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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도에 있는 한 토지.ⓒ연합뉴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이른바 '닥공(닥치고 공급)'을 외치며 속도전에 나섰지만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이미 조성해 시장에 내놓은 토지는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선착순 계약 대상 토지만 2조2000억원을 웃돌고 10곳 중 6곳에는 무이자 조건까지 붙었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토지 상당수도 남아 있어 LH의 자금 운용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28일 LH청약플러스에 따르면 현재 선착순 계약이 가능한 토지는 총 1592필지다. 공급금액은 2조2272억원에 달한다.
LH는 신도시와 공공택지 등을 개발하면서 조성한 토지 가운데 공공주택이나 공공시설 등에 직접 사용하지 않는 용지를 민간에 공급한다. 단독주택용지와 상업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 산업·유통시설용지, 주차장용지 등이 대표적이다.
토지 용도에 따라 개인과 법인, 시행사 등 실수요자가 매입한다. 최초 입찰이나 추첨에서 계약자를 찾지 못한 토지는 이후 일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선착순 수의계약 방식으로 다시 공급된다.
LH의 선착순 계약가능지구(토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전체 1592필지 가운데 972필지(61.1%)가 무이자 분할납부 조건으로 공급되고 있다. 공급금액은 총 1조2806억원이다.
납부기간별로 보면 5년 무이자 조건이 적용된 토지는 4543억원, 3년 무이자는 5326억원 규모다. 이밖에 2년과 2년6개월, 4년 무이자 조건이 적용된 토지도 있다.
무이자 분할납부는 매수자가 토지대금을 일정 기간 나눠 내면서 분할납부에 따른 이자를 부담하지 않는 방식이다. 초기 자금 부담을 낮춰 토지 매입을 유도하기 위한 판매 조건이다.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토지도 상당수 남았다. 무이자 조건 972필지 가운데 730필지(75.1%)는 계약 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토지다. 별도의 토지사용 가능 시점을 기다릴 필요가 없는 물량도 선착순 계약 대상으로 남아 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에 물량이 가장 많이 남아 있다. 전체 선착순 계약 대상 1592필지 중 경기 695필지(43.7%), 충남 229필지, 충북 174필지 순이다. 무이자 조건 토지도 경기에서만 603필지에 달했다.
용도별로는 단독주택이 811필지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산업·유통시설 386필지, 근생·준주거 239필지가 뒤를 이었다. 근린생활시설도 129필지가 무이자 조건으로 공급되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수년째 계약자를 찾지 못한 토지도 확인됐다. 양주옥정지구 일부 용지는 2023~2024년 공급된 뒤 현재까지 선착순 계약 대상에 포함돼 있다. 일부 물량에는 장기 무이자 분할납부 조건도 붙었다.
부동산업계 한 관계자는 "공동주택용지와 달리 단독주택이나 상업·근린생활시설용지는 입지와 배후수요에 따라 사업성이 크게 갈려 매수자가 쉽게 나서기 어렵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개발사업 자금조달 여건까지 악화하면서 토지를 사들여 신규 사업에 나설 수요도 위축됐다"고 말했다.
실제 수도권 공공택지에서도 비주거용지 유찰이 이어지고 있다. 고양장항 공공주택지구 상업용지는 5년 무이자 조건으로 재공급됐지만 지난달 모든 필지가 유찰됐다. 상업용지는 토지 매입 이후에도 건축과 임차인 확보까지 추가 투자가 필요한 만큼 배후수요가 충분하지 않으면 매입 부담이 커질 수 있다.
정부가 주택 공급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과도 대비된다. 김용범 대통령 정책실장은 지난 6월 24일 관훈토론회에서 부동산 공급 대책과 관련해 "닥치고 (주택을) 지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는 지난 13일 '주택 신속공급 방안'을 통해 공공택지 사업기간을 단축하고 수요 변화에 맞춰 토지 용도를 전환하는 방안도 내놨다. 공공택지 내 상업시설 규모를 조정하고 도시지원시설용지 등을 공동주택용지로 전환해 주택 공급에 활용할 방침이다.
LH도 전날 대규모 착공계획을 발표했다. LH는 올해 건설형 공공주택 5만호·14조9000억원을 시작으로 내년 7만6000호·25조7000억원 규모 착공을 추진한다. 2028년부터 2030년까지는 매년 10만호 이상을 착공하고 연간 발주 규모도 30조원 수준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신규 주택 공급을 위한 투자 규모는 크게 늘어나는 반면 기존 조성토지 판매에는 시간이 걸리고 있다.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 토지 판매대금이 들어오지 않고 무이자 분할납부 토지는 매각되더라도 최장 5년에 걸쳐 대금을 받게 된다.
정부도 장기 미매각 토지 활용을 공급대책의 한 축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지난 8·13 대책에는 수요 변화에 맞춰 공공택지 용도를 전환하고 상업시설 면적을 줄여 주택용지를 추가 확보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기존 토지를 계속 같은 용도로 판매하기보다 지역별 수요에 따라 활용 방식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될 전망이다.
LH 관계자는 "상업용지나 단독주택용지 등은 공동주택용지와 달리 개발 이후 수익성이 입지와 배후수요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매각까지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까지 좋지 않아 투자 수요가 위축된 영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이자 분할납부 등 조건은 단기간 내 매각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는 토지에 선제적으로 적용하는 판촉 방안"이라며 "미매각 토지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판매 조건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