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재정 800조원대 편성 추진, 총지출 증가율 17년 만에 두 자릿수금통위 두 달 연속 0.25%p 인상 … 기준금리 3%대로 올라서가계대출 관리목표 1.5→3% 확대 … 은행권 공급 여력 30조 늘어가계빚 2019.8조 사상 최대, 실질소비 0.4% 늘 때 이자비용 12.1%↑6개월 뒤 금리 중간값 3.25% … 확장재정 속 추가 긴축 가능성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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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돈을 풀고 금융당국은 대출 문을 넓히는데 한국은행은 두 달 연속 금리를 올렸다. 가계빚은 2000조원을 넘어섰고 2분기 실질소비 증가율은 0.4%에 그친 상황에서 재정 확대와 통화 긴축이 충돌하면서 정책 비용은 빚이 많은 가계부터 무겁게 짓누르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7일 기준금리를 연 2.75%에서 3.00%로 0.25%포인트 올렸다. 7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인상으로 불과 두 달 만에 금리는 0.50%포인트 높아졌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물가가 경제 전반으로 번지기 전에 대응해 향후 더 큰 폭의 긴축을 피하겠다는 판단을 내세웠다. 그는 이번 결정을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에 빗대 선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연속 인상의 배경에는 달라진 경기와 물가 흐름이 자리 잡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은 종전 2.6%에서 3.3%로 뛰었고 내년 전망도 2.1%에서 2.9%로 높아졌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8%로 다소 낮아졌지만 근원물가는 2.6%를 기록했다. 경기 부양보다 수요 회복에 따른 물가 압력을 경계해야 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통화정책이 긴축으로 돌아선 것과 달리 금융정책은 대출 공급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8·13 부동산 금융대책을 통해 가계대출 증가율 관리 목표를 1.5%에서 3%로 높여 은행권에 약 30조원의 추가 공급 여력을 열었다. 실수요자의 자금조달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지만 기준금리를 통한 수요 억제와 대출 공급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면서 정책 효과를 둘러싼 셈법도 복잡해졌다.

    ◆ 재정은 800조 넘게 풀고, 한은은 '호미' 들었다

    재정은 통화정책과의 방향 차이를 더욱 선명하게 보여준다. 정부는 내년도 총지출을 올해 본예산 729조 9000억원보다 10% 이상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예산은 800조원을 넘어선다. 총지출 증가율이 두 자릿수를 기록하는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0.9% 이후 처음이다.

    정부가 재정을 확대하는 근거는 성장잠재력 확충이다. AI와 전력망, 물류 인프라, 인재 양성 등에 재원을 집중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제의 공급 능력을 높이면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물가 안정에 모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논리다.

    신 총재도 확장재정과 긴축 통화정책을 곧바로 엇박자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재정지출이 미래 성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투자에 적용돼 잠재성장률을 올린다면 통화정책과 엇박자는 아니다"라며 지출의 형태와 규모, 집행 속도에 따라 효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이 주목하는 지점은 시차다. 재정이 투입되면 소비와 투자 등 총수요에는 비교적 빠르게 영향을 미치는 반면 인프라와 기술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강한 상황에서 재정까지 빠른 속도로 확대될 경우 공급 능력이 늘어나기 전에 수요가 먼저 강해져 물가 압력을 높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려 수요를 낮추는 효과가 재정과 금융 부문의 확장으로 일부 상쇄될 수 있다. 금리 인상 횟수뿐 아니라 높은 금리를 얼마나 오래 유지할 것인지에도 재정정책이 변수가 되는 이유다. 정부가 푸는 돈의 총액 못지않게 지출의 성격과 집행 속도가 중요해졌다는 의미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확장재정 자체가 통화긴축과 충돌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경기와 물가가 동시에 강해진 상황에서는 재정이 어느 정도 추가 수요를 만들어내는지가 중요하다"며 "재정 확대가 물가 둔화를 늦출 경우 시장도 한은의 추가 인상 횟수보다 높은 금리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를 더 의식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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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소득 늘어도 소비 0.4% … 가계는 이미 이자에 눌렸다

    정책 방향이 엇갈리는 동안 가계의 부담은 빠르게 늘고 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2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29만 5000원으로 전년보다 4.5% 증가했다. 이전소득이 20.4%, 공적이전소득은 27.6% 늘어 정부 지원이 소득 증가를 상당 부분 떠받쳤다.

    늘어난 소득이 소비로 이어지는 힘은 약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1.5%에 그쳤고 실질 소비지출은 0.4%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같은 기간 이자비용은 12.1% 뛰었다. 재정 지원으로 가계에 들어온 돈이 늘었어도 물가와 금융비용까지 감안하면 실제 지갑 사정의 개선폭은 제한적이었던 셈이다.

    금리 인상의 영향은 앞으로 시차를 두고 반영된다. 7월 은행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연 4.64%로 석 달 연속 상승했고 주담대는 4.48%, 일반신용대출은 5.97%까지 올라왔다. 금리가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형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신규 주담대의 고정금리 비중은 31.9%로 12년5개월 만에 가장 낮아졌다. 추가 인상이 단행될 경우 금리 변동에 직접 노출되는 차주가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부채 규모는 이미 사상 최대다. 2분기 말 가계신용은 2019조 8000억원으로 석 달 새 25조 9000억원 증가해 처음 2000조원을 넘어섰다.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추가 이자 부담은 주담대 약 1조 8000억원, 기타대출까지 합쳐 약 3조 3000억원으로 추산된다. 두 차례 인상분이 동일하게 전가된다고 단순 계산하면 연간 부담은 6조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

    상환 여력이 약한 차주에서는 이미 건전성 지표가 나빠지고 있다. 6월 말 국내은행 원화대출 연체율은 0.56%로 같은 달 기준 2016년 이후 가장 높았고 주담대를 제외한 가계대출 연체율도 0.77%까지 상승했다. 상반기 카드론 이용액은 28조원으로 전년보다 20.9% 늘었다. 금리가 추가로 오를 경우 부채가 많거나 소득 여력이 작은 가계를 중심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소비를 제약할 가능성이 커진다.

    한은 입장에서도 긴축을 멈추기 쉽지 않다. 성장률 전망이 3.3%까지 높아졌고 근원물가가 2%대 중반을 유지하는 데다 가계부채와 주택가격도 금융안정 변수로 남아 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기준금리 전망 중간값은 3.25%로 현 수준보다 한 차례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가리킨다. 신 총재도 앞으로 네 차례 금통위에서 한 차례 정도 더 올리는 완만한 인상 경로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결국 재정 확대가 어느 정도의 추가 수요를 만들지가 향후 금리 경로의 변수라고 보고 있다. 생산성 투자로 연결되면 중장기 공급 능력을 높일 수 있지만 그 효과가 나타나기 전 소비와 투자부터 빠르게 늘면 물가 둔화 속도가 늦어질 수 있어서다. 통화 긴축이 길어질수록 가계는 높은 대출금리를 더 오래 감당해야 한다.

    원유승 SK증권 연구원은 "강력한 성장세와 고착화된 물가 압력을 감안할 때, 한은이 이번 인상에 이어 오는 10월 금통위에서도 한 차례 더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