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세 이상 소득 하위 70%' 기초연금, 저소득 노인 중심 개편 추진'중위소득 90%' 새 기준 적용하면 일부 고령층 수급 대상서 제외기존 수급자도 5년간 100%→60% 감액…장관 브리핑 직전 돌연 취소李 대통령 지지율 30%대, 고령층 반발 예상…靑 속도조절 주문했나
  •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8.27. ⓒ뉴시스
    ▲ 이재명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시장·군수·구청장 초청 오찬 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6.08.27. ⓒ뉴시스
    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 제도를 저소득 노인 중심으로 개편하려던 이재명 정부가 개편안 공개를 코앞에 두고 돌연 멈춰 섰다.

    개편안은 저소득층의 연금액은 늘리는 대신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노인의 수급 문턱을 높이고 기존 수급자의 지급액도 단계적으로 줄이는 방안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30%대까지 추락한 상황에서 고령층의 거센 반발까지 예상되자 한 발 물러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세제개편, 이재명 대통령 형사사건 공소취소, 경찰의 실종사건 허위 종결 등 논란이 정권에 부담을 주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나서 속도조절을 주문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28일 정부 등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전날 오후 2시 정은경 장관이 직접 진행할 예정이던 '기초연금 개편방안 사전브리핑'을 시작 약 1시간10분 전에 취소했다. 복지부는 "기초연금 개편방안의 일부 사항이 최종 결정되지 못해 불가피하게 취소한다"고 공지했다.

    당초 복지부는 사전브리핑을 통해 개편 방향을 설명한 뒤 다음 달 1일 정부 예산안을 확정하는 국무회의에 맞춰 최종안을 공개할 계획이었다. 장관이 직접 나서는 브리핑이 불과 한 시간여를 앞두고 취소되면서 정부 내 막판 이견이 불거졌거나 청와대가 제동을 건 것 아니냐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제기됐다.

    정부가 마련한 개편안의 핵심은 2014년부터 유지해 온 '65세 이상 노인 중 소득 하위 70% 지급' 원칙을 폐기하고 기준중위소득을 새로운 선정 기준으로 적용하는 것이다. 기초연금을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수급 대상에게 비슷하게 지급하는 현행 방식에서 벗어나 저소득 노인의 빈곤 완화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개편안은 선정 기준을 2027년 기준중위소득 90%로 설정한 뒤 2028년 86.6%, 2029년 83.3%, 2030년 80%로 단계적으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현재 기초연금 선정기준액은 기준중위소득의 약 96.3% 수준이다. 개편 첫해부터 수급 문턱이 기준중위소득 90%로 내려가는 셈이다.

    새 기준은 내년에 만 65세가 되는 1962년생부터 바로 적용될 것으로 예상됐다. 현행 기준을 2026년 1인 가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월 소득인정액 약 247만원까지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기준중위소득 90%를 적용하면 약 231만원으로 낮아진다. 현행 제도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었던 일부 신규 고령층이 수급 대상에서 제외되는 구조다.

    문제는 개편의 영향이 신규 수급자에게만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현행 소득 하위 70% 기준에 따라 연금을 받던 기존 수급자가 새 기준을 초과하면 5년에 걸쳐 지급액을 단계적으로 감액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기존 수급액의 100%를 첫해에 지급한 뒤 해마다 90%, 80%, 70%, 60%로 줄이는 방식이다. 현재 월 35만원을 받는 노인이라면 첫해에는 35만원을 그대로 받지만 이후 31만5000원, 28만원, 24만5000원, 21만원으로 감소한다. 유예기간 이후에도 기준중위소득 80%를 넘으면 지급 대상에서 완전히 탈락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월 제시한 개편 방향과도 차이가 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월수입 수백만원인 노인이나 수입이 제로인 노인의 기초연금액이 같다"고 현행 제도를 지적하면서도 "지금까지 지급되는 것은 그냥 두고 향후 증액만 하후상박으로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실무안에는 신규 진입자의 수급 문턱을 높이는 것을 넘어 기존 수급액까지 줄이는 내용이 포함됐다.

    반면 저소득 노인의 기초연금은 인상한다. 기준중위소득 20% 이하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현행 월 35만원에서 2027년 38만원, 2028년 40만원으로 올리는 방안이다. 기준중위소득 20~40% 구간은 2027년 35만9000원, 2028년 36만7000원으로 인상한다. 기준중위소득 40% 초과부터 선정기준 이하 구간은 월 35만원 수준을 유지한다.

    저소득 부부에 대한 감액도 완화한다. 현재는 부부가 모두 기초연금을 받으면 각각 20%를 감액하지만 기준중위소득 40% 이하 가구는 감액률을 10%로 낮추는 방안이다. 공무원·군인·사학연금 등 직역연금 수급자와 그 배우자도 기준중위소득 40% 이하라면 기초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 수급자에게는 기초연금 인상의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초연금이 소득으로 인정돼 연금이 늘어난 만큼 생계급여가 줄어드는 이른바 '줬다 뺏는 기초연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빈곤노인기초연금보장연대에 따르면 지난해 기초연금 수령으로 생계급여가 삭감된 노인은 87만명에 달한다. 시민단체들은 기초연금을 생계급여 산정 때 소득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부가 개편안 공개를 주저하는 배경에는 고령층의 반발 가능성이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소득 노인의 지급액을 늘린다는 명분에도 중산층 노인의 신규 수급을 제한하고 기존 수급자의 연금까지 감액할 경우 당사자들에게는 사실상 복지 축소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다.

    특히 최근 이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인다는 일부 조사 결과가 정치적 부담을 키웠다는 관측이다. 지난 26일 발표된 조원씨앤아이 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직전 조사보다 4.0%포인트 하락한 38.9%로 취임 후 처음 30%대로 떨어졌다. 

    정치권에서는 사전브리핑 취소 과정에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됐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핵심 투표층인 고령층의 반발을 자극할 수 있는 개편안을 그대로 발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