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현장 경험으로 지역·가족 따라 다른 장례문화 체감후배들에게 고인·장례지도사의 '존엄' 강조첫 실습서 들은 유족의 후회에 자신의 삶도 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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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석현 소노트리니티 매니저가 '존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서성진 기자
[삶을 배웅하는 사람들]은 삶의 마지막을 가장 가까이에서 마주하는 장례지도사들의 이야기를 담습니다. 고인을 정성껏 모시고, 이별 앞에 선 유족의 곁을 지키는 사람들. 장례 현장에서 마주한 죽음과 삶,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편집자주>“장례지도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고인의 존엄성을 지키는 겁니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존엄성도 지켜야 합니다.”지난 8월 19일 서울 마곡 소노트리니티커먼스에서 만난 김석현 소노아임레디 매니저가 후배 장례지도사들에게 가장 강조하는 원칙이다.◇ 고인의 존엄, 나의 존엄 … "익숙해지는 순간을 경계"장례 현장에서 6년을 보낸 김 매니저에게 ‘존엄’은 고인을 정성스럽게 모시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고인을 대하는 태도와 행동에 스스로 책임을 지는 것까지 장례지도사가 지켜야 할 존엄의 일부라고 봤다.특히 고인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할 수 없다. 마지막 순간 고인의 모습을 어떻게 정돈하고 어떤 방식으로 가족에게 인도할지는 온전히 장례지도사의 손에 맡겨진다. 그만큼 현장에서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책임이 따른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
- ▲ 그가 이야기하는 중요한 태도는 결국 책임감으로 귀결된다.ⓒ서성진 기자
김 매니저는 “신입들에게 고인의 존엄성과 본인의 존엄성을 중요하게 이야기한다”며 “항상 책임감을 가지고 한 번 더 확인하고, 반복되는 일이라고 익숙해지지 말라고 강조한다”고 말했다.그가 말하는 ‘본인의 존엄성’ 역시 같은 맥락이다. 장례지도사 스스로 자신의 일을 가볍게 여기지 않고, 누가 지켜보지 않더라도 맡은 고인과 유족에게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것이다.때문에 김 매니저가 가장 경계하는 것도 ‘익숙함’이다. 장례지도사에게는 반복되는 업무일 수 있지만 유족에게는 가족과 보내는 단 한 번의 마지막 시간이기 때문이다.장례는 한 번 지나가면 되돌리기 어렵다. 고인의 이름이나 장례 관련 서류처럼 작은 실수도 유족에게는 크게 남을 수 있다. 김 매니저가 신입이 작성한 내용을 유족에게 전달하기 전 선임이 다시 확인하도록 하는 이유다.그는 “좋고 나쁜 장례지도사가 따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책임감을 가지고 익숙해지지 않으면서 가족들의 상황에 맞게 장례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 ▲ 김 매니저는 여러 현장을 경험하며, 지역에 따른 장례 문화에 차이가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서성진 기자
◇ 같은 장례는 없다 … 지역마다 다른 '마지막'김 매니저가 ‘익숙함’을 경계하는 이유는 또 있다. 현장에서 똑같은 장례를 마주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김 매니저가 여러 지역에서 근무하면서 지역마다 고인을 모시는 방식과 장례 문화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을 경험해왔다.김 매니저는 “지역에 따라 입관 방식부터 차이가 있다”면서 “군산에서는 입관 준비부터 유족이 함께 지켜보는 경우가 있었지만 진주에서는 원하지 않는 가족도 있었다”고 말했다.이어 “같은 입관 절차라고 하더라도 지역에 따라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랐다”고 덧붙였다.지역뿐 아니라 가족마다 원하는 방식도 달랐다. 여성 고인을 남성 장례지도사가 모시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유족이 있으면 요청에 따라 여성 장례지도사를 별도로 파견하기도 했다.김 매니저는 “지역마다 장례문화가 다르고 가족들이 원하는 방식도 다르다”며 “원하시는 경우에는 처음부터 과정을 보여드리고, 여성 고인의 경우 가족들이 원하면 여성 지도사를 파견하기도 한다”고 말했다.현장 경험은 하나의 방식을 능숙하게 반복하는 데서 쌓이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가족과 상황에 맞춰 판단하는 과정에서 쌓인다. 결국 경험이자, 현장에서 대응하는 순간적인 판단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그는 “3일 동안 가족들과 붙어 있으면서 심리적인 부분도 살피고 시간별로 일정을 관리해주는 가이드 역할”이라며 “가족들이 장례를 잘 치를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
- ▲ 김 매니저는 유족과 고인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삶의 일부를 바꾸는 변화를 마주했다.ⓒ서성진 기자
◇ 유족의 한마디가 바꾼 삶 … "아버지와 목욕탕 가기 시작했죠"서로 다른 가족의 마지막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동안 김 매니저 자신의 삶도 달라졌다. 죽음으로부터 삶을 배운 사례기도 하다.장례지도사 자격을 준비하던 30대 중반, 처음 현장 실습에 나갔을 때였다. 처음 마주한 고인의 아들은 김 매니저와 비슷한 또래였다.입관을 앞둔 상주는 가장 후회하는 일로 아버지와의 일을 털어놨다.김 매니저는 “상주분이 ‘아버지가 목욕탕에 가자고 했는데 같이 가지 못한 게 너무 후회된다’고 말씀하셨다”며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아버지와 목욕탕을 다니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입관 때는 상주가 지켜보는 가운데 고인의 몸을 닦고 수염을 정리했다. 상주는 자신도 아버지에게 해보지 못했던 일을 해줬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장례가 끝난 뒤에도 두 사람은 연락을 이어갔다.교육 과정에서는 마네킹으로 염습을 연습하고 장례 절차와 행정 업무를 배웠다. 그러나 현장에서 처음 마주한 것은, 교재에는 없는 유족의 후회였다.다른 사람의 장례에서 들었던 “함께할 걸”이라는 후회는 김 매니저 자신의 행동도 바꿨다. 그 역시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미루지 않게 됐다.6년이 지난 지금 김 매니저가 후배들에게 ‘익숙해지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이 경험과 맞닿아 있다. 장례지도사에게는 반복되는 사흘일 수 있지만, 유족에게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사흘이기 때문이다.김 매니저는 “한 번 만났던 가족이 다음 장례에서도 다시 저를 찾아주는 장례지도사가 되고 싶다”며 “그 가족의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만났을 때는 더 깊게 다가갈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