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니아, 美 바이오기업 5년 6개월 만에 코스닥 입성 … ETI도 IPO 시동美서 임상·사업화 추진하면서 韓서 성장자금 조달 … 원천기술·창업진 연결고리거래소도 해외 기술기업 유치 확대 … 바이오USA서 코스닥 상장제도 소개인제니아 공모 흥행은 부진 … 회계·공시 투명성·투자자 보호는 과제
  • ▲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코스닥 상장식. 260818 ⓒ인제니아테라퓨틱스
    ▲ 인제니아테라퓨틱스 코스닥 상장식. 260818 ⓒ인제니아테라퓨틱스
    미국에 사업 기반을 둔 한국계 바이오기업들이 코스닥 시장을 다시 찾고 있다. 미국 보스턴에 설립된 인제니아테라퓨틱스가 이달 코스닥에 입성한 데 이어 엑소디스커버리 테크놀로지스(ETI)도 국내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두 회사는 미국에 법인과 사업 기반을 두면서도 한국에서 개발된 원천기술과 한국인 창업진을 토대로 성장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세계 최대 바이오 시장인 미국에서 임상과 사업화를 추진하면서 한국 자본시장을 성장자금 조달 창구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는 모습이다.

    28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ETI는 지난달 삼성증권과 기업공개(IPO) 대표 주관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자회사 랩스피너가 아닌 미국 델라웨어 법인 ETI가 직접 코스닥에 상장하는 구조다. 회사는 기술특례상장을 목표로 향후 기술성 평가 등 관련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ETI는 2018년 국내에서 설립된 랩스피너에 뿌리를 두고 있다. 랩스피너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 연구팀의 엑소좀 분리 기술을 이전받아 사업화를 추진했고 이후 미국 시장 진출을 확대하면서 현지 사업 기반을 구축했다.

    핵심 기술은 혈액 속 엑소좀에서 암 유래 바이오마커를 분리·분석하는 액체생검 플랫폼 '리퀴다인(LiquiDyne)'이다. 이를 기반으로 폐암 환자의 치료 반응과 미세잔존암(MRD), 약물 내성 및 재발 가능성 등을 추적하는 검사를 개발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에는 CLIA 인증 검사실을 구축하고 실험실 자체개발검사(LDT) 방식의 사업화를 추진 중이다. 사업화는 미국에서 추진하면서 추가 성장자금은 국내 증시에서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TI 관계자는 "그동안 한국 병원과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근거 데이터를 축적하면서 국내에서 기술에 대한 신뢰도와 투자 기반을 쌓아왔기 때문에 한국에서 투자유치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판단했다"며 "미국에서 근거를 쌓기 위한 현지 펀딩을 텍사스주 정부로부터 확보했고 본격적인 사업화를 위해 추가적인 투자유치를 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보스턴에 있는 바이오기업 인제니아테라퓨틱스도 18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2021년 네오이뮨텍 이후 약 5년 6개월 만에 국내 증시에 입성한 미국 바이오기업이다.

    인제니아 역시 미국에서 설립됐지만, 한국 원천기술과 연결돼 있다. 2018년 설립된 인제니아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기초과학연구원(IBS)의 원천기술을 토대로 성장했다.

    대표 파이프라인은 망막질환 치료제 'IGT-427'이다. 인제니아는 2022년 전임상 단계였던 IGT-427을 영국 안과질환 전문 바이오기업 아이바이오(EyeBio)에 약 1조391억원 규모로 기술이전했다.

    이후 미국 MSD(머크)가 2024년 아이바이오를 30억달러에 인수하면서 개발 권리를 확보했고 현재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하고 있다.

    인제니아의 상장과 ETI의 IPO 추진은 미국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한국계 바이오기업이 국내 자본시장을 자금조달창구로 선택하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의 바이오 클러스터와 임상·사업화 인프라를 활용하면서 원천기술과 창업진, 투자 네트워크 등 연결고리를 가진 한국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아직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해외사업 기반과 국내 자본시장을 결합하려는 움직임이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한국거래소도 해외기술기업의 국내 증시 유치에 나서고 있다. 거래소는 6월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바이오 USA 2026'에서 글로벌 바이오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외국기업의 코스닥 상장 절차와 기술특례상장 제도를 소개했다. 미국 유망 바이오기업들과 일대일 면담도 진행했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코스닥 시장이 글로벌화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술 기반의 우량 외국기업이 들어오는 것은 코스닥 시장의 가치를 높이고 자금조달 기반을 넓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미국 바이오기업이라는 이유만으로 국내 자본시장에서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인제니아는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50.4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뒤 희망공모가 범위 하단인 1만20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청약 경쟁률도 3.09대 1에 그치면서 공모 과정에서 기관과 일반 투자자의 보수적인 투자심리가 확인됐다.

    상장 이후 주가는 다른 흐름을 보였다. 인제니아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9.92% 오른 1만7990원에 거래를 마쳤다. 글로벌 기술이전과 임상 3상 진행 등에 대한 기대가 상장 이후 주가에 일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해외기업의 코스닥 상장이 확대될 경우 투자자 보호와 국내 기업과의 형평성도 함께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과거 외국기업의 회계·공시 문제 등으로 국내 투자자가 피해를 본 사례가 있었던 만큼 기술력뿐만 아니라 지배구조와 회계 투명성, 상장 이후 관리체계를 면밀하게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외국기업의 특성에 맞춰 관리나 제도를 유연하게 운영할 필요는 있지만, 한국 기업과 외국기업 사이에 형평성이 어긋나서는 안 된다"며 "외국기업에 유연성을 부여한다면 장기적으로 국내 기업에도 그에 맞는 제도적 유연성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