다른 사업으로 옮겨 쓰는 구조조정만으로는 국가채무 증가세에 제동을 걸기 어렵다. 정부가 내세운 50조+α를 건전재정의 성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23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기획예산처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과정에서 의무지출 10%, 재량지출 15%를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애초 제시한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약 50조원이지만 막바지 편성 결과는 이를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 지출구조조정 규모는 올해 27조원의 두 배 이상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고령화와 법정산식 등에 따라 자동으로 늘어나는 의무지출까지 감축 대상에 포함하면서 애초 목표인 50조원을 상당폭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55년 만에 추진되는 교육교부금 제도 개편이다.

    정부는 21일 내국세 총액의 20.79%를 자동 배분해 온 교육교부금 연동구조를 폐지하는 내용의 개편안을 발표했다. 앞으로는 전년도 교부금에 최근 3년 연평균 경상성장률과 학령인구 변화를 반영해 다음 연도 교부금 규모를 정한다. 학령인구 변화율은 35%가 반영된다.

    개편안을 적용한 내년 교육교부금은 78조9000억원 규모다. 기존 내국세 연동방식을 유지할 경우 10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약 20조원 적다.

    정부는 매년 자동으로 증가하는 의무지출의 경우 전년대비 예산 증감이 아니라 제도 개편 전후의 예상액 차이를 구조조정 실적으로 산정한다. 이에 따라 교부금 개편은 의무지출을 약 20% 감축하는 효과를 내는 것으로 추산됐다.

    다만 이는 내년 교육교부금이 올해보다 20조원 줄어든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편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내년 교부금과 개편안을 적용한 금액의 차이를 절감액으로 잡은 것이다.

    지출구조조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부처에는 인센티브도 제공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 편성지침에 구조조정 우수 부처의 핵심사업 투자 재원을 우선 지원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은 4월 타운홀 미팅에서 줄어든 사업 예산을 다른 부처에 쓰는 것은 아니라면서 "해당 부처 예산은 다른 분야로 전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으로 확보한 재원을 해당 분야 안에서 우선순위가 높은 사업에 다시 배분한다는 의미다.

    교육부도 교부금 개편으로 대규모 구조조정 실적을 낸 만큼 핵심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우선 배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지원대상과 규모는 내년도 예산안 발표 때 공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지출구조조정 규모와 실제 재정지출 감소액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존 사업을 폐지하거나 축소해도 절감한 예산이 신규·핵심사업으로 옮겨가면 총지출 규모는 줄지 않을 수 있다.

    올해 재정지표에서도 세수 증가에 힘입어 수지 적자폭은 축소됐지만, 채무와 지출은 늘었다.

    6월 말 기준 중앙정부 채무는 1338조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70조3000억원 증가했다. 정부의 실제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관리재정수지는 84조4000억원 적자로 전년동기보다 9조9000억원 개선됐지만, 여전히 대규모 적자가 이어졌다.

    상반기 총지출은 425조원으로 전년동기보다 36조6000억원 늘었다. 7월까지 국고채 발행액은 141조1000억원으로 연간 발행한도의 63.1%를 소진했다.

    정부는 교육교부금에 이어 다른 의무지출도 제도 개편을 통해 손질한다. 복지 분야에서는 기초연금 개편안이 이달 말 발표될 내년도 예산안에 담길 예정이다.

    현재 기초연금은 만 65세 이상 가운데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지급된다. 정부는 소득수준에 따라 기준연금액을 추가 지원하는 '하후상박' 구조를 도입해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다만 제도 개편에 따른 구체적인 의무지출 절감 규모는 공개하지 않았다.

    정부가 밝힌 50조+α는 지출 순감축액이 아니라 기존 사업을 줄이거나 제도를 개편해 확보하는 재원의 규모다. 절감한 예산을 신규·핵심사업에 다시 배분하면 지출구조는 달라지지만, 이를 다른 사업에 다시 투입하면 총지출과 국가채무를 줄이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대규모 구조조정을 곧바로 건전재정 성과로 볼 수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